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업자 110만 명 돌파, 숫자보다 눈여겨볼 ‘구성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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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적 취업자 비중 절대다수
상당수 중소·지방 제조업 현장 투입
인건비 및 노무 리스크 관리 흐름 강화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외국인 수가 110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단순한 양적 증가를 넘어 유학생과 아시아 국적 인력을 중심으로 한 구성 변화를 뚜렷하게 나타낸다. 외국 인력의 상당수는 중소 제조업과 지방 산업 현장에 집중됐는데, 임금 수준과 근로 시간 분포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됐다. 이에 노동 현장에서는 기업의 인력 운용 방식과 노동 제도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적·체류 유형에서 드러난 노동 유입 성격
18일 국가데이터처(전 통계청)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에 상주하는 외국인은 169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3만2,000명(8.4%) 늘었다. 이들 외국인의 고용률은 65.5%로 전년 대비 0.8%p 상승했다. 그 결과 외국인 취업자 수는 110만9,000명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9.4% 증가한 수준이자, 이 시기 국내 전체 취업자(2,916만 명)의 3.8%에 해당한다.
외국인 유학생과 비전문취업 인력이 이 같은 증가세를 이끌었다. 5월 국내 외국인 유학생 취업자는 6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3,000명 늘었고, 증가율은 71.8%에 달했다. 같은 기간 비전문취업(E-9·고용허가제) 외국인도 32만1,000명으로 1만8,000명 증가했다. 데이터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의 외부 학생 유치 확대 움직임에 따라 외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외국인 취업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고용허가제에 따른 비전문취업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적별 외국인 취업자 가운데는 한국계 중국인이 34만1,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인 14만9,000명, 중국인 5만4,000명 순을 보였다. 베트남인과 중국인의 국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21.3%, 27.8% 증가했다. 반면 한국계 중국인은 0.1% 감소해 증가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비켜섰고, 아시아 국적 외 취업자 비중은 10% 미만에 머물렀다. 외국인 취업자 증가가 특정 지역과 국적에 집중된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를 국내 노동시장 전반의 경쟁 심화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근로 조건을 살펴보면,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분포는 200만~300만원이 50.2%(52만6,000명)로 가장 많았다. 300만원 이상을 받는 비중은 36.9%(38만7,000명)를 기록했고, 100만~200만원은 9.0%(9만5,000명), 100만원 미만은 3.8%(4만 명)에 그쳤다. 직장 만족도 조사에서는 ‘만족’ 응답이 68.7%로 전년보다 6.1%p 상승했다. 또 평균 취업 시간은 주 42.9시간으로 전년 대비 0.3시간 줄었으며, 주 40~50시간 미만 근무자가 58.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제조업 인력 공백 메우며 생산성 유지
일각에서는 외국인 취업자 증가가 내국인의 취업 기회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일자리의 총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인 고용 확대는 내국인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제 고용 현장에서 나타나는 흐름은 이 같은 우려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실제 지난해 외국인 취업자 수는 101만 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소 제조업과 지방 산업 현장에 집중됐다. 산업별로는 광·제조업 취업자가 46만1,000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웠고, 전년 대비 증가 폭 역시 4만9,000명으로 가장 컸다.
반면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은 19만1,000명,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은 14만4,000명 수준에 그쳤다. 사업장 규모별 분포에서도 외국인 고용의 성격은 분명하게 갈렸다. 취업자의 97.2%에 해당하는 98만3,000명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했고,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근무자가 73만9,000명으로 전체의 73.2%를 차지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취업한 외국인은 2만8,000명에 불과했다. 외국인 고용이 대기업의 양질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는 내국인 구인난이 장기간 누적된 중소 사업장의 인력 공백을 메우는 식으로 이뤄져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이유도 ‘내국인 구인난’으로 나타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중소 제조업체 1,22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 실태조사’에서 내국인 근로자 구인난을 외국인 채용 사유로 꼽은 업체 비율은 92.2%에 달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잔업 제한, 열악한 작업 환경, 잦은 이직으로 인한 업무 연속성 저하 등이 내국인 기피 요인으로 누적되면서 외국인 고용이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여겨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지표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 근속 기간인 1년 미만 외국인 근로자의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고, 대부분 기업은 평균 4개월가량의 수습 기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낮은 한국어 능력으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66.7%),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49.3%), 문화적 차이(35.6%) 등이 관리 과제로 제시됐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65.2%의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 연장과 도입 규모 유지를 희망한다고 답해 외국인 고용이 단기 대체재가 아닌, 중소 제조업 인력 운용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드러냈다.

강화된 노동 규제 속 기업의 선택 방향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노동 관련 법·제도가 잇따라 강화되면서 기업의 인력 운용 전략에서도 외국인 고용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논의 등 일련의 제도 변화가 누적되면서 인건비와 노무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진 탓이다. 일반적으로 인력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가능성과 비용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제도 적용 범위가 명확한 외국인 고용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으로 자주 언급된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확대하고, 노동조합의 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사용자 개념이 모호해질 경우 교섭 대상과 범위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줄곧 내비쳤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 범위와 교섭 대상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이 시행될 경우, 노사 간 분쟁은 사후적으로 법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은 제도 강화가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을 가장 선명히 드러내는 분야다. 법무부가 이주노동자의 건설업 취업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현장에서는 내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간 일자리 경쟁에 대한 우려가 빗발치고 있다. 건설노조는 “시공능력평가액을 기준으로 이주노동자 채용 한도를 확대하면, 일부 대형 업체가 대규모 외국인 고용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낮추려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으며, 건설업계는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외국인 고용 없이는 공사 일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이처럼 노동 관련 제도 변화는 외국인 고용을 둘러싼 판단을 단순 인력 보충 차원을 넘어 기업의 위험 관리와 비용 구조 전반과 연결시킨다. 다만 외국인 고용 확대가 모든 산업과 기업에 동일한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내국인 노동자와의 관계 설정, 숙련도 축적 문제, 현장 갈등 관리 등 과제가 산적한 까닭이다. 노동 규제 강화와 외국인 고용 확대가 맞물리며 나타난 이러한 문제점들은 향후 고용 환경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흐름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