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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탄] ‘정당성’ 시험대 오른 트럼프 관세 정책, 법원·시장 모두 회의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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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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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공개변론 진행, 불리한 조짐
“국민 관세 배당” 포퓰리즘 메시지
시장은 관세 조치 기각 가능성 무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고율 상호관세가 연방대법원 심리에 돌입하면서 법조계와 시장 전반에서 패소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공개변론 질의에서 대법관들은 법 해석과 조세권 침해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며 트럼프 행정부 논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전 국민 관세 배당안을 꺼내 들며 급히 여론전에 나섰지만, 관세 수입과 재정·입법 구조상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 역시 관세정책의 지속성보다 법적·제도적 제약이 우선 작동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뒤집히나

17일(이하 현지시각) 현지 법조계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와 관련한 3건의 소송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했다. 이번 사안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해 변론하는 법무 차관보에 기용된 존 사워는 이날 변론에서 “대통령은 대외무역과 관련해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으며, 관세 역시 수입 규제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조세 부과권이 의회에 있다는 사실이 앞선 재판에서 명확해진 만큼 외국과의 무역을 규제하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이에 닐 고서치 대법관은 ‘외교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사워 차관보의 발언을 언급하며 “그럼 의회가 대통령한테 원하면 언제든 관세 부과를 포함해 대외무역 규제와 관련한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그렇다면 의회가 대외무역 규제와 관련한 모든 권한, 같은 맥락에서 전쟁선포권까지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걸 막을 수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워 차관보는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이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채 말끝을 흐렸다.

이날 변론에는 고율 관세로 피해를 호소해 온 미국 내 수입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이끄는 주정부의 소송이 한데 묶여 올라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밀어붙여 온 ‘고율 상호 관세’ 전략 전체의 명운을 가늠하는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연방대법원이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제기된 세 사건을 한꺼번에 심리 대상으로 올린 것 자체가 이번 관세 소송을 단순한 개별 기업 분쟁이 아니라 대통령 권한과 입법 권한의 경계를 따지는 헌법 사건으로 규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모두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국제무역법원은 지난 5월 28일 재판부 전원 일치(3대 0) 의견으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이 대통령에게 전 세계를 상대로 보복적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제한 권한’을 위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8월 29일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도 7대 4로 “이 법은 수입 규제 권한은 인정하지만, 조세 부과권까지 대통령에게 넘긴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두 법원 모두 무역적자나 마약 유입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은 수긍했으나, 이를 IEEPA가 상정한 ‘비상하고 예외적인 사태’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벗어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미국 안팎의 이목은 연방대법원으로 쏠렸다. 그간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아 왔다. 9명의 종신직 대법관 중 무려 6명이 보수 성향을 띠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 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것이란 관측에서다. 그러나 이번 변론에선 사워 차관보에게 공세적인 질문이 쏟아지며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 관련 발언을 문제 삼은 고서치 대법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직접 임명한 인물로, 정통 보수파로 분류된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 스코투스블로그는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며 “대다수 대법관은 고율 관세가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원고 쪽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이번 소송의 파급력을 감안해 신속히 판결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하급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거둬들인 고율 관세를 모두 반환해야 한다. 이는 곧 출범 1년도 지나지 않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정책 근간이 흔들리는 정치적 타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에도 불구하고 첫 심리에서부터 이와 같은 신호가 포착되면서 미국 정계 안팎에선 “구성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 측에) 유리하지만, 전개되는 흐름으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재판”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당성은 뒷전, 여론 선점에 급급

이처럼 재판을 둘러싼 기류가 원고 측에 우호적으로 흘러가자, 트럼프 행정부는 급히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관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공언하고,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미국인에게 1인당 최소 2,000달러(약 290만원)를 지급하겠다는, 이른바 ‘관세 배당’ 구상을 반복해서 내놓고 있다. 나아가 관세는 미국 경제 호황의 동력이며, 37조 달러(약 5경4,000조원)에 이르는 국가부채 상환의 재원이 됐다는 주장도 함께 피력 중이다. 이는 관세를 둘러싼 논쟁을 ‘강한 대통령 대 관세를 막으려는 세력’이라는 구도로 옮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를 대법원 심리와 노골적으로 연결시켰다. 그는 “대법원은 이런 얘기를 듣지 못했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고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관세 정책의 성과를 앞세워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소송이 IEEPA 해석과 조세권 위임 범위를 따지는 헌법 사건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관세를 ‘국가안보를 위한 선택’이자, ‘국민에게 현금이 돌아가는 정책’으로 포장하는 데 집중하는 양상이다. 자신이 추진한 고율 관세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었다는 서사를 반복하며 지지층 결집과 여론 선점에 나서는 방식이다.

그러나 관세 배당 구상은 효과에 견줘 제도적·재정적 제약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배당안을 두고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 판결이 정부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의 관세 환급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 수입업자들에게 큰 ‘횡재’가 돌아갈 것”이라며 “대법원이 그런 혼란을 자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이처럼 관세 배당과 환급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는 상황은 관세 수입의 쓰임새를 둘러싼 청사진이 아직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았다는 방증에 가깝다.

관세 지속 가능성↓ 공급망 리스크 완화 기대↑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와 달리 글로벌 시장은 원고 측의 승소를 강하게 예견하는 모습이다. 주요 트레이딩 플랫폼들은 트럼프 관세가 유지될 확률을 약 23%로 평가했고, 폴리마켓 투자자의 77%는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를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기대치를 넘어 글로벌 교역 구조와 비용 체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계의 손익 계산이 반영된 판단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확대해 온 지난 10개월 간의 경로를 반영한 결과기도 하다.

이 같은 회의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환불액 발언이 시장과 괴리되는 방식으로 급변한 문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10시간 간격으로 환불액을 2조 달러(약 2,900조원)에서 3조 달러(약 4,350조원)로 끌어올리며 “국가 안보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추산치는 이와 전혀 다르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취임 이후 10개월간 징수된 관세 규모는 890억 달러(약 130조원)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3조 달러는 실무 추산 대비 최대 30배 이상 부풀려진 수치로, 재정 리스크 평가 요소로서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의미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시장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원고 측의 승소와 관세 무효화로 굳어질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국면이다. 관세가 기각될 경우 환급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45조원) 수준에서 관리 가능하다는 실무 판단과 해운·물류업계의 공급망 안정 기대, 트레이딩 플랫폼의 압도적 베팅 결과까지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은 관세 정책의 지속 가능성보다 법적·제도적 제한을 중심에 놓고 있다. 법적 현실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메시지보다 우선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시장은 이제 ‘패소 이후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단계에 접어든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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