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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 만난다" 고급 아파트 명함 삼아 만남 주선하는 결혼정보회사들, '강남불패'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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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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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전달하는 정보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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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시티·래미안 원베일리 등 고급 주거 단지 이름 딴 결정사 등장
사설 결정사들도 '상류층 맞춤형' 서비스에 박차, 계층 분화 속도 빨라져
아파트가 곧 '명함'이 되는 시대, 강남구 거주 수요 유지 전망

고가 아파트 이름을 내건 결혼정보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거주지가 결혼 시장 내에서 상대방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의 일종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소득자들이 비슷한 조건의 결혼 상대를 모색하며 계층 분화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강남구를 비롯한 고급 주거 지역의 거주 수요가 좀처럼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역 네트워크 기반 결정사의 출범

19일 결혼정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헬리오시티 상가 내에서는 아파트 명칭을 딴 결정사가 정식 등록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회사명은 '헬리오 결혼정보'다. 대표는 30년간 송파구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며 주민 소개 경험을 쌓은 인물로 알려졌다. 헬리오 결혼정보에는 개업 석 달 만에 약 200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이 중 3분의 2는 헬리오시티 입주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헬리오시티는 강남 3구의 대표적인 고급 아파트 단지로, 전용 면적 84㎡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이달 기준 30억7,5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고급 아파트 중심의 '입주민 결혼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2,990가구 규모로 입주를 시작해 최근 평당 2억원대 호가를 형성한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지난해 12월 입주민 간 만남을 주선하는 소모임 ‘원베일리 결혼정보회(원결회)’를 활성화했다. 원결회는 입주민 당사자나 자녀 등이 참가할 수 있으며 가입비는 10만원, 연회비는 30만원이다. 해당 단지 내에서는 △단체 미팅 △소규모 소개팅 △월간 결혼 상담실 △신혼집 마련 세미나 △절세·투자 교육 등이 원결회 주도로 이뤄졌다.

올해 7월에는 원결회를 기반으로 한 결혼정보업체 '원베일리 노빌리티'가 공식 출범했다. 당초 원결회는 단지 거주자만 회원으로 받았으나, 원베일리 노빌리티는 서초·강남·반포 지역 주민까지 가입 대상을 넓혔다. 회원 가입비는 등급에 따라 연 50만원부터 2년 1,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고가 아파트의 이름을 딴 결정사는 일반 결정사와 달리 지역 기반 네트워크 시스템을 기반으로 일정 자산 조건을 충족한 이들만을 연결한다는 특징이 있다. 주거지가 사람의 등급을 나누는 일종의 기준점이자, 결혼 조건의 기본 필터로 작용하게 되는 셈이다.

사설 결정사 핵심 타깃도 '상류층'

과거 단순 매칭 중심이었던 사설 결정사들도 상류층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며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퍼플스는 상류층 전문 결정사로 이름을 알린 업체로, 대부분 전문직·중상위층 회원을 보유 중이며 정·재계·연예계 등 명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입비는 최소 395만원부터 최대 3억원까지 책정돼 있다. ‘실버’ 등급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전문직 또는 엘리트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최고 등급인 ‘로얄 블랙’은 상위 0.1% 자산가와 특정 가문 중심의 성혼을 원하는 극소수 고객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제이노블 역시 전문직·상류층 비중이 높은 결정사로 알려져 있다. 파트너 에이전트 전원이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혼주의(결혼 성사 시 성혼비 추가 지불)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장 저렴한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엘리트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600만원)'이며, 최상위 프로그램인 ‘시그니처 로얄 클럽(3,000만원)'에서는 상위 0.1%를 위한 매칭이 이뤄진다. 성혼비는 1,000만원 이상으로 책정돼 있다.

엔노블 역시 상류층 회원이 많은 결정사다. 성혼주의 기반으로 운영되며, 1년 회원제 방식에서 기본적으로 5회의 만남이 제공되고 이후 매니저 역량에 따라 무제한 추천이 이뤄진다. 23개 명문대 총동창회, 50여 개 대기업·전문직 단체와 제휴해 성혼 중심 매칭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등급 체계는 실버·골드·사파이어·에메랄드·루비·다이아몬드 순으로 세분화되며, 등급이 높아질수록 재력가·전문직·상위층 중심 매칭이 진행된다.

꺾이지 않는 강남불패

주거지를 비롯한 재산 중심으로 계층 양극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는 이상 강남구를 비롯한 고급 주거지의 집값이 안정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남구 집값은 2018년 이후 △2019년 12.85% △2020년 10.87% △2021년 13.86%로 3년 연속 10%대 상승을 이어갔으며, 잠시 하락했던 최근 2년을 지나 2024년 다시 8.82% 반등했다. 올해(1∼10월) 강남구 아파트의 전년 대비 매매가격 상승률은 15.5%로 2018년(21.07%) 이후 가장 높았다.

이처럼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는 것은 공급이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 강남구에 거주하고자 하는 대기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은 이미 개인의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고, 사람들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싶어 한다"며 "강남은 단순히 '살기 좋은' 지역을 넘어 안정의 상징이자,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의 출발점으로 꼽혀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에는 강남의 집값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한다"며 "지금 당장은 대출금 등을 감당하기가 버거워도, 장기적으로는 아파트값이 올라 이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정부 규제도 이 같은 수요 편중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투기과열지구 등 강력한 규제로 묶인 강남구 인근 지역이 사실상 정부가 미래 가치를 공인해 준 ‘블루칩’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산하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해당 지역이 교통·교육·환경 등 뛰어난 정주 여건을 바탕으로 주택 수요가 끊이지 않는 ‘핵심 입지’라는 의미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고급 주거지의 희소가치를 높이고, 재차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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