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 불씨 살아났지만 인수 가능성 낮아, 농협도 유통 부진에 인수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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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 공개입찰에 유통업 경험 없는 기업 2곳 참여 적자 누적 등 재무 여력 악화로 인수 가능성 낮아 청산 시 협력 업체 포함해 근로자 10만 명 실직 우려

기업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공개 입찰에 유통업 경험이 없는 기업 두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던 홈플러스는 일단 안도하는 모양새지만, 두 기업 모두 적자가 누적된 상태라 실제 인수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홈플러스가 청산될 경우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농협의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나, 농협 역시 유통 부문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인수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오는 26일, 최종 입찰 제안서 제출 마감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LOI 접수를 마감했다. LOI를 제출한 곳은 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다. 인수 후보자는 오는 21일까지 예비 실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6일까지 최종 입찰 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홈플러스는 오는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공개 매각전에 인수 후보가 등장한 만큼, 법원이 연장을 허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유통업계에서는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을 실질적 인수 후보자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홈플러스의 몸값이 4조원에 육박하는 데 반해 두 회사 모두 적자 상태의 중소기업으로 유통업 경험도 전무한 탓이다. 2000년 설립된 하렉스인포텍은 결제 공유 플랫폼 '유비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억원, 영업손실 33억원으로 LOI에는 미국 투자자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07년 명선개발에서 분할 설립된 스노마드 역시 지난해 매출 116억원, 당기순손실 73억원을 냈으며 누적 결손금은 399억원에 달한다. 두 기업 모두 재무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첫 번째 매각 시도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의 참전을 실질적인 인수보다는 상징적 참여나 향후 투자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도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후보 기업의 여력을 감안할 때, 이들이 실제 인수 주체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 확약서를 제출하는 오는 26일이면 이들의 정확한 의도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적 자금인 농협 자본 투입 두고 논란
이에 시장의 눈은 다시 농협으로 향하고 있다. 농협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훨씬 큰 실익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 농·축협 관계자의 평가도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 의원실이 발표한 지역 농·축협 대상 설문조사에서 전국 166개 지역 농·축협 전문경영인 응답자 68%가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농협 유통 부문의 재정 여력이 인수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경제지주의 자회사 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은 2022년부터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 적자를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감에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이 연간 400억원씩 총 800억원 적자가 나고, 직원 2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며 홈플러스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에 일종의 공적 자금인 농협의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점포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회사 덩치가 줄면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포별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돼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홈플러스'라는 브랜드가 훼손돼 고용 유지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현재 홈플러스에는 협력업체를 포함해 약 10만 명의 노동자와 입점 상인이 종사하고 있어, 청산 시 대규모 고용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거래가 성사되려면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정비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모든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청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처분 가능한 자산의 상당수를 매각 중이며, 임금 체불이나 소상공인 납품 대금 미납 사태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의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정 매수인에 대해 언급할 상황은 아니지만, 시너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점포 재편 등 유통업계 구조조정 분기점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도심 유통채널의 재구조화와 함께 대규모 감원, 점포 재편 등을 촉발하며 유통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홈플러스 점포의 순차적 폐점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폐점했거나 폐점이 예고된 일부 지역에서는 홈플러스 매장과 인접한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31일 문을 닫은 홈플러스 부천상동점 인근의 이마트 중동점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2% 늘었다.
유통시장의 판도가 재편되는 가운데, 각 사들은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올해 2분기 4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통합 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와 점포 리뉴얼 효과가 주효했다. 올해 초 대규모 할인행사 ‘고래잇 페스타’를 진행하며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낸 가운데, 특히 지난해 8월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과 지난 6월 2호점으로 리뉴얼한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은 매출과 방문객 수 모두 급증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마트·슈퍼는 2분기 매출 1조2,542억원, 영업손실 4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 줄었으며, 적자 폭은 323억원 확대됐다. 해외 마트사업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하며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온라인 전환 초기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롯데마트는 e그로서리 사업 이관으로 올해 1분기에만 약 109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영국 오카도와 협력해 건설 중인 온라인 자동화 물류센터와 자체 플랫폼 제타의 개발 비용도 실적에 부담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