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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글로벌화 역설이 불러온 지역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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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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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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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익의 이동성 편중 심화
인재 유출로 지역 기회의 기반 축소
이동성·보험·생산성 중심의 정책 재설계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화는 여전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이동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변화의 템포가 엇갈릴수록 지역 간 격차는 커지고, 소외감은 정치적 분노로 이어진다. 유럽연합(EU)의 노동비용 격차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시간당 노동비용은 불가리아 10.6 유로(약 1만5,000원), 룩셈부르크 55.2 유로(약 7만8,000원)로 벌어지며 자본과 기업의 이동 방향을 더욱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

이 흐름은 고숙련 인력이 생산성이 높은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경향을 더욱 강화했다. 반대로 남은 지역은 기회 축소와 공동화 압력을 먼저 맞고 있다. 경제적 손실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기회 부재’ 신호가 누적되며 지역의 정서적 불안은 한층 짙어졌다. 이런 과정이 겹치면서 글로벌화는 경제 논리를 넘어 정치적 균열의 기제로 자리 잡는 중이다.

이동성 차이가 만든 지역 간 체감 격차

이러한 균열은 이동성의 차이에서 더 선명해진다. 성장 지역으로의 이동은 주로 젊고 고숙련인 집단에서 시작됐고, 남은 지역은 인재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경제적 기반이 약화됐다. 2022년 EU에서는 460만 명이 역내 파견 근로자로 이동했고, 매일 180만 명이 국경을 넘어 출퇴근했다. 기업에는 합리적 선택이지만, 이동성이 낮은 지역 주민에게는 상실 신호로 작용했다.

핵심 도시는 프랑크푸르트·암스테르담처럼 인재와 투자가 몰리며 성장 허브로 강화됐고, 남부 이탈리아와 동유럽 일부 지역은 저성과 지역으로 굳어졌다. 격차는 소득·정치 성향·생활여건 전반에서 확대됐다. 이러한 구조적 압력은 정치적 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EU 국가별 강경 유럽회의주의 정당 득표 비중 변화(2004~2008년 대비 2020~2023년)
주: 득표 변화는 탈산업화 지역과 통근권에서 크게 늘었고, 고숙련 지역에서는 변동이 작았다.

성장 허브 가속과 주변 지역 위축, 글로벌화의 또 다른 얼굴

성장 허브가 확장되며 주변 지역의 일자리는 더 빠르게 줄고 있다. EU의 2024년 평균 노동비용은 33.5 유로(약 4만7,000원)지만, 불가리아·루마니아 등은 여전히 저비용 지역에 머문다. 기업은 반복 업무를 저비용 지역으로 옮기고, 고숙련 업무는 고임금 중심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높인다.

그 결과 주변 지역의 기회는 지속적으로 축소된다. 미국도 중국발 수입 경쟁 이후 일부 지역에서 임금·고용이 동시에 감소했고, 팬데믹 이후 교외 빈곤 확대로 ‘도시는 위험, 교외는 안정’이라는 기존 구조는 흔들렸다. 제조업 도시·교외 물류·원격 노동이 얽히면서 정치적 균열은 더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화의 확산이 ‘기회 재편의 속도’를 통해 지역의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글로벌화, ‘업무 이동’이 불러온 충격

2020년대 글로벌화는 상품이 아니라 업무가 이동하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백오피스·개발·사무직의 해외 이전)이 저숙련 노동자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다고 지적한다. 이제는 클라우드 협업과 원격 개발로 고숙련 사무직까지 즉시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고 있다.

이 변화는 투자 흐름에도 반영된다. 2023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2,300억 달러(약 311조원)를 유치하며 개발도상국 최대 투자처가 됐다. 일본은 인도·동남아로 공급망을 넓히고, 한국은 베트남 전자 산업의 핵심 투자국이 됐다. 인도의 글로벌 역량센터(GCC)는 2024년 650억 달러(약 88조원)에서 2030년 1,000억 달러(약 135조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업무 이동이 선진국 중위임금 사무직을 직접 압박하면서 지역의 세수 기반과 사무시설 수요가 약화되고, 이는 정치적 균열 심화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흐름이 되고 있다.

EU 회의론 성향 지역의 경기 충격 이후 지표 변화
주:긴축 충격 이후 EU 회의론 성향 지역에서 1인당 GDP와 고용이 더 크게 약화됐고 생산성은 일시 반등 후 둔화되었다.
인구는 정체되며 고숙련 인력 유출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재설계

이런 구조적 압력을 완화하려면 이동성·보험·생산성 중심의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 첫째, 이동성 측면이다. OECD는 자본·노동·서비스 통합이 강화돼야 단일시장의 이익이 확산된다고 분석한다. 자격 인정 간소화, 휴대 가능한 연금, 국경 간 채용 기준 표준화가 핵심이다.

둘째, 근로자 보험이다. 실직 후 소득을 보전하는 임금보험이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완충 장치가 된다. 여기에 재훈련, 통근 인프라(철도·브로드밴드), 기업 연계 견습 프로그램을 결합하면 일자리와 사람의 거리를 줄일 수 있다.

셋째, 공공투자의 재편이다. EU 결속기금은 지역 미관보다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 보호주의가 소득을 낮춘다는 연구가 반복되는 만큼, 연구·조달·기술 확산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

EU 내부의 5배 임금 격차는 실패가 아니라 경제적 유인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기업은 유인을 따라 움직이고, 이동성이 낮은 지역은 그 여파를 흡수한다. 업무가 몇 초 만에 국경을 넘는 시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분노는 축적된다. 성장은 시간이 걸리지만, 분노는 빠르게 쌓인다. 지역 성과 저하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이동성 기반의 분류 구조를 유지하되, 완충과 접근 경로를 조정할 때 글로벌화는 분노의 구조에서 신뢰의 체계로 전환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Globalization and Jobs: why “left-behind” places produce angry politics, not just lower GDP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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