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파이낸셜] 순이자비용이 국방비 상회, 미국 재정의 변화
입력
수정
미국 재정 압박 확대, 이자 지출이 핵심 부담 이탈리아는 기초수지 흑자 전환, 프랑스는 5%대 적자 지속 미국 기초수지 선택이 향후 재정 여력 좌우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채 순이자 지출이 국방비를 넘어섰고, 증가 속도 역시 가파르다. 2025년 미국의 순이자 지출은 약 9,700억 달러(약 1,433조원)로, GDP의 약 3%에 달했다. 순이자 지출은 의회의 추가 결정이 없어도 부채 잔액과 금리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여서, 재정이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을 빠르게 잠식한다.
이 같은 변화는 주요국과의 비교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한때 재정 위기의 상징이었던 이탈리아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약 3% 수준으로 낮추고 기초수지 흑자로 전환했다. 반면 프랑스는 GDP 대비 5%를 웃도는 적자가 이어지며 신용등급 압박이 커지고 있다. 주요 재정 지표를 보면, 미국의 흐름은 재정 회복 국면의 이탈리아보다는 적자가 확대되는 프랑스에 더 가깝다. 이자 지출이 커질수록 조정이 쉬운 재량 지출부터 압박받게 되고, 그 영향은 교육 재원으로 이어진다.
부채 규모보다 중요한 재정의 흐름
부채 대비 GDP 비율만으로 재정 상태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지표는 해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이자 지출 증가라는 현재의 부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2025년 미국의 연방 재정적자는 약 1조8,000억 달러(약 2,659조원)로, GDP의 거의 6%에 달했다. 세입 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적자가 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재정 구조 전반에 부담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채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 것은 재정 운용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자 지출은 정책 확대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 부채와 금리 환경에 따라 늘어난다. 세입과 비이자 지출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으면, 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 성장 속도를 앞지르게 된다. 그 결과 공공 부문 전반의 투자 여력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연금과 보건의료 지출을 포함해 장기 재정 부담을 따지는 재정 격차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구조는 이탈리아보다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탈리아는 높은 부채에도 불구하고 기초수지 흑자를 통해 부채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미국은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를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이러한 제약을 더 강화한다. 독립 예산 기구들은 현 정책이 유지될 경우 순이자 지출이 GDP 대비 약 3.2%까지 확대되고, 2030년대 중반에는 4%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수준이 높게 유지될수록 이자 비용은 빠르게 불어나며, 다른 분야에 배정할 수 있는 재원은 그만큼 줄어든다. 이 흐름이 지속될 경우 교육 인력 확충과 장기 투자 여력은 점차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주: 2025회계연도에 연방정부의 이자 지출이 국방비를 상회했다.
이탈리아 재정 정상화가 남긴 교훈
이탈리아의 사례는 계획된 재정 정상화가 국가의 재정 신뢰도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정적자를 GDP 대비 약 3% 수준으로 낮추고 기초수지 흑자를 달성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신용도 개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성장률이 높지 않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졌음에도, 기초수지 개선은 재정 운용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정 정상화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됐다. 세원 관리가 강화됐고, 유럽연합(EU) 회복 기금 집행 과정에서 부과된 조건들이 재정 규율을 유지하는 장치로 작동했다. 단기 경기 대응보다 기초수지 관리에 초점을 둔 정책 방향도 일관되게 유지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5년 평가에서 이탈리아의 기초수지 흑자 복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를 지속해 부채 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2025년 기초수지 흑자가 GDP 대비 약 0.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존했지만, 투자자들은 단기 정치 상황보다 재정 운용의 방향성과 제도적 틀에 주목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위험 프리미엄은 낮아졌고, 국채에 대한 시장 평가도 개선됐다. 이는 성장과 달러 지위에 기대 재정 부담을 뒤로 미뤄온 미국과 대비된다. 교육 재정에서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단기 대응보다 중장기 계획이 효과적이며, 여력이 있을 때 재원을 축적해 재정 여건이 악화될 때 핵심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재정 적자와 이자 부담이 고착되는 흐름
프랑스는 재정 불안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구조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4년 재정적자는 GDP 대비 약 5.8%에 달했고, 2025년에도 개선 흐름은 뚜렷하지 않다. 부채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경로가 제시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9월 신용등급이 A+로 하향 조정됐다. 이자 비용은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GDP 대비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 압박이 누적될수록 조정이 가능한 지출부터 축소된다.
영국 역시 부담이 쌓이고 있다. 공공부문 순부채는 GDP 대비 90% 중반 수준에 이르렀고, 대규모 국채 차환 일정이 재정 운용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의 위기 국면은 아니지만, 기초수지 개선이 지연될 경우 교육과 연구 분야에 배정할 수 있는 재원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러한 흐름이 이미 가시화된 사례에 가깝다. 재정적자가 장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이자 지출이 확대될수록 재량 지출 전반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다른 정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된다. 연금과 의료 지출을 포함한 장기 부담을 고려하면, 미국의 재정 여력은 외형적 지표보다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 이탈리아는 기초 재정수지에서 소폭 흑자로 전환했지만, 프랑스와 미국은 적자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 예산을 지키는 재정 대응 방향
재정 압박이 커지는 국면에서 교육 분야에는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이 요구된다. 일회성 재원은 누적된 과제 해결에 한정해 사용하고, 외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운영 구조를 점검해 효율이 낮은 지출을 정비함으로써, 재정 여건이 악화돼도 교육 기능이 급격히 훼손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정책의 초점은 재정의 흐름 관리에 있다. 부채 비율을 단기간에 낮추기보다, 세입과 비이자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기초수지 관리가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세율 인상보다는 과세 기반 확대, 불필요한 감면 정비, 징수 체계 강화를 통해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다. 지출 측면에서는 인력과 기술 가운데 성과가 확인된 분야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저성장 환경에서도 기초수지 흑자가 재정 위험을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프랑스는 조정 지연이 선택지를 줄인다는 점을 드러냈다.
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연방 차원의 이자 지출 비중이 확대될수록, 주 정부는 교육 예산이 경기 변동에 따라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완화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세수 증가분의 일부를 교육 재원으로 자동 적립하는 방식은 예산 변동성을 낮추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민간 자금을 연계한 성과 기반 지원을 병행할 경우, 재정 제약 속에서도 교육 투자를 일정 수준 유지할 여지가 생긴다.
한때 유로존 재정 위기의 상징이었던 그리스는 기초수지 흑자를 정착시키고 부채 비율을 낮추는 국면으로 전환했다. 급격한 성장이나 특수한 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재정 규율을 유지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집행한 결과였다. 이탈리아는 기초수지를 중심으로 재정 흐름을 조정하며 부담을 낮췄다. 반면 프랑스는 조정이 지연되면서 이자 비용과 재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같은 유럽 안에서도 선택에 따라 재정 경로는 달라졌다.
이 흐름은 미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자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으며, 재정 운용의 여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기초수지 균형을 향한 구체적인 경로를 마련할 경우, 이자 부담 증가 속도를 늦추고 재정 운용의 여지를 일부 회복할 수 있다. 결국 기초수지에 대한 선택은 교육과 연구 재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taly’s Fiscal Rehab, France’s Drift, and Why US Fiscal Sustainability Now Shapes Educ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