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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플레이션’에 편의점 찾는 사람들, 고물가가 바꿔 놓은 식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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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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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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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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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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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식당 밥 한 끼도 부담"
5년간 외식 물가 26% 올라
"점심값 아끼자", 편의점 이용 급증

편의점에서 도시락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슬림다이닝(Slim Dining)’이 새로운 식사 문화로 자리 잡았다. 최근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점심값이 급상승하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Lunchflation)’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속 소비 흐름과 가성비 높은 먹거리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편의점 도시락은 경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이하면 저성장 신호로 보는데, 편의점 도시락 매출이 급증한 2022년부터 국내 GDP 성장률은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자재비·인건비 상승에 외식물가 고공행진

17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20으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이 중 외식 부문 소비자물가지수는 125.49로, 2020년보다 26%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16.2%보다 1.5배나 빠른 속도다. 특히 외식 품목 중 대표로 꼽히는 김밥과 햄버거가 각각 38%, 37%씩 오르며 가장 많이 뛰었다. 떡볶이, 짜장면, 도시락, 라면 등은 30% 이상 올랐고 비빔밥, 설렁탕, 짬뽕 등도 20% 이상 증가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관련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음식점업 생산지수(불변 기준)는 2022년(115.0)을 정점으로 2023년(114.2), 2024년(112.0), 2025년 6월(110.2)까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외식 산업의 생산 활동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그만큼 외식 소비가 축소되고 있다는 얘기다.

외식물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식자재비 급등이 지목된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같은 기간 22% 올랐으며, 가공식품은 24% 상승했다. 밀가루와 치즈, 설탕 등 외식업에 필수적인 재료 역시 한꺼번에 올랐다. 여기에 최근 배달비까지 오르면서 외식물가를 더욱 끌어올렸다. 인건비 상승도 외식물가를 견인했다. 최저임금은 지난 1988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멈추지 않고 상승해 왔다. 최저시급은 지난해 9,860원에서 올해 1만30원으로 170원(1.7%) 오르며 1만원을 돌파했고 내년에는 1만320원으로 290원(2.9%) 오른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은 평균 3.4%다.

편의점 도시락으로 버티는 직장인들, 노년층·외국인 비중도 급상승

외식 물가가 오르자 끼니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직장인도 늘어나고 있다. 수년 새 오피스타운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음식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1만원이 넘는 콩국수, 1만원대 중반의 냉면, 2만원에 육박하는 삼계탕 등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이에 많은 직장인은 편의점 도시락과 같은 비교적 저렴한 한끼로 눈을 돌렸다. 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자녀 교육비, 집 대출금, 부모님 병원비에 치이는 탓에 점심 한 끼에 1만원 이상 쓰는 게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50대 직장인 B씨도 “예전엔 점심값 1만원 넘으면 비싸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1만원으로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거의 없다”며 “될 수 있으면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고, 고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직장인은 특히 저렴한 주식과 음료를 조합해 ‘5,000원의 만찬’을 완성하는 새로운 점심 공식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치솟는 런치플레이션 속에서 소비자들이 생존을 위해 편의점을 찾고 있다”며 “3,000원대 도시락과 1,000원 김밥 같은 초저가 상품은 맛과 품질을 넘어 편의점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직장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물가·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노년층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특히 점심 시간대에 편의점을 이용하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늘어나는 추세다. 비씨카드가 발간한 ‘ABC 리포트’에 따르면 70대 이상 고객의 편의점 매출 가운데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1시59분)에 결제된 금액 비중은 지난해 1월 19.9%에서 같은 해 6월 22.9%로 3%포인트 커졌다.

60대 고객의 편의점 점심시간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16.8%에서 19.0%로 2.2%포인트 확대됐다. 고령층 고객이 도시락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방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먹는 외국인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GS25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외국인 결제 수단 내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도시락 매출 신장률인 22.9%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사진=GS리테일

런치메뉴 강화하는 편의점업계

이 같은 추세는 고스란히 편의점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우리동네GS'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결과, 도시락·김밥·주먹밥·샌드위치·햄버거 등 신선 식품(FF) 분야의 사전예약 매출은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4.7% 늘었다. 특히 도시락 매출 비중은 61%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락 사전예약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6.6% 증가했다. 사전예약을 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락 1위는 '정성가득비빔밥'이었다. △채식 위주 구성 △저칼로리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이라는 것이 GS25 측 분석이다. 도시락 사전예약을 이용한 고객 중 여성 비중이 55.4%였고, 30~40대 소비자 비율은 65.2%에 달했다. GS25 관계자는 "출근 전 점심 도시락을 미리 준비하는 계획형 소비 수요가 반영돼 도시락 사전예약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업계는 런치 메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GS25는 지난 5월 신메뉴 ‘혜자로운 알찬정식’ 1탄과 2탄을 출시했으며, 6월에는 ‘편도족’을 위한 즉석밥 GS25가 ‘혜자백미밥’을 선보였다. 특히 혜자백미밥의 가격은 1개당 1,000원으로, 동일 용량의 유명 브랜드 즉석밥과 비교할 때 52%(1,100원) 이상 저렴한 업계 최저가를 자랑한다.

CU도 최근 전문점 수준 맛과 품질을 내세운 ‘넘버원 간편식 시리즈’ 15종 라인업을 추가했다. 해당 시리즈는 도시락, 김밥, 삼각김밥, 샌드위치, 파스타, 안주 등 총 15종의 간편식으로 구성돼 있는데, 기존 편의점에서 찾기 어려웠던 새로운 타입의 간편식을 대거 선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24의 경우 올 초부터 초저가 콘셉트의 자체브랜드 ‘상상의끝’을 중심으로 다양한 점심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상상의끝 점심메뉴는 극강의 가성비(1,900원~3,900원)를 앞세워 편도족의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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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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