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리셋 없는 일본 외교, 다카이치의 선택은 통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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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대미 중심 외교 고착, 유연성보다 안정 선호 일중 대화는 지속되나 전략적 불신은 여전 교육·기술 협력, 구조적 리스크 관리가 관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일본에서 중국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수치는 일본 사회가 얼마나 강경한 외교 기조에 익숙해져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다카이치 총리에게 ‘관계 개선’이 아닌 ‘질서 있는 통제’가 유력한 선택지로 떠오르는 이유다. 이미 구조가 굳어진 일중 관계에서 지도자의 재량 폭은 제한적이다. 변화의 여지보다 관리의 필요가 앞선다.
유권자 역시 유연한 접근보다 단호한 태도를 선호한다. 외교적 ‘리셋’이라는 기대는 설득력을 잃었다. 오랜 불신과 얽힌 이해관계를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지금의 과제는 불안정한 평형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형태로 유지하느냐다. 동시에 경제·교육·연구 협력이라는 필수 연결고리를 흔들림 없이 지켜낼 수 있는지도 향후 외교 전략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굳어진 일중 관계, 통제 중심의 신질서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고, 중국 외교관의 위협적 게시물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최근 10여 년간 사회 전반에 축적된 공감대가 반영된 대응이다.
유권자에게는 내각의 권위 강화와 안보 원칙 수호로 읽혔다.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한 선택이라 해도, 지지층은 ‘입장이 분명한 정부’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PEC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언급했지만, 이는 관계 개선과는 거리가 있다. 최소한의 소통채널을 유지하자는 신호에 가깝다. 일본은 희토류·동중국해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은 연락선 유지 필요성을 인정했다.
전략적 불신은 여전하다. 그러나 무역·공급망이라는 현실적 요인이 양국을 묶고 있다. 과거 정부의 고위급 접촉도 민심과 안보 인식을 바꾸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 기반 위에 억지력이라는 층을 하나 더 쌓은 셈이다.

주: 일본의 대중(對中) 호감도는 2018년 17%에서 2023년 11%로 하락한 뒤 2025년 13%로 소폭 반등했으나,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
지속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대미 우선 전략의 선명한 지속
다카이치 총리의 첫 방문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었다. 일본 외교의 중심축이 어디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후 관세, 핵심 광물, 산업 협력에서 양국 간 합의가 이어졌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대규모 투자 패키지 재협상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기존 대미 우선 전략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 정책의 명확성과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기업과 대학의 중장기 계획도 그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반도체·AI·핵심광물 분야에서의 협력은 이미 구조화 단계에 들어섰다. 방위 전략도 같은 길을 걷는다. 일본은 FY2027까지 총 43조5,000억 엔(약 391조원)을 투입해 방위력 강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며, 2025년 예산 역시 증액될 전망이다. 스탠드오프 미사일, 우주·사이버 역량, 물류 인프라 강화는 안보와 기술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다. 중국과의 ‘조용한 타협’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런 조치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예고된 연속이다. 학교·연구기관에는 파트너 검증과 준수 의무 강화가, 기업에는 핵심 기술 투자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주: 일본의 상품 교역에서 중국 비중은 20%, 미국은 15.1%로, 중국이 최대 교역국 지위를 유지했다. 이는 정책적 경성 메시지와 달리
경제적 상호의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남아·한국에는 이중적 신호
동맹이 일본 외교의 닻이라면, 동남아는 전략적 스윙 스테이트다. 일본은 2024년 필리핀과 상호 접근 협정을 체결했고, 양국 의회는 비준 절차에 돌입했다. 일본의 공적 안보 지원은 해상 감시 레이더, 고속단정, 순찰정 등으로 ASEAN을 향한다.
해상 안보 위험이 큰 국가는 이를 환영하지만, 전략적 중립을 선호하는 국가에는 부담이다. 지역 반응이 복합적인 이유다. 일본은 강경과 실용을 병행한다. 동맹국에는 명확한 지원을, 인도네시아 같은 주요 파트너에는 실용적 접근을 취한다. 미국식 압박과는 결이 다르다. 안보와 경제·기술 협력을 패키지로 묶는 방식이다. ASEAN–일본 AI 공동창출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과의 외교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첫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와 한·미·일 3각 협력을 재확인했다. 이는 북한과 공급망 문제 대응에서 혼선을 줄이고 억지력을 높인다. 다만 역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상호 기피되는 분위기다. 실용 협력이 현재 양국 모두가 수용 가능한 현실적 접점이다.
기술·교육 분야의 구조적 리스크 관리 필요
안보와 경제는 별개로 보기 쉽지만, 일본·중국 관계에서는 두 영역이 밀접하게 맞물린다. 중국은 일본 전체 무역의 20%를 차지한다. 이는 일자리, 학생 교류, 연구 협력의 기회이자 리스크다. ‘탈중국’ 흐름이 진행 중이라 해도, 단기 전환은 어렵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정치적 긴장과 경제적 연결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즉흥적 대응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 파트너 검증 강화, 이해충돌 방지, 수출통제 교육은 기본이다. 동시에 ASEAN과 인도를 중심으로 교류를 넓혀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긍정적 변화도 있다. 일본 외교에서 교육·연구 협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ASEAN–일본 정상회의는 AI, 양자 기술, 반도체, 재난 보건, 청년 교류를 협력 의제로 제시했다. 이는 외교 수사가 아니라 충돌 시 긴장을 완충하는 장치다. 향후 장학금, 언어 프로그램, 공동연구소에는 지속적 예산이 필요하다. 대학은 중국 관련 프로그램을 정밀하게 운영하고, 비자·데이터 이전 차질 등 비상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No Reset: Takaichi’s First Moves Lock In the New Normal of Japan-China Relation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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