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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AI 패권 경쟁, 美 H200 수출 허용했지만 中은 ‘사용 제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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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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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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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엔비디아 H200 대중 수출 허용하기로
화웨이 AI 칩, 엔비디아 맞먹는 수준으로 진화
中, 국산 칩 사용 불가 시에만 H200 사용 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칩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지만,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H200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도 AI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미국을 경유하며 최대 25%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굴욕적 조달 구조’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 내 AI 칩에 대한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밀반입 사례가 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대응이 실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中, 공공 부문 H200 사용 전면 금지 검토

9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정부는 H200에 대한 접근 제한 조치를 논의 중이다. FT는 복수의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기업이 H200을 구매하려면 '국산 칩으로는 대체가 어렵다'는 사유서를 규제 당국에 제출한 뒤, 정식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규제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공업정보화부는 공공 부문에서의 H200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0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차세대 고성능 AI 칩으로 생성형 AI 개발과 대규모 연산에 활용된다. 현재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 가능한 첨단 AI 칩 H20보다 성능이 6배에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중국의 AI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우려해 엔비디아 GPU의 중국 수출을 통제해 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수출 통제로 인해 자사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에서 밀려났다며 규제 완화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집중적으로 로비를 벌여왔다.

이에 미 정부도 엔비디아의 요청과 업계 요구 등을 검토한 끝에 대중 수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 미국이 국가 안보를 강력히 유지하는 조건으로 중국에 H200 공급을 허용할 것임을 알렸고, 시 주석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무부가 세부 사항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AMD, 인텔 등 다른 위대한 미국 기업들에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수출 허용 대상에 엔비디아의 최신 칩 블랙웰과 곧 출시될 루빈 시리즈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0 수입 시 美 우회해 25% 관세 부과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했음에도 중국 정부가 접근 제한을 강화한 배경에 자국의 AI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H200과 맞먹는 수준의 AI 시스템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9일 블룸버그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화웨이의 AI 플랫폼 클라우드매트릭스 384'가 엔비디아의 블랙웰 기반 시스템 'NVL72'와 동등한 성능을 보인다"며 "내년에는 엔비디아 제품군과 경쟁할 어센드 910C 가속기 수백만 개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당초 미국이 추산했던 연간 생산능력 20만 개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 정부가 사실상 중국의 기술력이 이미 엔비디아를 상당 부분 따라잡으면서 기존 제재가 더 이상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해 H200의 중국 수출을 이례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이 특정 제품군에서 엔비디아 없이도 기술 자립이 가능한 상황에서 '수출 제한'이라는 압박 카드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화웨이 등 중국 토종 기업을 키우는 역효과만 가져왔다는 반론도 미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황 CEO 역시 그동안 “미 정부의 수출 통제로 중국 기업의 기술력만 키우는 꼴이 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기술 자립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굴욕적인 H200 수입 구조는 미국과 기술 패권을 두고 경쟁 중인 중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에서 생산된 H200은 중국으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국가 안보를 이유로 반드시 미국을 경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특별 보안심사와 함께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되는데, 사실상 미 정부가 수출세를 관세 형태로 우회해 징수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수수료, 관세 등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중국 기업에 전가돼 H200을 수입할수록 미국만 이익을 얻는 구조다.

수요 폭증에 공급난 심화, 밀반입까지 확산

다만 중국 정부의 엔비디아 칩 사용 제한 조치가 과연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불투명하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비교적 계산량이 적은 AI 추론 등에는 국산 칩을 활용하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호응하고 있지만, 막대한 연산 성능이 필요한 학습 단계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성능과 전력 효율 모두 엔비디아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 기업은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된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기 위해 해외에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우회 전략까지 동원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칩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SMIC가 생산하는 칩의 배분 과정까지 개입하며 물량 통제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AI 칩과 스마트폰용 칩을 모두 확보해야 하는 화웨이 등 전략기업에 우선적으로 배정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문제는 SMIC를 비롯한 중국 파운드리의 생산 능력과 수율이 여전히 TSMC와 큰 격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AI 프로젝트에 투입할 반도체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해 일정이 지연되는 등 산업 전반에 병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확대되자 밀반입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미 검찰청은 엔비디아 H200과 H100 칩 1억6,000만 달러(약 2,350억원) 어치를 중국으로 밀수출하려던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들을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 사이에 수출 품목과 목적지를 위장해 선적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협의를 받는다. 또 중국 IT 기업의 미국 자회사 CEO와 뉴욕에 본사를 둔 기술 기업의 중국계 CEO도 홍콩 물류회사 및 중국 AI 기업과 공모해 H200에 허위 라벨을 붙여 중국과 홍콩으로 밀반출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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