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가 부채 속 고임금·저생산성 늪에 빠진 미국, 머스크의 해법은 “AI와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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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쟁력 유지 위해 체질 개선 필요”
제조업 혁신 속도 대비 노동 공급 정체
자동화 및 기계 노동으로 이동 움직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국가부채를 두고 기존 정치 시스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하며 이를 돌파할 현실적 해법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 전기화와 컴퓨터가 산업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렸던 것처럼 이번에도 기술이 부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 같은 시각은 테슬라가 추구하는 기업 정체성과도 맞물린 것으로, 머스크 CEO는 이를 자신의 회사는 물론 국가의 ‘경제적 생존 조건’으로 보고 있다.
AI·로봇 기반 경제로 전환 주장
1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전날 ‘조 로건 익스피리어스’ 팟캐스트에 출연해 “미국의 천문학적 국가 부채 문제를 풀 유일한 해법은 AI와 로봇”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정부의 이자 지출이 이미 국방비 등 주요 항목을 넘어선 현실을 거론하며 “지금의 정치 체계만으로는 재정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경제 성장이 없다면, 부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국가 차원의 기술 전환이 필수”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단기 재정 이슈를 넘어서서 미국 경제의 향후 모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읽힌다.
머스크 CEO는 재정 위기와 기술 혁신을 직접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과거 전기화·컴퓨터·자동화 같은 기술 도입을 통해 생산성 변화를 경험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다시 한번 비약적 기술이 국가의 부담을 덜어낼 것이라는 견해를 강조했다. 특히 머스크 CEO는 민주주의 시스템이 본질적으로 지출 삭감 같은 비인기 정책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치보다 기술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의 논리는 결국 AI와 로봇이 만들어낼 생산성 확대가 부채 곡선을 뒤집을 유일한 변수라는 인식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주장은 머스크 CEO가 몸담은 산업 현장에서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테슬라 공장의 자동화 라인 구축,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운영 모델 등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 프로젝트를 지속해 왔고, 이를 통해 로봇과 자동화 기술이 비용과 인력 문제를 보완하는 직접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강화했다. 테슬라의 생산 라인에서 반복적인 공정이 로봇 기반으로 빠르게 대체된 현실 또한 그의 기술 중심 사고에 힘을 싣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머스크 CEO의 발언은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기술 발전이 재정 부담을 흡수한 사례를 근거로 한 전망에 가깝다.
테슬라의 미래 역시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머스크 CEO는 오래전부터 테슬라의 중심축을 전기차에서 AI와 로봇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완전자율주행(FSD)·로보택시·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을 핵심 성장 사업으로 제시해 왔다. 최근 통과된 1조 달러(약 1,460조원) 규모의 주식 보상안은 테슬라를 더 이상 전기차 회사로만 보지 않는 시장의 평가를 반영한다.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견조하게 유지되는 배경으로 미래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꼽았다. 결국 머스크 CEO가 미국 경제에 제시한 기술 중심 미래 그림은 테슬라가 선택한 기업 방향성과도 동일한 궤도에 놓인 셈이다.
전문 인력 부족에 고임금 부담까지
미국 제조업의 부진이 기술 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인건비 문제라는 산업계의 시각은 머스크 CEO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미국 근로자의 주당 중간 임금은 1,194달러(약 175만원), 연간 6만2,088달러(약 9,091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고임금 부담이 제조업 기업에 직접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이민자 단속 강화로 인력 수급이 경직된 상황이다. 미국건설업협회(AGC) 조사에서 미국 내 건설업자의 92%는 자격을 갖춘 인력을 충원하는 게 어렵다고 밝혔다.
노동력 부족은 인력 공백을 넘어 미국 제조업 회복의 가장 큰 제약으로 이어진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국 제조업에서 2033년까지 새로 필요한 380만 명의 인력 중 절반가량이 공석으로 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첨단 제조업에 대해 숙련된 외부 인력을 불러와 우리 인력을 훈련시키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훈련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데다 해외 기업이 양성한 인력이 미국 산업계에 남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현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은 방안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현장의 고령화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미국 내 제조업 노동자 중 55세 이상은 약 4분의 1로 추산되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일자리 공백의 75%가량은 은퇴로 발생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는 수십 년간 쌓인 기술적 노하우의 빠른 소멸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제조업에서 약 14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뒤 2020년 말까지 57만 개가 복귀하지 못한 점도 인력 기반 약화를 가속했다. 일부 공정이 디지털화·자동화로 바뀌고는 있지만, 교육기관이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숙련 인력 부족은 장기적 문제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임금 인상은 즉각적인 해결책처럼 보이나, 한계 또한 분명하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 조사에서 미국인의 80%는 제조업 확대가 국가의 중대 과제라고 답했지만, 정작 본인이 제조업에 종사할 의지가 있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이는 미국 사회가 제조업을 국가적 필요로는 인식하지만, 개인 차원의 선호는 낮아 인력 유입이 자연스럽게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인력 기반이 받쳐주지 못해 수십만 개 일자리가 공석으로 남는 현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제조업 부활론’의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임금 기대가 생산성 크게 상회
미국 내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의 투자가 기계화에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이 숙련 인력을 찾아 훈련시키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 높은 이직률, 근로환경 변화에 대한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인력 중심 생산 방식이 장기 안정성을 담보하는 까닭이다. 반면 일정 규모의 초기 설비 투입만으로 예측 가능한 속도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기계 노동은 임금·복지·이직률 변수에 흔들릴 가능성이 낮다. 이런 판단이 누적되면서 산업계에서는 ‘인건비가 높은 노동을 기반으로 한 생산 방식이 미국에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추세다.
생산성과 임금 상승 속도 사이의 격차 또한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단위당 노동 비용은 전년 대비 3.3% 상승했고 올해도 이미 2% 추가 상승했지만, 생산성 증가율은 지난해 0.6%, 올해 상반기 1.6%에 그쳤다. 이처럼 임금만 오르고 생산량 증가는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해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이 성립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노동 비용을 낮추는 유일한 길은 자동화 확대로 단위당 노동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는 실질적 결론에 도달한 형국이다.
노동 비용 비중이 높은 공정일수록 자동화 전환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특히 반복 조립과 검사, 적재, 이동 같은 공정은 자동화 도입 시 인력 투입량을 크게 줄이면서 품질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서비스형 로봇(RaaS)처럼 초기 자본 투자 없이도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모델의 확산은 중소 제조업체에도 자동화의 문턱을 낮춘다. 자동화가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생산 품질과 공정 안정성, 공장 가동률을 동시에 높이는 수단으로 기능하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기계화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여겨진다.
리쇼어링(생산시설 본국 회귀) 관련한 기업 인식 조사 역시 이런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CNBC가 공급망 관련 38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미국 기업의 61%는 중국 공장을 잃게 되더라도 미국 복귀 대신 다른 지역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74%가 높은 인건비를, 21%가 숙련 인력 부족을 지목했다. 심지어 미국으로 복귀하겠다는 기업들조차 81%가 ‘자동화 설비 구축’을 그 전제로 삼았다. 이는 기업의 자동화 전환이 미국 내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인식이 산업 전반에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