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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기후 재해의 시대, 유럽 재정 안전망이 흔들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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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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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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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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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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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공백 확대로 커지는 국가 재정 부담
기후 충격의 국채시장 전이 위험
지속 가능한 보험·재정 체계 구축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기후 재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기후 관련 손실 가운데 보험으로 보전되는 비중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가계·기업·정부가 직접 떠안는다. 2020~2023년 연평균 기상 재해 손실은 약 445억 유로(약 65조원)로 이전 10년의 두 배 수준이다. 여기에 유로 지역 보험사가 미지급 국채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기후 충격은 보험사 내부 문제를 넘어 재정·금융 안정성 전반을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 결국 약해진 기초 체력을 지닌 보험 부문이 가장 먼저 압력을 받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보험사의 취약한 기반과 커지는 기후 위험

유럽 보험사는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저성장 환경 속에서 수익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 생명보험사는 실질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국채·기업채에 자금을 묶어둘 수밖에 없었고, 비생명보험의 순결합비율은 2023년 중반 98%까지 올라 손익분기점에 근접했다. 금리 상승기에는 생명보험사의 2022년 투자수익률이 –22%로 떨어지며 기초 체력은 한층 더 약해졌다.

이 기반 위에 팬데믹 이후의 충격이 겹치면서 부담은 한층 커졌다. 경기침체는 피했지만 성장세는 둔화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식료품 비용을 급격히 밀어 올렸다. 가계는 에너지에 673 유로(약 97만원), 식품에 1,316 유로(약 190만원)를 추가로 지출했고, 정부는 GDP의 4% 규모 지원 패키지를 쏟아내며 재정 여력이 줄었다. 그 결과 보험료 지출이 가장 먼저 줄었고, 이는 보험사의 장기적 보상 능력을 추가로 약화시키는 연결 고리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유럽 생명보험사의 국내 채권 편중도
주: 주요 유로지역 생보사는 정부·회사채의 상당 비중을 자국 자산에 배분해, 기후 충격과 재정건전성 위험이 함께 확대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커지는 보험 공백과 국가 부담의 확대

전 세계 자연재해 보험금 청구액은 최근 연속으로 1,000억 달러(약 135조원)를 넘었고, 2023년에는 1,080억 달러까지 올라섰다. EU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EU의 연평균 기상 재해 손실은 445억 유로(약 65조원)였지만, 이 가운데 보험으로 보전된 비중은 25%에 불과했다. 재해 규모가 커지는 반면 보험 가입 기반이 약해지면서 보험사는 더 큰 청구 압력을 받고, 무보험 피해자는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해 부담이 빠르게 불어났다.

유럽 규제기관은 홍수·폭풍·가뭄 등 기후 재해 손실이 이전 10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 감당 가능한 범위를 넘어섰다고 경고한다. 그 여파로 보험사의 철수, 보장 축소, 공제액 확대가 잇따르며 민간보험만으로는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보험 공백이 넓어질수록 부담이 국가 재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기후 충격이 국채 시장과 재정 압력으로 이어지는 구조

보험시장은 이제 단순한 보상 체계를 넘어 재정·금융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네덜란드은행(DNB)이 실시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유로 지역 보험사는 표본 기간 초기에 각국 국채의 평균 18%를 보유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국내 국채 수익률과 연동된 상품 비중이 높아 자산이 한쪽으로 쏠려 있고,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국채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정부 재정도 이 흐름과 동시에 움직인다. 재건 비용과 에너지 보조금 증가로 이미 국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데, 여기에 홍수 같은 대형 재해가 겹치면 보험사의 국채 매도는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운다. 실제로 유럽 손해보험사는 큰 홍수 이후 여러 분기에 걸쳐 국채 보유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축소된 국채 수요는 다시 정부의 차입 비용을 끌어올린다.

재정 부담은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무보험 피해자 지원에 필요한 재정 지출이 늘어나고, 증가한 공공부채는 다시 보험사의 자산 포트폴리오로 유입되며 금융 시스템 내 위험 또한 확대한다. 기후 위험이 재정 안정성과 금융 안정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럽 P&C 보험사의 홍수 이후 국채 보유 변화 추정치
주: 큰 홍수 피해 이후 유럽 P&C 보험사는 몇 분기 동안 국채 보유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속 가능한 기후 위험 보험 체계를 위한 조건

유럽은 이제 기후 위험 보험을 단순 유지하는 단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체계로 어떻게 전환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들어섰다.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은 자연재해 위험에 대한 자본 요건을 강화하고, 국가별 보호 격차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도입했다. ECB와 EIOPA가 제안한 EU 단일 공공·민간 재보험 모델과 재해 이후 공공 인프라 복구 기금 역시 반복 피해 지역에서도 보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다.

다음 과제는 기후 위험 보험을 국가 부채 관리 틀과 연동하는 일이다. 보험사의 국채 편중 보유는 재해 발생 시 국채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고, 기후 충격으로 공공지출 변동성이 커지면 ‘무위험 자산’이라는 기존 인식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교육기관과 훈련 시스템도 기후 위험이 보험·재정·경제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다룰 준비가 필요하다. 대응이 늦어지면 보험 가입률이 5% 미만인 일부 회원국처럼 보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선택지는 명확하다. 기후 위험 보험을 핵심 경제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제도와 규제를 실제 위험 구조에 맞게 조정하며, 공공 지원을 통해 폭넓은 보장을 유지하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더 뜨거운 기후와 취약해진 재정 안전망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limate risk insurance and Europe’s sovereign safety ne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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