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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이후 징병제로 복귀하는 유럽 국가들, 獨은 연정 갈등으로 도입 논의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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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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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이후 유럽 전역에 안보 위기 고조
獨, '강한 독일 군대' 선언하며 병력 증원 추진
크로아티아는 내년 소집 목표로 징병제 부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전역에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자, 탈(脫)냉전기에 병력을 대폭 감축했던 유럽 국가들이 징병제나 의무 군사교육 제도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독일은 병력을 26만 명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선택적 징병제 도입에 나섰다. 그러나 징병 방식을 두고 연립정부 내 이견이 발생하면서 법안 개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獨 국방 장관은 무작위 추첨제 반대 입장 고수

26일(이하 현지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에서 군사력 증강을 위해 징병제를 재도입하려는 계획이 연립정부 내 갈등으로 난항에 빠졌다. 집권당인 기독민주연합CDU)은 의무복무 제도를 강조하는 반면,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은 자원 복무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지난 14일로 예정됐던 선택적 징병제 법안 발표와 기자회견도 결국 취소됐다. 원래 두 정당은 16일 연방의회에서 해당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정식 심의도 미뤄진 상태다.

당초 정부가 발표하려던 선택적 징병제 합의안은 자발적 징집과 무작위 추첨제를 결합한 방식이었다. 1단계로 18세 남성은 군 당국으로부터 입영통지서와 유사한 설문지를 받게 되는데, 군 복무 의향과 체력, 건강정보 문항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 독일 연방군은 이 응답을 토대로 지원자를 선별하고, 자원 인력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부족한 병력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보충한다. 이는 현재 덴마크에서 시행 중인 모델과 유사하지만, 덴마크는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독일은 남성에 한정된다.

양 당간 갈등의 불씨가 된 것은 2단계 무작위 추첨제다. SPD 소속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부 장관이 강제 징집에 제동을 건 것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군 복무 결정은 자발적이어야 한다"며 "나는 CDU의 주요 제안에 대해 오랫동안 반대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르베르트 뢰트겐 CDU 원내부대표는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의 중요한 입법 절차를 직접 좌초시키고 자기 당을 혼란에 빠뜨리는 장관은 본 적이 없다"며 피스토리우스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양당 이견 좁히지 못하면 장기 교착 빠질 수도

독일이 징병제 부활에 나선 건 14년 만이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기인 지난 2011년 사실상 징병제를 폐지했다. 징병제가 독일 연방군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군 현대화를 지연시킨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였다. 다만 징병제는 ‘시행 유예’ 형태로 중단된 것이어서, 기본법(헌법)에는 여전히 ‘국가가 18세 이상 남성을 강제 징집할 수 있다’는 조항이 남아 있다. 이 시기 징병제 개혁은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 독일 정부는 당시 80억 유로(약 13조3,000억원) 규모의 국방 예산 삭감을 목표로 대규모 인원 감축과 비효율적인 관료 조직 축소를 추진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안보 불안이 고조되자, 올해 5월 집권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강한 독일 군대를 만들겠다며 현재 18만 명 수준인 병력을 26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일이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도 병력 확충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 마르틴 예거 독일 연방정보국(BND) 국장은 최근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가 2029년 이전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선택적 징병제 도입 논의는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연정 내 합의가 불발될 경우, 조만간 CDU 측이 연방의회에서 단독으로 수정 법안의 의결을 시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최근에는 징병제 재도입을 놓고 세대 간 갈등 조짐도 보인다. 독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포르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54%가 징병제 복귀에 찬성했지만, 징병 대상인 18~29세 연령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63%로 훨씬 높았다.

세르비아도 지난해 17년 만에 징병제 재도입

징병제 부활에 나선 건 독일 만이 아니다. 나토 회원국인 크로아티아도 18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시켰다. 지난 24일 크로아티아 의회는 군 의무복무 제도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84표, 반대 11표, 기관 30표로 통과시켰다. 현지 공영방송 HRT에 따르면 군 복무 기간은 2개월로 기본 군사 훈련 기간을 포함한다. 크로아티아 국방 당국은 내년 소집을 위해 2007년생 남성들을 대상으로 올해 말까지 건강검진을 실시할 예정이다.

크로아티아는 1991년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뒤 1995년까지 세르비아계 반군과 독립전쟁을 벌였다. 이후 나토 가입을 앞둔 지난 2008년 직업군인 중심의 정예군 체제로 개편하면서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의무복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크로아티아 국방부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데 필요한 기본 기술과 지식을 청년들에게 가르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탈냉전기에 병력을 대폭 감축했던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잇따라 징병제나 의무 군사교육 제도를 부활시키고 있다. 2007년 모병제로 전환했던 라트비아는 지난해 17년 만에 징병제를 재도입했고, 세르비아는 내년부터 19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의무 군사훈련을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대체복무를 포함해 의무복무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는 오스트리아,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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