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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스페인 인재 유출, 원인은 ‘정치 갈등’이 아니라 ‘정책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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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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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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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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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실업률은 낮지만 새 일자리 창출은 부진
인재 유출의 원인은 양극화가 아닌 정책 불확실성
예측 가능한 예산과 절차가 인재를 지키는 해법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페인은 2025년에 들어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는 고용이 회복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2017년 카탈루냐 분리독립 사태 이후 정치적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기업과 행정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올해 2분기 스페인의 일자리 공석률은 0.8%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서 노동시장의 활력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정치적 양극화가 인재를 해외로 내몬다고 본다. 하지만 통계는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만약 양극화가 주된 요인이라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역에서 구인 수요가 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조짐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은 채용을 미루고, 정부는 예산과 규제 결정을 늦추며, 숙련 인력은 더 안정적인 제도를 찾아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정책이 예측 가능할 때는 투자가 선행되고 인재가 뒤따른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는 위축되고 채용이 줄며, 결국 고급 인력이 빠져나간다. 지금 스페인의 문제는 ‘양극화’가 아니라 그로 인해 확대된 ‘정책 불확실성’이다. 최근 EU 전반에서 공석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스페인이 특히 부진한 이유는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기회의 부족’에 있다.

양극화와 인재 유출의 착시

정치적 양극화가 사회의 냉소주의를 키워 인재를 떠나게 만든다는 주장은 익숙하다. 그러나 실제 작동 원인은 다르다. 양극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그것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번질 때다. 예산 교착, 승인 지연, 법적 불확실성이 그 결과로 나타나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투자는 늦어지고 채용은 위축된다.

연구에 따르면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실물경제 활동이 둔화된다. 국가 간 비교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기업은 지출과 생산을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미세한 변동처럼 보이지만, 누적되면 고용 창출이 급격히 약화된다. 스페인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들은 ‘관망 전략’을 택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2025년 말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공석률은 여전히 EU 최하위권이다. 구직자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면 숙련 인력은 상황 개선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더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찾아 해외로 나간다. 2025년 유럽연합 통계국(Eurostat)에 따르면 스페인은 폴란드, 루마니아와 함께 EU 내 공석률 최저 국가로 분류된다. 반면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경기 둔화 속에서도 채용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보다는 예산 운용과 규제 절차의 불안정성이 투자와 고용을 제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페인의 정책 불확실성은 에너지 가격 급등, 팬데믹 이후의 재정정책 변화, 선거 갈등 등이 겹치며 심화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이러한 불확실성이 유로존의 경제 활동을 직접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민간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공공 부문에서는 복구 및 복원력 계획(RRP, Recovery and Resilience Plan) 집행이 고르지 못하다. 불확실성은 고용서비스 의존도, 낮은 민간 연구개발 투자, 지역별 행정 역량 격차 등 구조적 한계를 더 키우고 있다.

2025년 2분기 유럽연합 구인율(단위: %)
주: 국가-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유럽연합 평균, 스페인, 폴란드(X축), 구인율(Y축)

수치로 본 인재 이동의 실상

양극화가 인재 유출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대규모 이탈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23년 스페인의 순 이민은 64만 명 이상으로 여전히 유입이 유출을 웃돌았다. 특히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주민이 크게 늘었다. 동시에 일부 스페인 국민은 더 나은 커리어를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구는 늘지만, 고숙련 인력만 선택적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보건의료 부문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의사 수 자체는 줄지 않았지만, 해외 근무를 위해 국내 활동 자격을 중단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395명의 의사가 해외로 옮겼다. 반면 신규 의사 배출과 외국인 전문 인력 유입으로 전체 의사 수는 증가했다. 이는 체계의 붕괴가 아니라 불확실한 근무 여건에 대한 대응이다. 승진 지연, 계약 불안, 지역별 예산 갈등이 이어지면 숙련 인력은 예측 가능한 환경을 찾아 이동한다. 관련 연구에서도 의사 이주의 주요 요인으로 근무 조건과 명확한 승진 구조가 꼽힌다. 문제는 이념이 아니라 정책 신뢰성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미국은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도 OECD 내 고학력 이민자 유입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미국은 약 105만 명의 장기 이주민을 받아들였고, 2023년에도 OECD 외국 출신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인재는 시장 규모, 보수, 안정적인 경력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스페인은 시장 규모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지만,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다.

인재 유출을 키우는 연결고리

양극화가 불씨라면, 정책 불확실성은 그 불을 키우는 연료다. 여러 국가와 유로존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는 위축되고 산업 생산이 둔화된다.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고, 위험이 커지며, 기업의 채용도 늦춰진다. 선거가 치열할수록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PU)가 급등하는 현상도 반복된다. 스페인 역시 지난 10여 년 동안 정치적 국면이 바뀔 때마다 지수가 크게 출렁였다. 중요한 것은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될 때다. 이 시기에는 채용 예산과 연구비 지원이 멈추고, 인재 이탈이 가속된다.

낮은 공석률도 문제다. 과학·의료·첨단기술 등 장기 연구와 훈련이 필요한 분야에서 초기 경력 기회가 줄어든다. 스페인은 2023~2024년 공공 R&D 예산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했지만, 지원 지연과 예산 삭감 우려가 여전하다. 2024년 혁신지수에 따르면 벤처 투자는 EU 평균을 웃돌지만, 기업의 자체 연구개발 투자는 여전히 낮다. 마드리드에서 박사 후 연구를 준비하는 연구자들에게 이러한 환경은 단순한 정치 문제가 아니라 정책 리스크로 인식된다.

2024년 1월~2025년 9월 스페인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 추이
주: 기간(X축), 지수값(Y축)

불확실성을 줄이는 현실적 해법

스페인이 인재를 지키려면 정치보다 제도의 일관성이 먼저다. 핵심은 규칙과 예산, 일정의 변동성을 줄여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예산은 중기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박사과정 계약이나 전공의 과정, 연구 지원 제도는 다년도 예산으로 운영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중단되지 않아야 한다. IMF는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실물경제가 즉각 회복된다고 분석한다. 예측 가능한 재정 운용이 대학과 병원의 운영 안정으로 이어진다.

행정의 일정 관리도 중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조달과 프로젝트 일정을 사전에 확정하고, 지연 시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인허가나 지급, 표준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기업은 채용을 결정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외국 자격 인정 절차를 간소화해 지역별 인력난을 완화하고, 교육 분야에서는 연구비 보고와 윤리 승인 절차를 통합해 연구 과정의 지연을 줄여야 한다. 스페인 의사 이탈 연구에서도 임금보다 근무 여건과 승진 체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제때 평가되고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핵심이다.

정책의 신뢰는 데이터로 증명돼야 한다. 연구비 지원, 인허가 처리, 지급 속도 등 주요 지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정책 예측성 대시보드’를 구축해야 한다. 유럽 위원회와 유럽연합 통계국이 틀을 제공하더라도, 세부 관리는 스페인 정부의 몫이다. 실행이 예측 가능한 행정이 곧 신뢰이자, 인재를 붙잡는 가장 확실한 기반이다.

인재가 머무는 조건

인재 유출의 흐름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기회가 제한되면, 숙련 인력은 머물지 않는다. 결국 경제를 둔화시키는 원인은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정책 환경이다.

정책 신뢰를 회복하려면 제도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예산을 중기적으로 보장하고, 지원 일정을 고정하며, 계약과 지원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성과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필수다. 이런 기본 절차가 지켜질 때 정책은 흔들리지 않는다. 스페인이 행정을 일관되게 운영하고 일정을 지키는 체계를 확립한다면 투자는 다시 늘고, 인재는 머무를 것이다. 예측 가능한 제도가 결국 인재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olicy Uncertainty, Not Polarization, Explains Spain's Talent Squeez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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