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유럽 주택 에너지 개보수 지역별 온도차 뚜렷, 일률적 지원책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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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노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 속도 정체 지역별 주택시장 구조가 개보수 참여를 크게 좌우 획일 보조금으론 개선 한계, 시장 기반 차등 지원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U의 노후 건축물 개보수 속도는 필요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매년 에너지 성능을 개선하는 건물은 전체의 1%에 그친다. 전체 건축물의 85%는 2000년 이전에 지어졌고, 이 가운데 75%가 낮은 성능을 보인다.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 비중이 큰 데다 약 4,000만 명이 적정 난방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조사까지 나오면서 개보수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전환 속도는 정체돼 있다.
지역별 양상도 차이가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열·창호 교체 등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를 미루고 주택을 시장에 내놓는 사례가 많고, 다른 지역에서는 유지비 절감이나 주거 성능 향상을 위해 개보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 이러한 상반된 흐름이 나타나는 배경을 파악하는 일은 향후 정책 설계의 핵심 과제다.
지역 주택시장 조건이 결정하는 개보수 수요
주택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는 공사는 지역 주택시장의 여건에 따라 전혀 다른 선택으로 이어진다. 거래가 활발한 대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주택이 빠르게 팔리기 때문에 소유자가 굳이 성능 개선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 반면 소도시나 농촌에서는 난방 효율이 낮은 노후 주택이 오래 매물로 남을 가능성이 커, 개보수가 ‘필수 투자’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리투아니아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차이를 잘 보여준다. 소련 시기에 동일 설계로 지어진 다세대 주택이 인구의 3분의 2를 여전히 수용하며 주택 재고의 핵심을 이루지만, 20년에 가까운 지원에도 개보수 비율은 15%에 못 미친다. 에너지 성능 개선 후 평균 약 8%의 가격 상승효과가 관찰되지만 공사비와 보조금을 고려하면 손익은 대체로 마이너스이며, 투자액의 25%를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대도시는 손실 폭이 상대적으로 작음에도 개보수 비율이 지방보다 적다. 거주 기간이 짧고, 에너지 절감 효과가 가격에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 개보수보다 매도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거래가 적은 지역에서는 판단이 달라진다. 신축 공급이 거의 없는 곳에서는 단열 성능을 높인 주택이 유지비 절감과 거주 쾌적성 측면에서 뚜렷한 장점을 가지며, 구매자도 운영비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개보수 후 절감 효과는 거주 기간이 길수록 더 크게 체감된다. 결국 표면적인 가격 상승률만 보면 대도시가 개보수의 이익이 더 큰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공사 여부는 지역 주택시장 구조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정책 설계에 반영하지 않으면 지원 효과가 떨어지고, 개보수 수요가 큰 지역이 계속 소외될 위험이 있다.

주: 빌뉴스 각 지역에 분포한 소련식 아파트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개보수 수요가 특정 도심권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 성능 개선은 복지와 직결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는 탄소 감축이나 주택 가치 상승을 넘어 가계의 난방비 부담 완화와 직접 연결된다. 건물 부문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30%, 배출의 26%를 차지하며 절감 여지도 크다. EU가 2030년까지 3,500만 동을 개보수하고 속도를 두 배로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동유럽의 노후 다세대 주택은 문제의 시급성을 잘 보여준다. 라트비아에서는 전체 3만 8,000동 중 2만 6,000동이 개보수 대상이지만, 내년 말까지 공사가 완료될 비율은 6%에 그칠 전망이다. 국제 연구는 동일 설계 주택을 기준으로 새 건물을 짓는 비용의 약 3분의 1만으로도 현재 기준에 맞는 개보수가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즉 기존 주택 자산을 유지하면서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 비용 부담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현행 제도하에서 많은 도시의 개보수 참여율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에너지 성능 개선의 복지 효과는 다양한 지표로도 확인된다. EU 가정 에너지의 80%가 실내 난방·냉방·온수에 쓰이고, 건물은 EU 가스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단열 강화와 고성능 창호는 가스 가격 변동과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기본적 방어 수단이다. 개보수는 난방비 부담을 줄이고 요금 연체 위험을 낮추며, 난방비 지원과 한파 관련 의료비 등 공공지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수십 년 더 사용될 소련식 다세대 주택에서는 구조적 노후로 인한 긴급 대피 위험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라트비아 사례는 개보수의 경제적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됐음을 보여주며, 향후 과제는 지역 주택시장 조건 속에서 소유자의 선택이 정책 목표와 어떻게 일치하도록 유도할 것인가에 있다.
지역별 시장 여건을 반영한 보조금 필요
많은 국가가 여전히 개보수 비용의 일정 비율을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보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리투아니아 사례는 이러한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수년간 보조금과 우대 대출이 제공됐지만 개보수 비율은 15%에 그쳤고, 대도시는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음에도 개보수 참여가 오히려 낮다. 이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나 신용 제약이 아니라 지역 주택시장 구조에서 비롯된다. 거래가 많은 지역에서는 성능 개선이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개보수를 미루고 매도를 선택하는 흐름이 반복된다.
따라서 보조금은 지원 효과가 큰 지역에 더 집중돼야 한다. 거래가 적은 지역은 소폭의 지원만으로도 개선 속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반면, 대도시는 동일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높은 보조금이 필요하다. 이를 반영해 기본 보조금에 지역 시장 지표를 더해 차등 지원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지역에는 지원 단가를 높이고, 개보수가 이미 활발한 취약 지역에는 기술지원이나 초기 준비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행정적 부담도 크지 않다. 대부분의 국가는 주택 거래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 평균 매물 체류 기간이나 회전율 같은 지표만으로도 지역 시장 여건을 파악할 수 있다. 거래가 많은 지역에서는 매매 과정에 에너지 성능 요건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낮은 성능의 도시 주택을 구매한 가구에 일정 기간 내 개보수를 완료할 경우 추가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반면 거래가 적은 지역에서는 작은 지원만으로도 주택의 매력도가 높아져 개보수 유인이 커질 수 있다. 결국 보조금 설계의 출발점은 지역 주택시장의 구조적 차이를 반영하는 데 있다.

주: 지자체별 개보수율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데 필요한 추가 보조금 규모를 나타낸 것으로, 특히 대도시에서 더 많은 지원이 요구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획일적 지원을 넘어 지역 시장에 맞춘 보조금으로
그러나 차등 보조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자금 조달의 어려움, 임대인·임차인 간 비용 분담, 숙련 인력 부족, 행정 절차 부담 등은 개보수를 가로막는 주요 제약으로 남아 있다. 특히 소득과 인력이 부족한 지역일수록 이러한 장벽이 더 높다. 따라서 보조금 개편은 기술지원 창구, 공동주택 의사결정 개선, 취약계층 지원 등 다른 정책 수단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그럼에도 전국 단일 비율을 유지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연간 1% 수준의 개보수 속도로 EU의 2030년 목표인 3,500만 동 개선을 달성하기 어렵다. 건물 부문은 이미 전 세계 에너지 소비와 배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개선 속도는 향후 10년 안에 크게 높아져야 한다. 라트비아의 2만 6,000동 노후 주택 대부분은 현행 프로그램만으로는 필요한 단열 성능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리투아니아에서도 거래가 활발한 지역은 에너지 성능이 낮은 주택이 개보수 없이 시장에 반복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에너지 성능 개선 공사는 기후 대응, 에너지 안보, 주거 복지의 핵심 수단이다. 이를 실질적인 전환 전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 보조금 체계를 유지하기보다 지역 주택시장 구조에 맞는 지원 배분이 필요하다. 그래야 개보수가 주변적 활동에서 벗어나, 유럽의 노후 주택을 필요한 속도로 전환하는 데 기여하는 정책 도구가 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Energy Efficient Housing Renovations and the Problem of Hot Housing Market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