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줄이고 싶지 않아" 돌연 입장 바꾼 트럼프, 대학 재정 위기·美 경제 충격 의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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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억제 정책 펼치던 트럼프, 관련 입장 뒤집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유학 수요 급감 대학가 재정난 심화·내수 위축 위험 부각

자국 대학들에 외국인 유학생을 줄이라고 압력을 가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외국 학생들의 미국 유학은 좋은 관행이며, 유학생 수용이 일종의 '사업'이라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유학생 수 감소로 인한 대학들의 재정 위기 및 경제적 충격 위험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유학생 수용은 사업이다"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폭스뉴스 진행자 로라 잉그래햄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오는 학생을 줄이고 싶지 않다"며 "대학 시스템 전체를 파괴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트럼프에게 왜 외국 학생, 특히 중국 학생의 미국 유학을 줄이지 않냐고 거듭해서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학생 등 외국인 학생 수를 줄이면 대학 시스템에 재정적 피해가 발생하고 흑인 기관을 포함한 일부 학교는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학생들에게서 수조 달러를 벌어들인다"며 "외국 유학생들은 두 배 이상의 학비를 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건 아니지만, 이것(유학생 수용)을 사업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그간 유학생을 겨냥해 시행해 온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지난 5월 반(反)유대주의 근절 수용 등 교육 정책 변경 요구를 거부한 하버드대학교의 외국인 학생 유치 자격을 박탈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더해 △미국 내 중국 유학생 비자 취소 △친팔레스타인 활동 연루 대학생 체포 △입학 지원 요건 강화 등 외국인 유학생 축소를 위한 조치도 대거 단행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초 미국 9개 대학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를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 학문 우수성 협약' 체결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협약에는 △입학 과정에서 성별·인종·국적·정치 성향·성적 지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것 △외국 비자 소지 학생의 수가 전체의 15%를 넘지 않도록 제한할 것 △특정 국가 출신 유학생이 전체의 5%를 넘지 않도록 할 것 등의 조건이 담겼다.
美 향하는 유학생 수 대폭 줄어
이처럼 유학생 억제 정책을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미국 대학들의 재정난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국 학생들의 미국 대학 지원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제교육연구소(IIE)가 미국 소재 500개 이상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봄 해외 유학생 지원자 수는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관리국(ITA)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 학생은 31만3,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다. 이 역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다. 특히 미국 전체 유학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 유학생들이 감소세를 견인했다. 8월 입국한 아시아 출신 유학생은 약 19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했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13개국 출신 유학생이 전부 감소했으며, 특히 인도 출신이 45% 줄어들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중국 출신은 12% 줄었다.
위기를 맞닥뜨린 것은 비단 학부 만이 아니다. 미국 대학원 진학 희망자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외국 유학 온라인 포털 스터디포털(Studyportals)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미국 대학원 교육(MA 및 PhD)에 대한 수요는 1월 중반 이후 44% 줄었으며, 지난 3월 18일 이후로는 3% 추가 하락했다. 스터디포털은 “미국 대학원은 그동안 고급 연구와 학문의 자유의 상징이었지만, 최근 정부의 대학 연구비 삭감, 대학 행정부 공격 등으로 인해 국제 학생들의 신뢰가 급격히 하락했다”며 “다른 유학 목적지에 비해 미국의 시장 점유율이 2025년 1분기에 21% 감소했다”고 전했다.

대학가에 내수 경제까지 '비상'
이러한 유학생 감소 흐름은 대학 재정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학생 수가 줄어들면 핵심 재원인 등록금 수입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캘리포니아 남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는 아시아 유학생 감소가 2억 달러(약 2,7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주된 원인이라 밝힌 바 있다. 애리조나주립대학 총장도 “비자 지연이 팬데믹보다 파괴력이 크다”고 토로했다.
유학 수요가 줄어들면 단순 대학가를 넘어 미국 경제도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 유학생이 미국 내수를 떠받치는 주요한 축 중 하나인 탓이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2024년 F·M 비자 등을 취득해 미국 대학에 다니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112만6,690명에 달했다. 이는 미국 전체 학생 수의 5.9%에 해당하는 수치다.
NAFSA는 2023~2024년 유학생들이 등록금과 주거비, 생활비 등을 포함해 연간 미국에 430억 달러(약 59조원)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줬으며, 유학생들의 소비가 미국에서 37만8,175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추산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월 “지난해 미국은 천연가스와 석탄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교육 서비스를 전 세계에 팔았다”며 “(미국은) 이 부문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