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끌어올린 생산성, ‘고용 없는 성장’ 뉴노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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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4%대인데, 고용은 냉각 채용 대신 AI로, 기업들 '슬림화' 전략 AI가 생산성 높이지만 고용엔 악영향

최근 미국 기업들의 고용 핵심 키워드는 ‘채용 동결’이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확인했음에도, 고용은 여전히 정체되는 모습이다. 이는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이 민감하게 반응하던 과거 국면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저고용 상태가 기준값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균형 구도의 형성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11월 구인, 1년來 최저 수준
7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1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에 따르면 계절 조정 기준 구인 건수는 714만6,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760만 건)를 밑도는 수준이자,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서 10월 구인 건수는 기존 767만 건에서 744만9,000건으로 하향 조정됐는데, 11월 수치는 이보다도 더 낮다.
업종별로 보면 헬스케어·사회복지 부문의 구인 건수가 133만5,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문·기업 서비스(133만4,000건), 무역·운송·유틸리티(126만 건), 숙박·음식 서비스(83만7,000건) 부문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이 가운데 전문·기업 서비스를 제외한 업종에서 구인 규모는 모두 10월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채용이 둔화했지만 해고도 함께 줄어들면서 고용 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퇴직은 508만 건으로 전달(506만9,000건) 대비 소폭 늘었다. 퇴직률은 3.2%로 변화가 없었다. 자발적 퇴직은 316만1,000건으로 전월(297만3,000건)보다 늘었고, 퇴직률은 2.0%로 동일했다. 반면 비자발적 퇴직인 해고는 168만7,000건으로 10월(185만 건)보다 크게 줄었다. 해고 건수는 10월에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11월에는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고율도 1.2%에서 1.1%로 낮아졌다.

노동 저장 현상에 따른 ‘저고용·저해고’ 풍조
이 같은 신규 채용 둔화 흐름은 미국 고용 시장이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기업들이 즉각적인 대규모 감원에 나서기보다는, 채용을 줄이며 관망하는 저고용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인공지능(AI)이 더 많은 업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지난달 한국노동연구원이 국제노동브리프에 게재한 '미국 : AI 도입 가속화와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AI 사용 빈도는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노동자의 21%가 업무 일부로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불과 1년 전(16%)과 비교해 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미 여론조사기관 갤럽(Gallup)이 작년 6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1년에 여러 번 AI를 직무에 활용하는 비율이 2023년 21%에서 2025년 40%로 2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고, 매일 활용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4%에서 8%로 늘어났다. 특히 사용 비율이 가장 높은 산업은 기술 (50%), 전문 서비스(34%), 금융(32%) 순으로 나타났다.
일상에 자리 잡은 AI 기술 역량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가속하고 있다. 최근 미국 노동 시장 내부에서는 명확한 선별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자동화 설계, AI 운영 역량을 보유한 인력군은 핵심 자산으로 유지되는 데 반해, 반복적 업무와 중간 숙련 영역은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모습이다. 이는 노동자의 몸값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도 자리 잡았다. 노동시장 분석 플랫폼 라이트 캐스트(Lightcast)가 10억 건 이상의 구인 공고를 분석한 결과, AI 기술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그렇지 않은 일자리에 비해 평균 28%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AI 숙련도에 따른 고용과 소득 불평등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 인력 감축 전략이 아닌 기업 운영 방식 전반의 재설계를 통해 형성된 결과로 해석된다. AI 시스템 기반 운영이 확산하면서 기업은 동일한 산출을 더 적은 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숙련 인력의 희소성은 높아졌고, 신규 채용을 통한 대체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 결과 고용 시장은 채용도 해고도 활발하지 않은 정체 구간에 도달했고, 노동 수급의 탄력성도 약화됐다. 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인력을 쉽게 줄이지 않는 ‘노동 저장(labor hoarding)’ 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Arthur Okun)은 1963년에 “미숙련 노동자를 나중에 새로 채용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고를 남발하는 기업은 인재 유치와 유지에 불리하다는 논리다.
AI發 생산성 향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가능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최근 미국 경제에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기대보다 높게 나온 상황에서도 고용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기준 4.3%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3·4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자, 시장 예상치(3.2%)도 웃도는 수치다. 반면 일자리 숫자는 경제 성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9월 4.4%에서 11월 4.6%로 상승했다. 이는 2021년 9월 이후 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견고한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정체되는 현상은 향후에도 정상적인 모습일 수 있다"며 "AI 기반 생산성 향상이 고용을 늘리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AI 자동화가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기존 노동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노동시장도 장기간 침체를 지속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경제 성장과 고용의 엇박자에 주목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AI가 경제 성장과 생산성 증가를 촉진하는 동시에 일부 영역에서는 고용 약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AI가 성장과 고용의 전통적 관계를 바꾸고 있을 가능성을 강조했다. 폴슨 총재는 3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2026 전미경제학회(AFA) 연차총회'에서 “강한 성장과 둔화하는 노동시장이라는 상충된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배경 중 하나로 AI에 따른 생산성 구조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폴슨 총재는 특히 청년층과 저숙련(entry-level) 일자리 증가 둔화를 중요한 관찰 지점으로 지목했다. 이 현상은 과거에는 경기 둔화의 전조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동시에 AI에 가장 취약한 직무군이기도 하다. 즉 현재의 고용 둔화가 경기 순환의 결과보다는 AI가 노동 수요 구조를 바꾸고 있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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