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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큰 승리” 뒤 남은 질문, 고려아연 테네시 제련소 투자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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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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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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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부담 고려아연 집중, 불공정 비판도
정부 차원 대미 투자 기조와 연결 지점
美 전략광물 정책·투자 모델 대대적 변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제련소 건설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이를 “큰 승리”로 포장하며 전략광물 공급망을 자국 내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자본을 활용해 핵심 광물의 정제·가공 설비를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간 공백 상태였던 산업 기반을 복원하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해외 자본 활용 설비 유치 방식은 향후 미국 전략 산업 정책과 투자 모델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필수 전략광물 미국 내 직접 공급

1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기반을 재건하며 외국 공급망 의존을 끝내는 변혁적인 핵심 광물 계약을 체결했다”며 “2026년부터 미국은 고려아연의 확대된 글로벌 생산에 우선 접근권을 확보해 미국 안보와 제조업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기는 방식”이라며 “미국의 큰 승리(Huge win)”라고 자평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고려아연이 미 국방부(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테네시주 클락스에 74억3,200만 달러(약 10조9,500억원)를 투자해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직후 나왔다. 해당 제련소는 완공 시 연간 54만 톤(t)의 필수 자재를 생산할 계획으로, 갈륨·게르마늄·인듐·안티몬·구리·은·금·아연 등 방위산업,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전력망에 필수적인 전략광물을 미국 땅에서 직접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투자를 국가안보 성과로 직접 연결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국방·경제 안보 차원에서 핵심 광물은 전략 자산”이라고 규정하며 “전쟁부가 조건부로 14억 달러(약 2조700억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제련 설비를 부활시키는 결정은 지난 50년간의 제련 산업 쇠퇴를 되돌리는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테네시주를 지역구로 둔 빌 해거티 상원의원 역시 “고려아연이 테네시에 세계적 수준의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제안보를 회복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지정학적 승리”라고 포장했다. 

투자 구조를 들여다보면 ‘미국의 큰 승리’라는 표현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한층 선명해진다. 제련소 건설과 운영에 투입되는 자금 대부분을 고려아연이 부담하는 탓이다. 설비투자(Capex) 기준 66억 달러(약 9조7,000억원)에 운용 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한 74억 달러 이상의 재원은 고스란히 단일 기업의 결단으로 집행된다. 반면 미국 정부의 직접 지원은 반도체법(Chips Act)을 근거로 한 최대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원) 보조금과 전쟁부의 14억 달러 조건부 투자에 한정된다. 

이는 생산 설비는 물론 고용과 정치적 성과를 모두 미국이 가져가는 반면, 초기 투자 리스크와 장기 수익성 부담은 고려아연이 짊어지는 구조를 드러낸다. 이 때문에 이번 딜을 둘러싼 평가는 “서로가 윈윈”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지나친 불공정”이라는 비판론으로 나뉜다. 고려아연은 미국 전략광물 공급망에 선제적으로 진입해 장기적인 안전판과 글로벌 위상을 확보하는 반면, 미국은 외국 자본을 활용해 전략 산업의 핵심 고리를 자국 내로 되돌린다. 러트닉 장관의 큰 승리라는 표현은 이번 거래가 미국에게 얼마나 비용 대비 효율적인 선택이었는지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수사에 가까운 셈이다. 

8월 25일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직후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한미 공급망 동맹 기조와 일치

다만 이번 투자를 고려아연 단일 기업의 전략적 판단으로 단정하기에는 최근 이어진 정부 차원의 대미 투자 기조와 겹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지난 8월 최윤범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현지 정부 관계자들과 전략광물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 내에서 사라진 제련·가공 설비를 외국 자본을 통해 복원하는 구상과 함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의 공급선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검토는 이 같은 논의 이후 본격화된 흐름으로 읽힌다.

최 회장의 방미 일정에는 미국 방산·항공우주 산업을 대표하는 록히드마틴과의 접촉도 포함됐었다. 당시 양사는 고순도 게르마늄 공급 협약을 체결하고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1,4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0t 규모의 고순도 게르마늄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는 해당 설비의 생산 물량은 모두 미국 방산·반도체 산업에 공급된다. 게르마늄은 군용 레이더와 위성, 적외선 센서 등에 필수적인 전략광물로, 미국 입장에서 고려아연과의 협력은 오랜 시간 중국에 집중됐던 공급망 리스크를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미 양국이 추진해 온 공급망 동맹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은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일본과는 5,500억 달러(약 814조원) 규모의 전략 산업·핵심 광물 투자 펀드를, 유럽연합(EU)과는 특정 천연자원과 화학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 완화와 공급망 협력을 합의한 바 있다. 한국 역시 연간 200억 달러(약 29조6,000억원)의 대미 투자 구상을 추진하면서 조선·제조 인프라를 미국에 이전하는 방안과 함께 전략광물 설비 유치를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 고려아연의 제련소 건설은 이러한 협상 환경 속에서 등장한 첫 번째 대규모 투자 사례다. 

이 때문에 이번 투자는 민간 기업이 전면에 나서 자본과 실행을 맡고, 정부가 외교·통상 협상에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식의 전형에 가깝다. 이를 뒷받침하듯 고려아연은 최근 캐나다 자원 개발 기업 TMC 지분 5%(8,500만 달러·약1,260억원)를 인수해 원료 확보 단계까지 포섭하고 나섰다. 이런 일련의 행보는 개별 기업의 외연 확장을 넘어 한미 간 경제 안보 협력 구도 속에서 전략적으로 배치된 움직임에 가깝다는 게 산업계와 외교계 전반의 시각이다. 

미국 내 제련 경험·생산 실적 전무

이번 투자는 전략광물 제련 설비를 자국 영토 안에 두겠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그 실행 주체로 해외 자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책 운용 방식 변화를 시사한다. 그간 미국은 국방생산법(DPA)을 비롯한 전략·핵심물자 비축 관련 법령을 통해 전략광물을 국가안보 자산으로 분류해 왔지만, 실제 생산·정제 설비의 구축 단계에서는 자국 기업만으로 공급망을 복원하는 데 한계를 노출해 왔다. 제련 산업은 초기 설비 투자 규모가 크고, 환경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숙련 인력 확보까지 동시에 요구되는 탓이다. 

산업 공백은 매우 장기간에 걸쳐 누적됐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환경 규제 강화와 비용 부담으로 연, 안티모니, 인듐, 게르마늄 등 비철·전략금속 제련을 줄여 왔고, 그 결과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으로 나타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서 2020~2023년 미국의 안티모니 중국 의존도는 76%에 달했고, 게르마늄 등 여타 광물들 또한 중국의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존에 대규모 복합 제련 경험과 생산 실적을 보유한 해외 기업이 정책 실행의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고려아연의 위치 역시 단순한 공급자 범주를 넘어섰다. 미국은 전략광물의 채굴–정제–가공–최종 수요처로 이어지는 연쇄 중 가장 취약한 고리를 ‘정제·가공’ 단계로 인식해 왔고, 이 영역에서 중국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출 대안으로 고려아연을 떠올렸다. 미국 입장에서 고려아연은 특정 광물의 조달처보다는 전략광물 공급망의 병목 구간을 안정화할 파트너에 가깝다. 이는 고려아연이 개별 품목 단위의 거래 상대를 넘어 미국 전략산업 전반과 직접 연결되는 위치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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