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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印 정제 업체, 美·EU 대러 전방위 압박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줄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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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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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러 최대 석유기업 추가 제재
핵심 수입국인 中·印 정부에 제재 동참 요구
EU, 제19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합의

중국과 인도의 석유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그동안 러시아가 서방 제재를 피해 의존해 온 아시아 수출 전략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과 영국까지 러시아 에너지 수익을 겨냥한 추가 제재에 가세함에 따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의 대(對)러시아 압박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번 조치가 러시아의 핵심 수출국을 겨냥한 전방위적 제재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와 에너지 시장 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印 릴라이언스 "러시아산 수입량 조정할 것"

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지난 23일 미 정부가 중국과 인도 정부에 해당 국가의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이 취소됐다며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정 논의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조치로 이들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50% 이상 지분을 가진 모든 법인은 자산이 동결된다.

이번 제재 발표 이후 인도에서 러시아산 원유를 가장 많이 사는 민간 기업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는 정부 지침에 따라 수입량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즈는 지난해 12월 로스네프트와 10년 계약을 체결하고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받아 왔다. 중국 정부도 국영 석유회사 등에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국영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은 제재 우려로 인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원유 거래를 자제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美,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관세 압박 강화

이번 제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가 제재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기존 흐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러시아는 그동안 서방의 제재에 대응해 수출 구조를 유럽에서 아시아로 재편해 왔다. 그 결과 러시아의 석유 및 콘덴세이트 수출에서 유럽의 비중은 2020년 51%에서 2024년 12%, 2025년 상반기 11%로 급격히 감소했다. 줄어든 유럽 수출 물량은 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 확대를 통해 상쇄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인도가 주요 수입국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중국은 사상 최대치인 1억850만 톤의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였다.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19.6%로, 단일국가로는 최대 비중이다. 인도는 두 번째로 큰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으로 대아시아 수출 확대의 상당 부분을 견인했다. 2020년 하루 5만 배럴에 불과했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2024년 하루 170만 배럴을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하루 평균 160만 배럴을 기록했다.

애초 중국과 인도는 미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중국 외교부는 "관세 전쟁엔 승자가 없다"며 "에너지 안보 등 국가 이익에 따라 에너지 공급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선박·보험·운송 분야를 포함한 세컨더리 제재를 본격 적용할 것이라고 압박하자 결국 중국도 제재 동참을 결정했다. 중국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대체 공급원 확보와 수입 구조 다변화를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인도 역시 올해 들어 대미 관계가 냉각되면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유지해 왔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농업·의약품 시장 개방 거부를 이유로 최대 50%에 달하는 상호관세를 예고하는 등 전례 없는 무역 제재를 단행했을 때도, 인도는 저가 러시아산 원유를 적극 수입했다. 그러나 미국과의 추가 관세 협상이 재개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양국이 타협점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점진적 감축을 제안했고, 인도는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이를 수용한 것이다.

美·EU, 효과적인 대러 압박 위해 공동 대응

중국과 인도의 결정에는 EU의 제재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2일 EU는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금지 등을 포함한 제19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미국과 EU가 대러시아 압박에 발을 맞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한 달간 미국과 EU 관리들이 러시아 경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압박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왔다”며 “미국과 EU가 공동 제재하면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고 설명했다.

EU 비회원국인 영국도 가세했다. 영국은 지난 15일 로스네프트, 루코일과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44척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제재 발표 당시 영국 정부는 로스네프트와 루코일에 대해 "크렘린궁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이라며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국가 재정에 기여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주요 7개국(G7)도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리는 국가나 우회 거래 중개·조장 주체에 대해 제재를 가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미국과 EU의 합동 공세에도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세계 에너지 시장이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제재 회피 시스템과 대체 결제수단을 구축한 만큼 자금줄이 단숨에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렘린궁은 서방 제재의 실질적 효과를 분석 중이며 러시아 특사를 미국에 파견해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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