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산업 보조금 경쟁의 시대, 승부를 가르는 힘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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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중심 경쟁 확산에 따른 인력 격차 심화 산업 보조금의 인적 자본 전환, ‘세이프 하버’ 전략 부상 교육·정부·산업 간 기술 기반 재정비, 규제 대응 역량 강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산업 보조금 경쟁이 거세지면서 미래 노동력의 기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2022년 OECD 국가의 평균 수학 점수는 15점이나 하락했다. 학생들이 1년 학습 중 약 4분의 3을 잃은 것과 비슷한 규모로, 교육 현장의 기초 체력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각국 정부는 배터리·반도체·그린스틸 산업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설비 확충과 달리 이를 운영할 인력 확보는 더디다. 산업은 빠르게 커지지만, 그 속도를 따라갈 기술 인력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것이다. 산업정책과 교육정책의 시간차가 현실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여기에 산업정책의 기준이 가격 경쟁에서 규칙 경쟁으로 이동하면서 교육의 부담도 더 커졌다. 규제 준수와 데이터 검증 능력이 산업의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학교가 길러야 하는 역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산업은 정교해지는데 교육은 그 변화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선명해지고 있다.
이제 교육은 단순 비용 항목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산업 보조금의 방향을 논하기 전에, 그 재원이 미래 인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산업 보조금 확대에 흔들리는 기술 기반
산업 보조금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OECD는 2023년 상장기업에 지급된 직접 산업 보조금이 1,080억 달러(약 146조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시장금리보다 낮은 대출이 중국에 집중된 점도 눈에 띈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세액공제를 크게 넓혔으며, 에너지 조항을 폐지할 경우 2026~2035년 연방 수입이 8,520억 달러(약 1,150조원) 늘어날 수 있다는 추정까지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설비 확충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다른 긴장이 나타난다. 세수 감소와 관세 수입 의존이 동시에 커지면서 교육 예산이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충원, 실험실 확충, 수습 프로그램 등은 점차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산업이 요구하는 숙련된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주: 2022년 OECD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2018년 대비 읽기 –10점, 수학 –15점으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전환이 불러온 숙련 인력 공백과 기술 교육의 재부상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숙련 인력의 공백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에너지 산업 종사자는 6,700만 명을 넘어섰고 2023년에만 25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그럼에도 전기·코딩·데이터 기준을 다루는 핵심 기술 인력은 되레 줄고 있다. 산업 확장 속도와 인력 양성 속도 간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배터리 공장, 전력망 업그레이드, 효율 개선 공정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안전·데이터 기준이 요구된다.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작업자의 역량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수학 점수의 기록적 하락은 이러한 변화를 떠받칠 기본 역량이 약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기술 교육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메시지는 산업정책을 축소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보조금의 일부를 측정 가능한 인적 자본에 투자해 산업 운영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숙련 인력 부족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산업과 교육이 동시에 움직여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규칙 경쟁 확산과 교육 현장의 새로운 부담
규칙 중심 경쟁이 확산하면서 교육 현장이 맞닥뜨린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세계 무역 질서는 이제 가격보다 규칙으로 경쟁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부터 실제 부과가 시작되며, 그에 앞서 2년간의 보고 의무가 이미 시행 중이다. 기업은 제품별 탄소 배출량을 정밀하게 산정해 제출해야 하고, 규칙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EU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확정 상계관세를 부과했으며 최소 가격 협정 논의도 진행 중이다. 한국과 일본 역시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잠정 관세로 대응하며 시장 질서를 재조정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도 미국의 고관세와 중국의 보조금 압박 속에서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다. 규칙 중심 경쟁이 특정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 흐름은 교육 현장에도 즉각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기업은 제조 능력뿐 아니라 규제 대응 능력, 데이터 검증 기술, 배출량 산정 역량을 우선 평가하고 있다. 측정·보고·검증(MRV), 산업 표준, 무역법 이해는 이미 필수 직무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교육기관은 이를 실제 업무 역량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하며, 교육체계 전반도 새로운 기준에 맞춰 재정비가 필요하다.

주: 제조사별 상계 관세율이 7.8~35.3%로 크게 차이 나며, 협조 여부와 검증(MRV) 기준 충족도가 경쟁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산업 보조금의 기술 전환 전략과 ‘세이프 하버’ 구상
산업 보조금을 인력 양성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가격 인하 중심 경쟁에서 기술 기반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보조금의 효과가 인적 자본에서 나타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기술 세이프 하버(Skills Safe Harbor)’ 구상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습·안전 교육·역량 기반 자격·테스트베드 등 산업 전반에 이전 가능한 기술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면 집행 체계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훈련 결과와 자격 취득률을 익명화해 공개하고, 독립기관이 이를 감사하는 디지털 기반 평가 구조가 필요하다. 유럽의 배터리 아카데미와 각국의 재교육 프로그램, 청정에너지 분야에만 2조 달러(약 2,700조원)가 투입될 전망은 이러한 전환 방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충분하다. 산업이 요구하는 인력은 단순 기능 인력이 아니다. 탄소배출 산정, 데이터 검증, 규제 대응 등 핵심 공정을 수행할 수준으로 재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보조금을 인력 강화에 집중하면 관세 중심 대응보다 지속 가능한 경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대응 시대의 교육 전환 전략
규제 대응 시대에 맞춰 교육기관과 정부도 새로운 체계를 갖춰야 한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과 경영 교육 과정에는 무역·기술 문해력이 필수 요소로 포함돼야 한다. 제품 생애주기, 산업 표준, 탄소배출 계산, 측정·보고·검증(MRV) 절차는 실습 중심 교육으로 연결할 때 효과가 크다. 직업 전문학교는 산업 데이터 로깅, 전기차 안전(EV Safety), 배터리 취급 자격 과정을 통해 현장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대학은 산업과 공동 실험실을 구축해 교사 연수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정부 역시 조달·국가 지원 규칙을 개정해 보조금이 검증 가능한 인적 자본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수학 점수 하락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국가는 더 많은 무역 장벽과 더 적은 산업 인력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교육 전환은 이제 산업 경쟁력의 기반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산업 보조금 전쟁 이후의 경쟁력 조건
산업 보조금을 가격 유인보다 인적 자본 강화에 투입하면 경쟁의 성격도 달라진다. 산업정책은 더 지속 가능해지고, 더 많은 공공재를 남기는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반대로 교육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은 규칙을 따라갈 인력을 갖추지 못해 성장 제약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산업 보조금 경쟁의 다음 단계는 사람이다. 인력에 투자하는 국가가 규칙 기반 경쟁에서도 앞설 것이라는 점은 이미 분명해지고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Tariffs to Teachers: Turning the Industrial Subsidy War into a Skills Truc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