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미국에 돌아온 트럼프의 칼날, 기업·소비자 관세 부담에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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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美 기업·소비자가 대부분 부담 美 CEO 89% "향후 3년 실적 타격" 전망 R&D·공장투자 올스톱, 준수비용만 수백억 달러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별 차등 고율체계로 재편한 관세 정책이 미국 기업·소비자·교역국 전반을 압박하며 글로벌 경제에 복합적 충격을 가하고 있다. 과거 단일 관세 구조를 찢어놓은 듯한 복잡한 관세 체계는 미국 기업의 비용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며 투자·생산·가격정책 전반에 왜곡을 초래하고 있고,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실정이다. 나아가 일본 등 주요 교역국에서는 대미 수출 둔화와 생산 차질이 본격화되며 관세 충격이 경제지표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제품 혁신·신규 채용·성장에 투자 못해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부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개리 샤피로는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미로와 같고 들쑥날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는 미국 CEO 대부분을 지치게 만든 한 해였다. 트럼프 관세에 경영진들이 투입한 시간의 수준은 막대했다"며 "그런데 그들은 혁신이 아닌, 관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비판했다. CTA는 아마존, 월마트, AMD 같은 메이저 브랜드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 스타트업도 포함하는 1,300개 회원사를 가진 이익 단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몇몇 국가를 빼고 모든 수입품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했던 수십 년 된 시스템을 수입품의 원산지에 따라 아주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는 훨씬 더 복잡한 시스템으로 대체함으로써 미국의 관세 규정을 갈기갈기 찢어 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대부분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하던 수십 년간의 관세 시스템을, 수입 제품 원산지에 따라 관세율이 천차만별인 복잡한 체계로 바꿨다. 예를 들어 과거 대체로 5%의 균일한 관세율이 적용되던 산업용 제품은 현재 유럽연합(EU)이나 일본산은 15%, 노르웨이와 다수 아프리카 국가는 20%, 동남아시아 국가는 24~25%, 인도·브라질·중국산은 5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 같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미국 기업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미국 금융 중심지 월가에서부터 일반 지역 경제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복잡한 관세 체제를 준수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CEO 설문조사에서도 관세가 최대 문제라는 인식이 뚜렷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KPMG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CEO 89%는 관세가 향후 3년간 자사 실적과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응답자 86%는 필요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 가격을 인상해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이 조직 전반에서 관세 관련 논의에 시간의 30~60%를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미국의 감세 정책을 통해 앞으로 10년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감세 효과도 관세 부담으로 인해 상당 부분 상쇄될 것으로 관측된다. 밀켄연구소의 매튜 알레시어 디렉터는 “기업들이 겪는 혼란은 코로나19 초기 상황에 비교될 정도”라며 “기업들이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탓에 공장 신설, 장비 투자, 연구개발(R&D) 확대 등 장기 전략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업들은 관세로 최소 1조2,000억 달러(약 1,750조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이며, 이 중 3분의 2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추산된다.
고물가·소비 양극화에 성난 민심
실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된 관세는 이미 미국 국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하버드대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 연구팀이 미국 온·오프라인 소매업체를 상대로 35만9,14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관세 부과가 시작된 지난 4월 이후부터 수입품 가격은 평균 4%, 국내산 제품은 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발로 교수는 “관세로 인한 대부분의 비용을 미국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으며, 소비자 가격으로의 점진적인 전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폭이 관세율보다는 낮다는 점에서 수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팀은 외국 수출업자들이 달러 약세에 힘입어 미국 구매자들에게 달러 기준 판매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카발로 교수는 "기업들이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커피 등 품목이나 튀르키예 등 고율 관세가 부과된 나라에서 수입된 상품에서 가격 상승폭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중국, 독일, 멕시코, 튀르키예, 인도 등에서 온 제품의 가격이 상승했다. 연구팀은 현 시점에도 월 300억 달러(약 43조원) 규모의 관세를 어떻게 부담할 지를 놓고 수출업자, 수입업자, 소비자 간에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 대한 관세 비용 전가가 계속되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관세는 소비 양극화를 더욱 극대화 시키는 기폭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맥도날드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 증가했지만, 정작 주 고객층인 저소득층의 매장 방문은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고소득층 방문은 저소득층 이탈 분을 거의 그대로 메우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의 이런 추세는 가격 인상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맥도날드 메뉴 평균 가격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급증으로 가격이 크게 뛰었는데, 여기에 고율관세가 겹쳐 수입 원자재·식자재 가격이 또다시 상승 압력을 받은 것이다.
소비 양극화는 항공·숙박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델타항공의 2분기 일반석 매출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반면, 프리미엄석 매출은 5% 증가했다. 부유층의 소비 여력은 늘어난 데 반해 서민층의 지출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호텔업계도 고급 브랜드 매출은 2.9% 늘어난 반면, 저가 호텔 매출은 3.1% 감소했다.
이는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근원적 문제인 소득 불평등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지니계수는 세전 소득 기준 0.49로 20세기 초 이래 최고 수준이다. 1970년대의 0.4보다 0.09 포인트나 높으며, 1920년대 미국 대공황이 발발했던 때와 유사하다. 일부 경제학자는 높은 불평등이 전쟁이나 경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아울러 소득 불평등은 정치 양극화와 결합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관세뿐 아니라 대규모 감세법(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도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일대의 예산연구소(Budget Lap)에 따르면, 관세와 OBBBA의 복합 효과로 소득 하위 10%의 가계소득은 7% 감소하는 반면, 상위 10%의 가계소득은 1.5%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日, 수출 감소에 마이너스 성장
미국 교역국들도 관세 부담으로 타격을 입긴 마찬가지다. 이미 일본에서는 관세 부과 충격이 경제 지표를 통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내각부가 1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 분기보다 0.4%, 연율 환산 기준으로는 1.8% 감소했다. 미국 관세 인상으로 자동차와 부품 부문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일본은 5,500억 달러(약 8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포함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승용차 관세를 기존 27.5%에서 15%로 낮췄으나 이 관세율 역시 일본 경제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로써 일본 경제는 작년 1분기 이후 6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스테판 앙그릭 일본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을 앞두고 미국 내 선제 구매로 나타났던 모멘텀이 현재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수출 감소세가 일본 내 기업들, 특히 자동차 제조업체들을 비용 절감 모드로 전환하게 만들면서 일자리 창출 둔화, 투자 감소, 임금 인상폭 축소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뿐 아니라 다른 교역국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올해 7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전 세계 60여 개 주요 기업이 발표한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미국 관세로 올해 210억~229억 달러(약 30조~33조원), 2026년에는 150억 달러(약 22조원)가량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5월 로이터가 예상한 수치보다 소폭 오른 것으로, 특히 자동차 업체의 부담이 급증했다. 일본 토요타(95억 달러·약 14조원), 미국 포드(30억 달러·약 4조5,000억원)는 물론, 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 유럽 완성차 업체도 손실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기업은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대미 투자를 늘려 관세 부담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상당한 비용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