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아시아 보조금發 철강 시장 왜곡, 해법은 숙련 인력과 기술 투자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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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보조금 확대로 철강 공급과잉 및 무역 압력 지속 기존 보조금 구조는 산업 전환 대응에 한계 핵심 인력과 기술 역량 강화가 산업 안정의 관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산업정책의 긴장은 철강을 중심으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25년 철강 초과공급이 6억 8,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높아지고, 주요국은 이에 대응해 방어적 조치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의 무역 제한 조치도 연간 4조 달러(약 5,880조원) 규모의 수입품에 적용되며, 세계 시장은 가격 경쟁에서 점차 정책 개입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아시아 산업 보조금이 있다. 철강 부문에서 이어지는 대규모 지원은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격을 낮추고, 이에 대응한 관세와 규제가 반복되면서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유지될 경우 산업정책은 설비와 에너지 비용 절감에 쏠리고, 산업 전환에 필요한 숙련 인력 확보는 후순위로 밀릴 위험이 크다.
이를 해결하려면 보조금의 성격을 재정의해야 한다. 단순한 가격 보완이 아니라 교육·훈련 이행을 조건으로 하는 제도적 구조가 필요하다. 이 방식은 산업이 가장 부족해하는 기술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며, 산업정책의 방향을 기술 경쟁 중심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낳는다. 결국 정부와 대학은 인재 양성 체계를 강화할지, 아니면 확대되는 지원 속에서도 인력 기반이 약화되는 흐름을 감수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보조금 의존이 만든 과잉생산의 악순환
철강 산업은 보조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2023년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10억 1,900만 톤으로 인도의 7배, 일본의 12배에 달했다. 2024년 중국의 철강 수출은 1억 1,800만 톤을 기록하며 세계 가격을 끌어내렸고, 수요 부진 속에서 각국의 방어적 무역 조치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구조의 핵심은 초과공급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잉여 생산능력이 대부분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한다. 보조금 기반 과잉 생산이 가격 하락을 초래할 경우, 수입국은 추가 관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현지 조달 요건 등 다양한 대응 조치를 도입하고, 이러한 조치가 다시 새로운 대응을 유발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방어 조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4년 말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2026년부터는 철강 등 탄소집약적 제품에 탄소 비용을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301조 관세율을 100%로 인상했다. 이에 맞서 일본은 GX(Green Transformation) 정책을 통해 친환경 철강 지원을 확대했고, JFE스틸은 전기로 전환 사업에 1,045억 엔(약 9,9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확보했다. 인도와 한국도 각각 생산연계인센티브(PLI)와 ‘K-칩스’ 정책을 통해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서방은 가격 보호에, 동아시아는 생산능력 확장에 집중하면서 구조적 긴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주: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압도하며, 글로벌 가격 형성과 무역 분쟁을 촉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업 전환의 핵심 제약은 기술 인력
현행 산업 보조금은 생산량 확대와 수입 방어에 중점을 두고 설계되어 왔다. 그러나 산업 전환의 병목은 물량보다 기술 인력이다. 중국의 경우 2025년 1,222만 명의 대학 졸업자가 배출되지만, 철강 탈탄소 전환에는 수소 환원 공정, 전력 시스템, 디지털 제어 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럼에도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주로 설비 투자에 집중되면서 인력 양성체계는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 단기적 비용 절감은 가능하지만, 산업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재교육이 부족해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생산성과 경쟁력은 점차 기술 역량에서 갈리게 된다.
따라서 보조금은 설비 중심에서 벗어나 훈련 이수, 현장 실습, 산업과 교육기관이 공동으로 개발한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보조금의 목적이 가격 대응에서 역량 확대로 이동할 경우, 이는 산업 보조금을 ‘교육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낳고, 보복 조치 위험을 줄이며 공공 재정의 효율성을 높인다.
보조금 설계를 인력 중심으로 전환
산업 보조금의 왜곡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원 기준의 불명확성과 시장 영향 정보의 부족을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한다. 이 두 문제는 보조금이 실제 경쟁 조건을 흐리게 만들고, 각국이 방어 조치를 확대하는 흐름을 강화한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보조금이 생산 확대가 아니라 기술 역량 강화로 이어지는 설계가 필요하다.
보조금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용처의 비중을 조정하는 일이다. 설비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지원액 일부를 기술훈련 성과에 배정하면 보조금의 효과가 인력 기반 강화로 전환된다. 기업이 교육성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조치도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인다. 여기에 산업계와 교육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우선 지원하면 인력 기반의 질적 향상이 가능해진다.

주: 중국의 철강 수출은 두 시기 모두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가격 경쟁을 넘어 해외에서 정책적 충돌을 유발하고 있다.
역량 전환을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
교육 체계의 역할은 산업 전환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보조금이 실제 기술 인력으로 이어지려면 대학과 전문 교육기관이 산업과 긴밀히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철강 분야에서는 수소 기반 공정 안전, 디지털 모델 활용 제어 기술, 저탄소 금속 생산을 위한 소재 역량이 중점 영역이 된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 수요를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맞춘 기술 기준과 시험 체계를 마련하고, 산업계와 교육기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훈련 체제에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기업은 훈련과 채용의 연계 구조를 명확히 설정해 매년 결과를 공개하면 인력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국가별 정책도 이러한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개발·AI 예산 확대는 디지털 기반 공정 기술 교육을 뒷받침하고, 일본의 GX 정책은 기술대 중심의 산업 맞춤형 교육체계를 확장하고 있다. 인도 역시 PLI 개편을 통해 제조와 교육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시아 산업 보조금의 초점을 가격 중심 경쟁에서 역량 기반 경쟁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된다.
국제 갈등 완화를 위해서도 역량 중심 접근은 의미가 있다. 가격은 관세로 대응되지만, 기술 역량은 표준과 인증을 통해 조정된다. 보조금이 명확한 교육·훈련 조건과 연결될수록 국가 간 상호인정이 쉬워지고, 불필요한 보복 조치도 줄어든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 제한 조치가 계속 늘고 있음을 지적하며, 기존 방식이 갈등을 완화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향후에도 철강 경쟁은 이어지겠지만, 논쟁의 기준이 보조금 규모가 아니라 산업이 확보한 기술 인력의 수준으로 이동한다면 정책 논의는 보다 명확해지고 산업 구조는 점진적으로 역량 중심 체계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Subsidy Spiral Is Now a Talent Tes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