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폴리시] 성별·연령 격차를 줄여야 고령화 충격도 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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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고령층에서 남아 있는 노동 공급 여력 고용 확대가 성장·재정의 즉각적 완충 장치 국가별 과제에 따른 근로 시간·진입 구조 개편 필요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럽은 고령화로 인해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흐름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집단에서 노동시장 참여 확대가 가능한지 규명하는 일이 우선된다. 성별·연령별 고용률은 그 답을 비교적 명확하게 보여준다. 2024년 EU의 성별 고용 격차는 10%포인트였고, OECD의 60~64세 고용률은 평균 55.9%에 머물렀다. 아이슬란드는 77.2%, 룩셈부르크는 25.4%로 국가 간 편차도 컸다. 이 수치는 여성과 고령층이 당장 노동력 확충의 핵심 지점임을 보여주는 근거다.
주요 연구 역시 같은 결론을 제시한다. 여성과 고령층 고용이 확대될 경우 고령화로 인해 예상되는 고용 비중 감소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육 서비스 확충, 세제 정비, 경력 단절 여성의 복귀 지원, 고령층의 근무 형태 조정 등 제도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여건이 갖춰져야 남아 있는 고용 여력이 실제 노동시장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과 고령층에서 남아 있는 고용 격차
유럽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고용 여력은 여성과 60대 초반 고령층에 남아 있다. 이 두 집단의 고용률은 EU 평균보다 낮거나 국가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나, 개선이 가능한 지점이 어디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실제 통계를 보면 성별 고용률 차이는 10%포인트에 이르고, 60~64세 고용률은 국가마다 극단적으로 갈린다. 고용률이 낮은 국가는 제도와 관행의 제약이 크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개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고용 상위권 국가의 절반 수준만 따라가도 단기간 변화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OECD 역시 별도 조치가 없다면 고령화로 인해 2060년까지 소득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다.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 확대가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책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 성별 고용 격차 축소와 60세 이상 노동 참여 확대만으로도 2050년까지 예상되는 고용률 하락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으며, 현재 격차가 큰 국가일수록 정책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유럽 고용 구조의 상반된 과제
유럽에서는 고용률이 높아도 근로 시간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국가들이 존재한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은 여성의 시간제 근로 비중이 절반 수준에 이르며, 특히 독일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짧은 시간만 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보육 서비스 부족, 부부 합산과세, 단시간 근로에 유리한 제도 등이 여성 근로 시간 확대를 제약해 온 결과로 평가된다. 고용률이 높게 유지되더라도 근로 시간이 제한되면 숙련 인력 활용도가 떨어지고, 연금 재정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일제 근로를 뒷받침할 보육 확충, 세제 조정, 시간제 근로자의 경력 유지 장치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반대로 고용률 자체가 낮아 노동시장 진입이 문제인 국가들도 있다. 이탈리아의 2024년 20~64세 고용률은 EU 최저인 67.1%였고, 그리스와 루마니아 역시 70%에 미달했다. 이처럼 낮은 고용률은 지역 간 보육 접근성 차이, 여성 전일제 참여 부족, 조기 퇴직 관행 등 구조적 요인이 중첩된 결과다. 이들 국가가 EU 평균에 일부라도 근접하면 성장 경로와 재정 여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U 전체 고용률은 견조하지만 국가 간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 확대는 국내 정책만으로도 추진 가능한 개선 경로로 평가된다.

주: 유럽연합에는 여전히 10%포인트 수준의 성별 고용 격차가 남아 있고, OECD 국가들의 60~64세 고용률은 국가 간 차이가 50%포인트를 넘는다. 이는 단기간에 활용할 수 있는 노동 공급 여력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 사례가 드러낸 고용 확대의 한계
일본의 경험은 고용 규모 확대만으로는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2024년 일본의 경제활동인구는 여성과 고령층의 증가로 6,780만 명에 이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총 근로 시간은 늘지 않았다. 인력 규모가 확대돼도 근로 시간과 생산성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성장 효과는 제한적이다.
2024년 일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로 상승했으나 여전히 유럽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약 16%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고용 확대는 필수였지만 고용의 질과 구조를 동시에 개선해야 했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일본의 경험은 고령국이 풀어야 할 구조적 과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고령층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설계하고, 경력 단절 여성의 복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근로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직무 설계와 기술 역량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즉, 인력 규모 확대와 노동시간·역량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고령화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정책 방향에서 실행까지 필요한 전환
각국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과제는 고용 여력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가다. 고용률이 높은 북유럽 국가는 근로 시간 확대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세제 조정, 보육 확충, 시간제 근로자의 경력 유지 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반대로 남유럽·동유럽의 저고용 국가는 노동시장 진입을 늘리는 것이 우선 과제다. 장기 경력 단절 여성의 복귀 지원, 보육 인프라 확충, 60대 초반 근로자의 지속 근무를 위한 작업 환경 개선이 대표적인 방향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기술 도입이나 이민 정책과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 노동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정책 방향과 함께 실행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국은 향후 5년 목표를 설정하고, 보육 접근성, 육아휴직 복귀율, 시간제 근로자의 경력 유지, 60대 초반 고용률 등 핵심 지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재정 지원은 이러한 진척과 연계될 필요가 있다.
고령화의 압력을 완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여성과 고령층의 고용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을 정비해 기존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일이다. 고용률이 높은 국가는 근로 시간을, 낮은 국가는 노동시장 진입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목적은 동일하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경우 고령화가 초래할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든다. 필요한 것은 복잡한 대책이 아니라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행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Capacity We Keep Missing in Ageing Economies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