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력한 ‘인재 굴기’, 글로벌 기술 지형 재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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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특허, 세계 절반 육박·미국 3배 수준 천인계획 업그레이드, 인재 사냥 나선 중국 막대한 보조금 등이 질적·양적 확대 견인

중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하며 글로벌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핵심 기술 아이디어를 선점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211공정부터 현재의 쌍일류 프로젝트에 이르는 대학 혁신을 통해 연구 역량을 대대적으로 끌어올렸고, 천인계획·만인계획 등 과학기술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도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공세적 확대는 중국의 과학기술 지형을 크게 바꾼 것은 물론 세계 기술 패권의 중심축까지 흔들고 있다.
지난해 기록적 특허 출원, 2014년 34.6%서 크게 증가
14일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특허 출원의 약 절반(49.1%)에 해당하는 180만 건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약 60만 건)의 세 배 수준이다. 중국의 지난해 특허 출원은 전년 대비 9% 증가해 약 15만3,000건이 늘었고, 점유율은 2014년 34.6%에서 2024년 49.1%로 급등했다.
중국 국가지식재산권국(CNIPA)에 제출된 특허의 93.1%가 중국 거주자에 의해 출원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상위 20개국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반면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2023년보다 0.8% 증가한 60만3,194건의 출원을 접수했지만, 이 중 약 33만3,000건(절반 이상)이 비거주자(non-residents)의 출원이었다. 미국발(發) 특허 출원은 국내외 제출을 모두 합쳐 50만1,831건으로 3.7%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전 세계 특허 출원에서 아시아의 비중은 70%를 넘어섰으며, 중국·한국·인도가 증가세를 주도했다. 분야별로는 컴퓨터 기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전기기계, 계측, 디지털 통신, 의료기술 순이었다. 중국은 상표·디자인 출원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국적 출원인은 지난해 약 730만 건의 상표를 국내외에서 신청해 2위인 미국의 9배를 기록했다. 디자인 출원 역시 82만5,330건으로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특허는 기술혁신의 양적 지표이자 산업 지배력의 상징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가 상업화되기 전 단계에서 이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실제 발급된 특허 수도 중국은 100만 건을 넘기며 미국(약 32만 건)을 앞질렀다. 중국의 지난해 특허 발급은 전년 대비 12만4,000건 증가한 반면 미국은 4,570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은 특히 AI 특허 부문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중국 국가데이터국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AI 특허 수는 세계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中 정부 공들인 인재 창고
이는 중국 ‘인재 육성 정책’의 산물로 평가된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첨단과학 인재 양성에 힘을 쏟은 건 1980년대부터다. 그간 인재 단층 현상을 해결하고 젊은 인재가 국가 발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중국과학원을 중심으로 인재 유치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신진 연구자 급증에도 중견 학자가 부족해 전반적인 연구 역량은 크게 강화되지 못했다. 이에 중국은 1994년 ‘백인계획(百人計劃)’을 실시해 선발된 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집중 지원했다. 1998년엔 해외 유학 학자들이 귀국하도록 장려하는 ‘장강학자계획(長江學者計劃)’을 세웠다.
뒤이어 2008년에는 중국 첨단기술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시행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 1,000명을 중국에 유치하는 것이 골자였다. 인재는 크게 ‘혁신 인재’와 ‘창업 인재’ 두 유형으로 나눠 선발됐다. 선발 기준은 55세 이하, 해외 유명 대학 박사 학위, 중국에서 해마다 6개월 초과 근무 등이 있다. 영입된 인재는 1인당 100만 위안(약 2억원)의 보조금과 각종 연구활동비, 비자 특혜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들은 그 대가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중국 정부와 공유했다.
천인계획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중국계 석학들을 중국으로 불러 모았다. 이 가운데 장퉁 박사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박사 출신으로, AI 관련 특허 60개를 보유한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중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에 영입됐다가 몇 해 전 사직했다.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원사(과학 분야 최고권위 직책)도 천인계획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2017년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중국 양자컴퓨팅의 상징적 인물이다. 이밖에 신경과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푸무밍 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수천 명이 천인계획에 따라 중국으로 돌아왔다. 2019년 미국 상원 제출 보고서에 따르면 천인계획으로 중국이 확보한 첨단 분야 연구자만 7,000명에 달했다.
글로벌 빅테크 위협 새물결
하지만 중국이 천인계획을 통해 산업스파이를 양산하고 각종 첨단기술을 빼간다고 의심하는 국제사회 눈초리에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첫해였던 2012년 이 계획을 접었다. 그 대신 자국 인재 개발에 집중하는 ‘만인계획(萬人計劃, 중국 내 과학기술 인재 1만 명 양성)’으로 노선을 바꿨다. 이를 토대로 AI, 로봇, 전기차, 드론 등에서 중국의 퀀텀 점프가 이뤄졌다.
최근에는 ‘치밍계획(啓明計劃)’도 운영 중이다. 치밍계획은 반도체처럼 민감하거나 기밀 영역을 포함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해외 고급 인재를 모집하는 프로그램이다. 치밍계획을 감독하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청년인재·혁신인재·해외 포스트닥터 등으로 나눠 지난 7월 해당 인재를 모집했다. 정부 심사를 통과한 인재에게는 국가 지원급 100만 위안을 포함해 지역 성(省)급 매칭 지원금까지 200만 위안(약 4억원)을 일시에 지급한다. 또 추가 지방 매칭 지원금, 임금, 주택보조금 등까지 종합하면 치밍 계획 기준을 통과한 특급 해외 인재의 경우 최대 580만 위안(약 12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자국 인재 양성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40여 개 대학에 재정지원을 집중해 2030년 이후엔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이른바 '쌍일류 프로젝트'로, 덩샤오핑 전 주석이 추진한 211 공정의 심화 버전이다.
지난해 과학 분야 10대 대학 가운데 2~9위가 중국 대학(네이처 발표·1위는 하버드대)인 점을 감안하면 쌍일류 프로젝트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AI 기업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이 졸업한 저장대는 6위(서울대는 54위·KAIST는 76위)였다.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야만 가능할 것 같았던 AI 추론모델을 량과 몇 안 되는 국내파 젊은 천재들이 해냈다. 딥시크의 출현은 중국의 자국 내 기술 인재 수급체계가 완성됐다는 걸 말해줄 뿐만 아니라 허황되기 그지없어 보였던 중국몽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린 사건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