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투자부터 병력 확보까지" 국방력 강화에 총력 기울이는 유럽, 독일 중심으로 재무장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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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지출 확대 나선 독일, 우주 안보에도 대규모 예산 투입 "병력 부족 시 징병제 전환 가능" 수요 징병제도 도입 예정 유럽 전역서 병력·무기 확보 노력 두드러져

유럽 국가들의 재무장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정세가 급변하며 '자력 방위'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독일 등을 중심으로 국방력 강화 노력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들 국가는 국방 분야 자금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물론, 병력 확보 방식을 대거 손보는 등 파격적인 제도 개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독일, 국방 분야 자금 지출 급증
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독일은 대규모 비용을 투입해 EU의 방위력 강화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향후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투입 비용을 지난해 520억 유로(약 82조원)에서 올해 624억 유로(약 98조4,000억원), 2029년 1,529억 유로(약 240조9,000억원)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독일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3.5%까지 뛰는 것은 동서 냉전 시절인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증액 속도 역시 프랑스, 영국 등 여타 유럽 주요국을 훌쩍 뛰어넘는다.
필요 재원은 부채를 통해 충당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의회는 지난 3월 국방비와 인프라 투자 비용에 한해 부채 한도(부채 브레이크)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로 기본법(헌법)을 개정했다. 국방비는 부채를 사실상 무제한 허용하고, 인프라 투자 예산은 12년간 5,000억 유로(약 787조9,000억원)의 특별기금을 조성해 지출하는 방식이다. 특별기금을 포함한 각종 투자 예산은 올해 1,160억 유로(약 182조8,000억원), 내년 1,240억 유로(약 195조4,000억원)로 책정됐다.
이 같은 독일의 재무장 의지는 우주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달 ‘국가 우주 안보 전략’을 승인, 자국이 우주를 안보 분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알렸다. 해당 전략안은 러시아의 발트해·북해 지역 위성항법장치(GPS) 교란과 러시아·중국의 궤도 위성 위협 등을 거론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우주 분야의 직접적인 위협 국가로 명시했다. 독일은 이들 국가의 위협에 대항하고 우주 지배력을 갖추기 위해 2030년까지 우주 방위에 350억 유로(약 41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징병제 부활' 가능성도 열어둬
병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조치도 속속 시행되고 있다. 독일 연방하원(분데스탁)은 지난 5일 러시아의 군사 위협 증대에 대응해 병력 규모를 대거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병역법을 채택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새로운 '2단계 병역 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지원병을 우선시하되, 안보 상황이 악화되거나 자발적 지원병 수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수요 징병제를 시행함으로써 부족한 병력을 확충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제도를 현실화하기 위한 모병·징병 준비 절차도 대폭 강화된다. 법안에 따르면 2026년부터 독일의 모든 18세 남성과 여성은 병역 의향과 적합성을 결정하기 위한 설문지를 받게 된다. 남성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하고, 여성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어 2027년 7월 1일부터 모든 18세 이상 남성은 반드시 건강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는 각 인원이 군 복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사실상의 병역판정검사로 풀이된다. 수요 징병제가 시행될 때 건강 검진을 통해 가려낸 적격자가 필요한 인원보다 많을 시에는 추첨 방식이 적용된다.
독일의 새로운 병역 제도는 현행 모병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유사시 언제든 징병제로 전환할 수 있는 일종의 과도기 시스템이란 평가를 받는다. 징병제에 부정적인 진보 진영의 우려를 반영해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는 진단이다. 독일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통해 현재 18만2,000명 수준인 병력 규모를 향후 10년 안에 25만5,000∼26만 명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 전반 휩쓴 재무장 바람
독일 외 유럽 국가들의 국방력 강화 노력도 눈에 띄게 가속화하는 추세다. 발칸반도 국가 크로아티아는 지난 10월 징병제를 18년 만에 부활시켰다. 징병제를 시행 중이던 덴마크는 지난 7월부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징병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복무 기간도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렸다. 유럽 내에서 군비 증강 속도가 가장 빠른 폴란드는 징병제와 유사한 ‘의무 군사훈련 확대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고, 세르비아도 내년부터 19세 이상 남성 전체를 대상으로 의무 훈련을 시행할 방침이다.
프랑스도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 그르노블 인근 육군 기지를 방문해 2026년 중반부터 시행될 새로운 자발적 군복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18~19세 청년을 자발적으로 10개월간 군에 복무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2026년 첫해 3,000명을 선발해 프랑스 본토에서만 복무시키고, 이후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2030년에는 1만 명, 2035년에는 연 5만 명의 병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제도가 “전 세계적 위협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북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본토에 닿는 미사일 도입을 잇달아 추진하며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육군은 최근 정부에 낸 보고서에서 적국 후방의 군사·기간 시설을 타격할 사거리 2,000km 무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사이 거리가 약 1,000km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러시아 내륙의 군 시설을 겨냥한 조처로 풀이된다. 앞서 덴마크도 지난 9월 자국 사상 최초로 장거리 정밀 타격 무기 도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