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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구글에 DMA·AI 투트랙 제재 착수, 디지털 무역전쟁 전운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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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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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회, 구글에 ‘DMA 위반’ 예비 조사 결과 통보
AI 오버뷰 확산으로 클릭률 급감, '제로 클릭' 가속화와 퍼블리셔 생태계 고사 위기 대두
트럼프 행정부 보복 관세 경고와 EU 강경 대응 맞물려 美·EU 통상 갈등 고조

유럽연합(EU)이 구글을 향해 전방위 규제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검색 지배력을 앞세운 ‘자사우대’와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과정의 ‘콘텐츠 무임승차’ 논란을 조준한 것이다. 이번 사안은 과징금 한 번으로 끝나는 단발성 이슈가 아니다. EU는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플랫폼의 독점 행위를 사전 규율하고, 경쟁법을 통해 AI 학습과 유통 구조를 사후 제재하는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브라우저 끼워팔기 사태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미·EU 간 통상 마찰의 뇌관을 건드린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검색·앱스토어 동시 겨냥 DMA 제재 가시화

1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EU가 구글의 자사우대 혐의에 대해 내년에 과징금을 부과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3월 18일 구글 검색과 구글플레이가 DMA를 위반했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통보한 바 있다. EC는 구글 검색이 항공권·호텔 예약 등에서 자사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유리하게 노출하는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글플레이에 대해서는 앱 개발자가 외부의 저렴한 결제 수단을 안내하는 것을 차단했다며 ‘안티 스티어링(anti-steering)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DMA 제재 수위는 단계적이다. 1회 위반 시 전 세계 연매출 최대 10%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고 반복 위반이면 상한이 20%로 뛴다. 시정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일일 평균 매출의 최대 5%에 달하는 이행강제금 성격의 페널티도 부과할 수 있다. 핵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EU는 위반이 반복돼 ‘체계적 불이행(systematic non-compliance)’으로 판단될 경우, 행동 시정조치 외에 사업 매각 등 구조적 시정조치도 부과할 수 있다.

EU의 칼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C는 과거 경쟁법 체제에서도 2017년 구글 쇼핑(24억2,000만 유로·약 4조1,930억원), 2018년 안드로이드(43억4,000만 유로·약 7조5,260억원), 2019년 애드센스(14억9,000만 유로·약 2조5,820억원) 등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조치 역시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온 EU 규제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AI 반독점 조사와 '제로 클릭'의 공포

규제의 화살은 검색 알고리즘을 넘어 AI 모델 학습 과정으로도 향하고 있다. 9일 IT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EC는 구글이 AI 기반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웹사이트 및 유튜브 콘텐츠를 정당한 보상 없이 활용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는지 집중 점검하고 있다.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원은 "구글이 검색 엔진의 지배적 위치를 악용해 퍼블리셔에 불공정한 거래 조건을 강요하고 콘텐츠를 자체 AI 서비스('AI 오버뷰')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퍼블리셔 단체가 문제 삼는 핵심은 선택권이다. AI 학습·요약 노출만 선택적으로 거부하기 어렵고, 실질적으로는 검색 노출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 7월 독립 퍼블리셔 단체 등이 EU에 민원을 제기하며 긴급조치(interim measures)를 요청한 배경에도 이러한 트래픽 감소가 수익 모델 붕괴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AI 오버뷰는 링크 목록 위에 요약 답변을 제공해 '제로 클릭'을 유도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이용자 패널의 올해 3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요약(AI summary)이 표시된 검색 결과 페이지의 일반 검색 결과 링크 클릭률은 8%였고 미표시 시는 15%였다. 디지털 마케팅 업체 스파크토로는 클릭스트림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4년 EU 구글 검색의 약 59.7%가 외부 클릭 없이 종료됐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클릭 감소는 곧 퍼블리셔의 광고 수익 하락과 플랫폼 협상력 약화로 직결된다. 결국 AI 오버뷰에 광고가 결합하는 구조가 확대될 경우 검색 결과 상단의 상업화가 더 강해지고 퍼블리셔의 트래픽 유입 경로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넷스케이프 사태’의 데자뷔로 해석한다. 과거 MS가 윈도우 운영체제의 독점력을 이용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기본값으로 묶어 넷스케이프를 고사시켰듯, 구글 역시 검색이라는 지배적 유통망을 통해 자사 AI 서비스의 영향력을 인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퍼블리셔와 콘텐츠업계는 검색 화면 설계의 변화만으로도 트래픽과 수익 구조가 좌우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시장 지배력의 전이가 ‘구조적 독점’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美·EU 통상 갈등 확전과 한국의 과제

구글에 대한 EU의 고강도 규제는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디지털서비스세(DST) 등 부과국을 상대로 한 보복관세 조사 재개를 지시했다. 백악관은 디지털세뿐 아니라 EU의 DMA와 디지털서비스법(DSA) 같은 규제도 미국 기업을 겨냥한 비관세 장벽으로 보고 점검하겠다는 취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에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디지털세를 적용하는 국가들에 추가 관세를 경고했다. EU 역시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국 디지털 기업에 대한 부과금(levies)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규제 갈등이 무역 전쟁으로 확전될 리스크가 커졌다.

한국도 파장 밖이 아니다. 규제 논의가 커질수록 통상 프레임이 같이 온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 정부가 지도 등 위치기반 데이터의 해외 반출 라이선스를 승인한 적이 없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때문에 한미 통상 협상 국면에서 플랫폼 이슈가 패키지로 함께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변국에도 파급이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는 지난 4월 구글에 스마트폰 제조사 계약 관행과 관련한 시정명령을 내리며 독점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반면 한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이 EU DMA를 일부 참고한 플랫폼 규제 구상을 추진하다가 미국 측 반발과 통상 리스크를 의식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정황을 전했다.

결국 싸움의 본질은 단순 과징금이 아니라 검색이라는 유통망 권력과 AI라는 차세대 유통망을 누가 어떻게 규율하느냐다. EU가 기준점을 만들면 글로벌 규제 표준도 그쪽으로 쏠린다. 한국은 단순한 동조를 넘어, 디지털 주권 확보와 통상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정교한 원칙과 실행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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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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