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산업정책, 효과적으로 작동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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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투자와 생산 기반 확충이 성과를 결정 설계된 집행 구조가 투자 흐름을 견인 실시간 포트폴리오 운영과 병목 해소가 핵심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은 2025년 3분기에 청정에너지와 운송 분야에서 750억 달러(약 11조250억원)의 신규 투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이러한 확대는 관련 법 제정과 전담 조직의 운영, 민간이 예측할 수 있는 시장 신호가 결합해 형성된 정책 환경의 결과다. 이는 산업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투자 흐름이 지속되고, 자금이 실제 생산시설 확충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생산설비가 확충되고 공장 건설이 진전될 때 공급망 위험도 완화된다.
이러한 흐름은 집행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2025년 1월 기준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CHIPS Act)을 통해 22개 주에 330억 달러(약 48조5,100억원)를 배정했다. 이후 민간에서도 수천억 달러 규모의 후속 투자가 이어졌다. 자금은 단계별 진척도에 맞춰 분할 지급된다. 이는 공적 재원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면서도 투자 흐름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산업정책의 평가는 단기 지표보다 일정 기간 축적된 변화에 기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산업정책 성공의 기준
산업정책의 성과는 공적 재원이 실제 투자와 생산능력 확충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서 확인된다. 변화는 건설 규모, 설비 투입, 생산량 증가와 같은 구체적 지표로 드러난다. 미국 제조업 건설 지출은 2025년 중반 연율 기준 2,220억 달러(약 326조원)에 이르렀다. 2022년 이전과 비교해 크게 확대된 수준으로, 실제 공사에 투입된 자금이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 흐름의 지속성도 중요하다. 청정산업 분야에서는 2025년 1·2분기에 각각 670억~680억 달러(약 98조5,000억~100조원대)를 유지했고, 3분기에는 750억 달러(약 110조원)로 증가했다. 분기 간 변동성이 낮고 일정한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해당 산업이 구조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급망 확충 역시 핵심 요소다. 미국 배터리 제조 능력은 2024년에 200기가와트시(GWh)를 넘었으며, 700GWh 규모의 신규 설비가 추가로 건설 중이다. 이는 단순한 신규 공장 확장이 아니라 소재 조달, 장비 공급, 전력 인프라, 인력 훈련 등 여러 요소가 일정에 맞춰 조율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러한 운영 과정은 주정부와 연방기관 간 인허가 조정, 전력망 보강, 공장 요구조건과의 정합성 확보 등으로 구성되며, 설비 확충 속도를 좌우한다.

주: 미국의 청정에너지 투자는 2025년 1분기 673억 달러에서 3분기 750억 달러로 증가해, 일시적 급등이 아니라 정책 효과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 원칙과 실행 능력의 간극
OECD의 12단계 체크리스트는 산업정책의 기본 구조를 정리한다. ▲데이터 기반 진단, ▲측정 가능한 목표, ▲정부 간 역할 분담, ▲다년 예산, ▲독립 평가, ▲정보 공개, ▲숙련된 집행 조직 등이 그 핵심이다. 산업정책은 여러 부처의 권한과 선거 주기가 얽힌 장기 과제이므로 이러한 기반이 갖춰져야 방향성이 유지된다. 협업과 갈등 조정 체계가 미비할 경우 예산 규모와 관계없이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실제 집행 단계에서 요구되는 절차와 도구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은 제시하면서도, 성과에 따라 자금을 분할 지급하거나 손실 발생 시 회수하는 구조는 설명돼 있지 않다. 정부가 지분이나 워런트를 보유해 투자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 역시 중요한 수단이지만 세부 지침이 제시되지 않는다. 특정 병목을 해결할 기업을 경쟁을 통해 선정하는 경쟁형 공모도 산업정책에서 널리 활용되지만, 경쟁 기준 설계 방식은 공백으로 남아 있다.
예산과 데이터 운영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확인된다. 안정적 예산의 필요성은 강조하지만, 정치적 셧다운 발생 시 핵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는 제시되지 않는다. 수혜자 데이터를 관리·통합하는 체계 역시 부족하다. 이러한 공백은 시장과 공급망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병목을 식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쟁 구조를 설계하며, 기술·비용 변화에 맞춰 계약 조건을 조정하는 과정은 산업정책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를 체계화한 실행 매뉴얼은 부재하다. 원칙은 존재하지만,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은 부족하다는 점이 OECD 가이드라인의 구조적 한계다.
미국과 아시아 산업정책의 기준
미국은 2022년 이후 산업정책을 본격적으로 집행하며 제도와 운영 능력을 동시에 시험해 왔다. 2025년 1월 기준 칩스(CHIPS) 프로그램은 총 19건의 지원을 결정했으며, 보조금 197억 달러(약 28조9,000억원), 대출 55억 달러(약 8조900억원)를 제공했다. 자금은 사업 준비 상황과 진척도에 따라 분할 지급된다. 이러한 방식은 일정 관리에 기여하고 지연 위험을 줄인다.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 규모는 330억 달러(약 48조5,100억원)를 넘어섰으며, 2021년 이후 민간에서 발표된 투자는 4,500억 달러(약 66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공공 재정이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제조업 건설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전략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아시아의 접근 방식은 미국과 다르다. 일본은 2024년 TSMC 구마모토 2공장에 7,320억 엔(약 6조8,200억원)을 지원했으며, 국내 차세대 반도체 기업 라피두스(Rapidus)의 2나노 개발에도 61억 달러(약 89조6,700억원)를 배정했다. 한국은 340억 달러(약 499조8,000억원)의 전략산업 기금을 조성했다. 대규모 재정 지원, 빠른 집행, 정부–기업 협력이 공통된 특징이다. 반면 미국은 경쟁 기반 선별, 단계적 자금 집행, 지분 참여와 같은 수단을 결합한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동일하다. 정책이 계획에 따라 작동하도록 만드는 운영 능력이다.
청정기술 공급망에서도 세 지역의 과제가 드러난다. 미국은 2024년 배터리 생산능력 200기가와트시(GWh)를 확보했고, 2025~2027년에 가동될 설비는 700GWh 규모다. 향후 과제는 이러한 공장을 실제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전력망, 항만, 인력 공급 체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본과 한국은 수출 기반은 강하지만 고령화와 에너지 제약이 부담 요소로 작용한다. 세 지역 모두 2028년까지 공급망 전 과정에서 국내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이는 단일 보조금이나 세액공제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상황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주: 세 나라의 방식과 규모는 차이가 크다. 미국은 CHIPS 프로그램을 통해 33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배정했고, 한국은 340억 달러 규모의 전략산업기금을 마련했다. 일본은 특정 공정(노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해 TSMC 구마모토 2공장에 약 48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집행력을 뒷받침하는 운영 구조
산업정책의 효과는 계획보다 운영 방식에서 결정된다.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투자를 단일 지급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관리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는 일이다. 정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경쟁을 통해 사업을 선정하고, 사업 특성에 따라 재정·금융 수단을 조합해 지원한다. 자금은 진척도에 따라 분할 지급되며 필요시 회수할 장치도 갖춘다. 사업 관련 정보는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이러한 방식은 CHIPS 프로그램에서도 이미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둘째,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 요인을 사전에 줄이는 일이다. 인허가 절차에는 명확한 기한을 부여하고, 전력·수자원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구역을 지정해 사업 속도를 높인다. 지역사회 협의 과정은 표준화해 절차를 단순화하고, 공사–시운전 일정은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공급망에서 병목이 예상되는 구간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 사업을 설계해 대응해야 한다. 성과는 생산능력 확대, 비용 절감, 공급망 안정성 등 구체적 지표로 평가된다.
산업정책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효과가 입증된 방식을 유지하고 성과가 낮은 방식을 정리하는 작업이 반복될 때 집행 역량이 강화된다. 실제 성과는 이러한 운영 구조에서 결정된다.
미국의 경험은 산업정책의 성패가 재정 규모보다 운영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은 선택적 보조금, 한국은 금융 지원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있으나 공통으로 요구되는 요소는 같다. 병목을 조기에 식별하고,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며, 필요한 재원과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돼야 경기 변동기에도 투자 흐름이 유지된다. 향후 생산설비 확대와 전력망 부담 증가에 대비하려면 산업정책을 단기 사업이 아니라 지속 운영체계로 다루는 방식이 필요하다. 생산능력과 비용 효율성, 공급망 안정성을 중심에 둔 운영 구조가 향후 정책 성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How to Make Industrial Policy Work Now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