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COP30, 시장이 움직이는 감축 체계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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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 속도와 가격 신호의 간극 확대, 실행 기준 마련이 최우선 과제 탄소 가격 하한·CBAM 보완·성과 기반 참여로 공급망 전환 논의 금융·책임 재편을 통한 저배출 교역 체계 구축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28%가 탄소 가격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이번 세기 후반 지구 평균기온은 2.5~3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행 가격 신호만으로는 감축 속도를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탄소 가격의 확산이 과학계가 제시하는 감축 경로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 격차는 점차 커졌고, 이 문제가 올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COP30은 목표 발표 이상의 실질적 제도 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수입 단계의 탄소 비용 등 개별 제도가 분리돼 운영되는 구조로는 공급망 전체의 탈탄소 전환을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 제도들을 하나의 일관된 무역 기준으로 묶어, 교역 흐름이 감축을 방해하지 않고 촉진하는 방향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이 논의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실행을 둘러싼 불신과 공급망 과제
이번 정상회의는 각국이 감축 계획을 반복적으로 내왔음에도 가시적 성과가 부족하다는 비판 속에서 열린다. 개최지 벨렝은 아마존의 관문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브라질이 해상 유전 개발을 병행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과 숙박 인프라가 제한적인 도시가 대규모 대표단을 수용해야 한다는 현실적 부담이 함께 부각됐다. 이러한 여건은 준비 과정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고, 이는 실행보다 발표가 앞섰던 최근 흐름에 대한 국제적 불신과 맞물려 회의 개막 직후 비판으로 확산됐다.
감축 논의의 무게중심도 개별 국가에서 글로벌 공급망으로 이동했다. 철강·시멘트·비료·해운·데이터센터 등 주요 산업의 배출이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서로 얽혀 있어 단일 정책만으로는 실질적 감축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후 목표 제출 지연 역시 불확실성을 키웠다. 공식 제출 기한을 지킨 국가는 전체의 10%에 미달했고, 비공식 연장 기간 동안 제출된 국가별 감축목표(NDC)는 64건에 그쳤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분의 1만 반영한 수준으로 투자와 정책 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COP를 둘러싼 논의가 로비 활동 확대나 협상력 격차와 같은 주변 이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 총회의 본질적 과제는 공급망 전반에서 감축을 이끌 수 있는 국제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다.

주: 탄소 가격 적용 범위 (X축), 비중(Y축)/직접 탄소 가격 적용 배출 비중(연한 빨강), 면제·무료할당 제외 후 실효 탄소 가격 적용 배출 비중(진한 빨강)
탄소 가격 하한제와 수입단계 탄소비용 반영
탄소저감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 수준별 탄소 가격 하한선을 도입하고, 이를 이행할 경제권 중심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기준은 고소득국 1톤당 75달러(약 11만980원), 중간소득국 50달러(약 7만3,200원), 저소득국 25달러(약 3만6,600원)다. 국가는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 등 자국 제도를 통해 이 수준을 충족할 수 있으며, 참여하지 않을 경우 수입 단계에서 탄소배출을 반영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저배출 생산이 입증되면 감면이 적용된다. 탄소 가격제를 통해 조성되는 재정은 연간 1,000억달러(약 146조4,000억원)을 넘어섰고, 국가별 여건을 반영한 하한제는 상당한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돼 왔다.
수입품의 배출량을 비용에 반영하는 대표 사례는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이 제도는 수입품의 배출량을 신고하고 단계적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COP30에서는 두 가지 실무 조정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첫째, 수출국이 여러 국가의 기준을 각각 충족해야 하는 중복 절차를 없애기 위해, 단일 인증으로 주요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하는 체계 구축이 거론된다. 둘째, CBAM으로 조성된 재원의 일부를 기준으로 충족한 저소득 수출국에 환류해 설비 교체와 전환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는 탄소비용을 부담으로만 보지 않고 생산 전환을 촉진하는 장치로 활용하자는 취지다.
또한 교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제품별 배출 산정 기준을 통일할 필요성도 부상하고 있다. 현재 국가별 기준이 달라 배출량 비교가 어렵고 감축 실적을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정 방식이 정비돼야 기업이 실제 감축을 선택할 유인이 강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연도(X축), 수입 금액(Y축)
미국의 제도 참여를 위한 현실적 경로
미국은 연방 차원의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대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의 가격 신호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여건을 고려하면 미국이 글로벌 탄소 가격제에 즉각 참여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COP30에서 성과 중심 참여 방식이 허용될 경우 미국 기업에도 진입 경로가 열린다. 핵심은 가격제 보유 여부가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검증받는 것이다. 철강이나 시멘트 등 고배출 산업에서 배출을 낮춘 공정을 적용했고 그 결과가 공식 검증으로 확인될 경우 탄소 관련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아도 기업 차원의 감축 실적으로 협의체 참여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 접근은 제도 간 차이를 보완하는 결과 기준 연계 방식으로 평가된다. 감축 실적은 제3자 검증으로 확인돼야 하고 허위 보고에는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
미국이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분야별 협력도 검토되고 있다. 철강·시멘트 분야에서는 공공 조달에서 저배출 제품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 해운 부문에서는 선박 연료의 탄소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배터리 산업에서는 원료 단계부터 제조까지 배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 등이다. 이러한 기준 정비만으로도 미국 내 투자 흐름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투자는 이미 화석연료 투자 규모의 약 두 배에 달하며, 기준이 정비될 경우 신규 공장과 항만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COP30이 탄소 가격 하한제, CBAM 재원 환류, 성과 기반 참여 등 다양한 제도를 포괄하는 틀을 마련할 경우 미국의 정치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미국 시장을 협의체 안에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 지원과 무역상의 책임
교역 기반 감축 체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원과 국가 간 책임 분담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 전 세계 화석연료 소비 보조금은 2022년 이후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매년 수천억 달러 규모이고, 환경·건강 피해까지 포함한 총비용 기준으로는 7조달러(약 1경248조원)에 이른다. 일부만 조정해도 탄소 가격제와 수입 단계 탄소비용을 통해 확보되는 재원과 결합해 저소득 수출국의 설비 전환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가 마련된다. COP30에서는 탄소 관련 수익의 일정 비율을 탈탄소 수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금으로 자동 배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공급망 전반의 전환 비용을 낮추고 청정 원자재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교역 과정에서의 배출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4분의 1은 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가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교역 규모가 큰 수입국이 배출 발생지와 관계없이 일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는 여기에 기반한다. 반면 수출국은 생산 공정을 어떤 기준으로 언제까지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전환 시점을 예측할 수 있어야 기업이 설비 투자나 공정 개선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구를 반영해 COP30에서는 탄소배출 산정 방식의 통일, 생산·운송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제품 여권 도입, 저배출 제품을 우선 처리하는 통관 절차 개선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통관 지연과 금융 비용을 줄이고 개발도상국의 기술 접근 및 시장 진입을 넓히는 효과가 있다.
COP30이 국가 간 제도 차이를 줄이고 탄소 가격 하한, 검증 가능한 기준, 감축 성과를 인정하는 무역 기준을 마련한다면 감축 체계는 실행 단계로 전환될 수 있다. 핵심은 모든 국가의 동의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저배출 생산을 시장의 기본 조건으로 만드는 데 충분한 규모의 참여국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러한 구조가 자리 잡으면 무역과 금융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저탄소 제품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며, 이후의 기후 지표도 온도 상승이 아니라 탄소비용을 반영하는 교역의 확대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ake Markets Do the Work: COP30 Trade Rules, Not More Pledges David O'Neill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