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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중국발 의존 구조, 각국의 대응은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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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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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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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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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글로벌 의존 구조 심화
선진국 산업 흔들리고 개도국 재정 압박 커져
오픈소스 AI 확산 속 국가별 회복력 시험대 올라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제조·금융 영향력이 세계 경제를 공동 의존 구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2023년 중국 제조업 비중은 29%에 달했고, 개발도상국 부채 보유액은 최소 1조1,000억 달러(약 1,474조원)에 이르렀다. 이 두 축은 북미·유럽 산업과 아프리카·아시아 재정을 동시에 압박하며 각국의 정책 선택 폭을 좁히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비자 가격·청정에너지 전환·개발도상국 예산까지 동일한 공급원에 묶이는 현상도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산 부품과 자재는 전기차·태양광·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는 존재로 자리 잡아 의존 구조는 쉽게 제거하기 어렵다. 이 같은 구조는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산업·재정·기술 전반에 걸쳐 국가 기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이 영향력은 제조·금융을 넘어 오픈소스 인공지능(AI)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의존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각국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중국 기술이 표준처럼 자리 잡는 흐름이 넓어지면서 대응 패턴 역시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제조와 부채 결합이 만든 공동 제약의 확대

중국의 제조력과 대출 역량은 각국 산업전략과 재정운용 전반을 제약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값싼 제품 공급과 대규모 대출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산업·재정의 두 축에서 압력이 겹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조업 기반이 취약해진 국가일수록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다.

2023년 중국 제조업 비중은 29%로 미국·일본·독일·인도를 모두 합친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 윌리엄앤메리대학 연구소의 에이드데이터(AidData)가 집계한 2000~2021년 개발금융 자료에서도 165개국에서 20,000여 프로젝트, 1조3,400억 달러(약 1,796조원) 규모의 자금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숫자는 중국이 단순한 무역 파트너를 넘어 글로벌 인프라 자금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이 구조는 북미·유럽 공장이 중국산 부품 없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을 낳았다. 공급선이 좁아진 만큼 투입재 가격 조금만 변해도 생산량과 공장 가동률에 즉각적인 변화가 생긴다. 아크라·이슬라마바드 재무장관들이 롤오버(roll-over, 기존 채무 만기 연장 또는 재융자)와 구제금융에 의존해 예산을 조정해 왔다는 점은 중국발 금융 의존이 현실 정책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 잡았는지 보여준다.

국가별 경제 규모나 개발 단계는 달라도 동일한 제약을 공유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선진국·개도국 모두가 중국 의존 심화를 피하기 어려운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의 제조·에너지·대외금융 영향력 지표
주: 중국의 제조 비중, 청정에너지 투자 비중, 부실 위험 대외대출 비중이 모두 높게 나타난다.

선진국 산업 의존 심화 구조

선진국 제조업의 약화는 중국의 규모 경쟁력과 보조금 정책이 맞물리며 심화됐다. 값싼 중국산 제품은 물가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부담도 동시에 남겼다. 소비자는 이익을 얻었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경쟁 조건이 더 불리해진 셈이다.

‘중국 쇼크’ 연구는 1999~2011년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 100만 개와 전체 일자리 240만 개가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유럽도 관세·반덤핑 조치를 동원했지만 자동화·규모·국가 지원이 결합된 중국 생산력 확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서방 제조업은 핵심 부품 상당 부분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한 부문의 경색만으로도 전체 생산 라인이 흔들릴 위험이 상존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풍력·태양광 설치 규모도 세계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산업 기반 약화에도 불구하고 가격·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다시 중국산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산업 의존은 궁극적으로 재정·공급망·기후 대응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되며 제약 강도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개도국 부채·구제금융 압력 누적

개발도상국은 중국의 인프라 투자로 단기 성장 효과를 얻었지만, 대출 중심 구조가 고착되며 부채 부담이 크게 늘었다. 부채가 커질수록 정책 여력은 줄어들고, 중국과의 협상력도 낮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AidData는 개발도상국의 중국 부채가 최소 1조1,000억~1조5,000억 달러(약 1,474조~2,010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한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팀은 2022년 기준 부채의 60%가 부실 위험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많은 국가가 부채 상환 비용을 위해 교육·보건·기후 대응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인 것이다.

중국은 2000~2021년 동안 2,400억 달러(약 322조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호주 Lowy Institute는 가장 가난한 75개국이 2025년에만 220억 달러(약 29조원)를 상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재정이 취약한 국가일수록 자원·토지·미래 수익을 담보로 잡히는 사례가 늘고 있어 장기적인 정책 자율성도 제한될 수 있다. 성장과 제약이 동시에 전개되는 이 구조는 디지털 분야에서도 유사한 압력을 만들어내며, 국가 운영체계 전반에 중국 의존의 확대 기반을 형성한다.

중국의 구제금융 증가 추이 (2000–2021)
주: 중국의 구제금융은 2016년 이후 급증했으며, 2000~2015년 550억 달러(약 73조원), 2016~2021년 1,850억 달러(약 246조원),
전체 2,400억 달러(약 319조원)에 이른다.

오픈소스 AI 확산이 소프트웨어 표준까지 장악하는 흐름

더 나아가 중국 오픈소스 AI는 물리적 인프라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며 기술 표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성능·비용 경쟁력이 뛰어나 개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부터 중견 IT기업까지 폭넓게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테크와이어아시아(TechWire Asia)는 2025년 DeepSeek과 Alibaba 모델이 주요 벤치마크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전한다. DeepSeek R-시리즈는 질의당 비용이 미국 모델보다 크게 낮아 초기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Reuters) 역시 Alibaba Qwen 2.5-Max가 서구 주요 모델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중국 IT기업 바이두는 Ernie 생성형 AI 모델의 오픈소스를 추진 중이며, 알자지라는 미국 스타트업들이 성능·비용 측면에서 중국 모델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의 표준이 중국 기술 스택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기반 데이터센터·전산망 위에 중국 AI까지 결합되는 구조에 놓이며, 소프트웨어 의존이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각국이 기술·보안·데이터 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한층 강하게 만든다.

회복력을 기반으로 선택권을 넓히는 대응 전략

이처럼 중국의 영향력은 제조·금융·디지털 전반으로 확대돼 있어 단일 대응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완전한 디커플링은 공급망 충격을 키워 현실적 대안으로 보기 힘들며, 각국은 단절보다 위험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중국산 핵심 투입재가 중단될 경우를 대비해 산업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기술 인력 양성·R&D·전력망 투자는 산업 기반을 재건하는 핵심 요소다. 중국 보조금 구조와 공급망 왜곡에 대한 투명성 확보는 자국 기업이 처한 경쟁 환경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근거로도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은 협력을 유지하되 협상력을 높일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대출 조건 공개, 담보 요구 제한, 다자기구 공동 구조조정 등은 정책 자율성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다. 중국 AI·디지털 플랫폼은 국가 운영체계의 기본값으로 두기보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설정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국은 세계 제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개발도상국 부채 1조 달러(약 134조원) 이상을 보유한 국가다. 앞으로 각국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중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력 속에서도 선택권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추는 데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eyond Winners and Losers: Rethinking China’s Global Economic Influen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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