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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日에서 무역 협상 성과 올린 트럼프, 韓과의 논의는 여전히 교착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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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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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세안 다자회의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다카이치 사나에 日 신임 총리도 트럼프 요구에 발맞춰
헛바퀴 도는 한미 관세 협상, 정상회담에서도 성과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다자회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관세율 하향 조정을 대가로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 등 유의미한 외교적 성과를 올린 것이다. 아세안에 이어 일본까지 미국과 문제없이 무역 합의를 타결한 가운데, 세계의 이목은 좀처럼 마무리되지 않는 한미 무역 합의에 집중되고 있다.

美, 아세안 국가들과 줄줄이 무역 협정 체결

26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이후 8년 만에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다자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그는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함께 휴전 협정문에 공동 서명했다. 이번 '쿠알라룸푸르 평화합의'에 따라 태국과 캄보디아는 무력 충돌 등 모든 적대 행위를 끝내고, 국경 지대에서 중화기 등을 철수한 뒤 지뢰 제거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와의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핵심 광물 공급망도 확보했다. 중국이 희토류 등 전략 자원 수출 통제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중국 외 세계 최대 규모 희토류 가공 시설을 보유한 말레이시아를 대체 공급처로 낙점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트럼프 순방을 계기로 말레이시아가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며 “(양국은) 핵심 광물·희토류 부문 개발을 가속하며, 희토류 자석 판매를 제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

미국은 광물 파트너십 체결의 대가로 대(對)말레이시아 관세율 하향 조정을 결정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말레이시아는 반도체, 의약품 등 미국 수출 주력 상품에 ‘제로(0) 등급’ 관세를 확보했다. 미국은 앞서 지난 8월 말레이시아 수출품에 19%라는 높은 상호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은 태국과 핵심 광물 거래에 합의했으며, 캄보디아와 무역 협정을, 베트남·태국과 무역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美-日 무역 협정도 '순항'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지역 내 영향력을 과시하며 성공적인 무역 협정을 체결한 후, 일본 역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8일 취임 1주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가지고, 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와 관련해 지난 7월 양국이 맺은 합의를 그대로 계승했다. 이는 재론 가능성을 고려하던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회담 당일 4,000억 달러(약 570조원) 규모의 21개 투자 사업 후보가 선정됐으며, 일부 기업은 관련 문서에 서명하며 대미 투자를 결정지었다.

두 정상은 희토류 등 중요 광물의 확보 및 공급망 강화 협력에 관한 프레임워크 공동 문서에도 서명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미-일 프레임워크: 채굴 및 가공을 통한 전략 광물 및 희토류 공급 확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양국 협력을 강화하며, 180일 이내 미·일 광물·금속 투자 장관급 회의를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독점을 견제하기 위한 또 다른 방책으로 읽힌다.

韓-美, 타협점 여전히 불투명

미국과 일본의 합의가 원활히 진행된 것과는 달리, 한미 관세 협상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구두 합의를 통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97조원) 규모 대미 투자 등의 조치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무역 합의 내용은 아직까지 문서화되지 못했다. 현금으로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한국의 외환 보유액이 여유롭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8,697억 달러(약 2,608조4,200억원),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약 579조8,000억원)로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22.2%에 불과하다. 이는 여타 아시아 주요국 대비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대미 투자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미국은 당초 일본과의 합의 사례를 예로 들며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시장은 29일 오후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황이 진전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양국은 회담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기자회견이나 별도의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사전 협상에서 미국은 대미 투자금을 매년 250억 달러(약 35조8,000억원)씩 8년간 분납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외환시장 충격 없이 조달 가능한 외화가 연간 150억~200억 달러(약 21조5,000~28조6,70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양국 간 이견이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시점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이전보다 한층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최근 미국이 일본과의 조선 협력을 시사하며 한국이 꺼낼 수 있는 협상 카드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28일 조선 분야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MOC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조선업이라는 특정 사안에 대한 양국의 협력 의지를 공식화하고 향후 조처를 구체화하는 문서다.

양국은 이번 각서에 따라 '미일 조선 작업 부회(실무협의단)'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작업 부회는 연내 첫 회의를 열고 조선소 현대화와 공동 기술개발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 협력 분야는 △양국 조선 능력 확대 △미국 해사 산업 기반 투자 촉진 △경제 안보상 중요 선박 수요 명확화 △조선업계 인력 양성 △인공지능(AI) 및 로봇 기술을 포함한 기술 혁신 등 5개 항목이다. 아울러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를 촉진하고 양국 선박의 설계 공통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각서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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