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가이즈 인수 나선 H&Q, 투자 실패 만회·일본 확장·자금 회수까지 노린다
입력
수정
H&Q에쿼티파트너스 품에 안기는 파이브가이즈, 매각가 600억~700억원대 추정 에스콰이아·11번가 등 투자 실패 사례 누적, 파이브가이즈로 만회 나섰나 지분 인수 통해 日 사업권 확보, 제2의 버거킹재팬 될 수 있을까

한화갤러리아가 매물로 내놓은 미국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 영업권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에쿼티파트너스(이하 H&Q)에 매각된다. H&Q는 한국 파이브가이즈의 꾸준한 외형 성장세, 일본 사업 확장 가능성 등을 투자 매력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H&Q의 과거 투자 실패 만회 및 현대엘리베이터 지원에 투입된 자금 회수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H&Q, 파이브가이즈 인수전 승기 쥐어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7일 한화갤러리아는 H&Q와 지분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7월 파이브가이즈 지분 매각을 위한 투자 안내문(티저레터)을 배포한 지 5개월 만에 원매자 선정이 이뤄진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H&Q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사 이후 최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매각가는 600억~700억원대로 관측된다.
업계는 최근 F&B(식음료) 인수합병(M&A) 매물이 좀처럼 소화되지 않는 가운데 파이브가이즈가 단기간 내에 이례적인 결과를 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실제 티저레터 배포 후 다수의 기업 및 투자자들이 파이브가이즈 인수를 검토했으나, 이들 중 일부는 거래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랜차이즈 사업 특유의 운영 리스크와 파이브가이즈의 ‘운영권’ 인수 구조를 불확실성 요인으로 판단한 것이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본사가 브랜드를 보유하고, 각국 운영사가 영업권을 확보해 사업을 전개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H&Q는 원매자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 과정에서 한국 파이브가이즈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H&Q는 파이브가이즈가 2023년 국내에 진출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성장 단계에 있으며, 인수 이후에도 추가적인 성장 여지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파이브가이즈는 국내 진출 후 점포 수, 매출 등 외연 확장을 꾸준히 이어 왔다. 지난해 매출은 465억원으로 전년 대비 36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H&Q의 투자 실패 전례
일각에서는 H&Q의 파이브가이즈 인수가 연이은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강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H&Q는 국내 M&A 시장에서 수차례 쓴맛을 봐 왔다. 2009년 제화 기업 에스콰이아를 약 800억원에 인수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경영권 인수 이후 에스콰이아는 한동안 준수한 실적을 유지했다. 2009년 1,02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이듬해 1,516억원으로 늘었고 2011년에는 2,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역시 2009년 -61억원에서 2010년에는 139억원으로 대폭 개선됐다.
에스콰이아의 실적이 악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였다. 2011년 2,036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1,803억원으로 감소했고, 2013년에도 1,562억원으로 재차 줄었다.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며, 당기순손실 규모도 같은 기간 118억, 130억원으로 커졌다. 업계에서는 H&Q가 인수 직후 진행한 경영진 교체 작업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제화업계 상황과 회사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타 업종의 경영진을 영입한 탓에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에스콰이아는 2014년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2015년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됐다.
11번가 역시 H&Q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앞서 지난 2018년 나인홀딩스 컨소시엄(H&Q·국민연금·새마을금고)은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SK스퀘어와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자금 회수 장치를 만들었다. 5년 내로 11번가의 기업공개(IPO)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SK스퀘어가 FI 지분을 되사는 콜옵션을 행사하고, SK스퀘어 측이 이를 포기할 시 FI가 SK스퀘어 지분을 포함해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11번가는 기한 내 상장에 실패했고, SK그룹은 2년 전인 2023년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11번가 기업가치가 하락한 만큼 약정된 수익으로 지분을 되살 시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통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원매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올해 콜옵션 행사 시점이 다시 도래하자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 100%를 SK플래닛에 매각하는 안을 최종 의결하며 투자금 상환을 선택했다.

日 사업 확장도 메리트
이번 거래가 '현대엘리베이터 구하기'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HMM(옛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복수의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으로 거액의 손실을 냈다. 당시 2대 주주였던 쉰들러홀딩스는 이를 문제 삼아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쉰들러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은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이때 현대엘리베이터에 손을 내민 것이 H&Q다. H&Q는 구조화 금융 패키지를 통해 정교한 투자 구조를 설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안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결과 현 회장은 회장은 쉰들러홀딩스와의 소송에 따른 배상금을 갚기 위해 엠캐피탈에서 실행한 연 12%대의 고금리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경영권 방어를 도왔던 H&Q의 3,200억원 규모 금융지원은 지난 10월 말 사실상 마무리됐다.
일본 파이브가이즈 영업권 확보 역시 주요 투자 메리트로 꼽힌다. 앞서 파이브가이즈 본사는 한국 법인의 영업력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 일본 영업권을 국내 운영사인 에프지코리아에 넘겼다. 이후 에프지코리아는 올해 1월 일본법인인 'FG재팬GK'를 설립하고, 에프지코리아를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사업 확장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파이브가이즈 일본 사업에 기대가 실리는 배경에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버거킹재팬 투자 성공 사례가 있다. 어피너티는 2016년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로부터 버거킹재팬 지분 100%를 인수해 ‘버거킹의 불모지’로 불리던 일본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달 골드만삭스에 지분을 매각하며 최초 투자액의 5.8배에 달하는 785억 엔(약 7,500억원)의 매각가를 인정받았다. 버거킹재팬은 어피니티 투자 기간 동안 매출이 약 290배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