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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기후 규제가 만든 국경 이동, 배출은 왜 줄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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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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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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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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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과학의 언어로 읽고, 사실 위에 통찰을 더하는 글을 전합니다. 복잡한 현상 속에서 본질을 찾아 독자와 함께 사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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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불일치가 키운 탄소 누출 구조
감축 정책이 바꾼 생산 입지·공급망
통상 질서에서 시험대에 오른 기후 정책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후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배출 감축이지만, 정책 설계 방식에 따라 그 실제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거래된 에너지 집약적 제품의 배출량 가운데 약 25%는 국가 간 이동, 이른바 탄소 누출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배출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생산 활동과 함께 국경을 넘어 이전됐음을 의미한다. 일부 국가는 엄격한 감축 규제를 도입했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배출 총량의 감소보다 생산 거점의 재편이 먼저 나타나는 양상이 형성됐다. 기후 규제와 통상 질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감축 정책은 환경 정책을 넘어 산업 입지와 교역 구조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동한다. 이런 맥락에서 기후 정책은 단순한 배출 감축 수단을 넘어 국제 분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규칙 차이가 만든 비용 압력

탄소 누출의 출발점은 국가별로 상이한 기후 규제 체계에 있다. 일부 국가는 탄소세를 도입하고, 다른 국가는 배출권 거래제를 운용하며, 또 다른 국가는 보조금이나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를 선택한다. 이 같은 제도적 차이는 기업의 비용 구조에 즉각적으로 반영된다.

특히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철강·화학 산업에서는 규제 강도의 차이가 생산 원가와 투자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독일의 철강·화학 공장은 강화된 배출 규제로 인해 추가 비용 부담이 확대된 반면, 규제가 느슨한 국가의 생산 시설은 동일한 압박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동일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생산 지역에 따라 경쟁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러한 비용 격차를 완충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탄소 누출 방지를 명목으로 65억 유로(약 9조3,000억원) 규모의 지원 제도를 승인했다. 그러나 규칙 간 격차가 유지되는 한, 기업의 선택은 감축 투자보다는 생산 이전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 기후 정책 엄격성 격차와 비용 압력의 확대
주: 2010년과 2020년을 비교하면 국가별 기후 정책 엄격성 지수(CAPMF)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상승 폭과 수준은 국가마다 크게 달랐다. 일부 국가는 높은 규제 강도를 유지한 반면, 다른 국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정책 격차가 확대됐다.

생산 이전으로 나타나는 조정

비용 압력이 누적되면 기업의 대응은 구조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은 신규 투자를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지역에 배치하거나, 배출 부담이 큰 공정을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이전하는 선택을 한다. 환경 규제의 국가별 차이가 존재할 경우 해외 투자와 생산 이전이 증가한다는 점은 다수의 연구에서 이미 확인됐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체로 일부 공정의 이전이나 외주화에서 시작된다. 이후 생산 단계 간 분업 구조가 재편되면서 그 영향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된다. 그 결과 규제가 엄격한 국가는 배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동시에 수입이 늘어나 다른 지역의 배출이 증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생산 이전이 누적되면서 산업 공백과 고용 감소가 나타났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커졌다. 각국 정부가 예외 조항이나 보조금으로 대응하게 된 배경이다. 이 과정에서 기후 정책의 일관성은 점차 약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후 정책 강화 이후 국가별 탄소 누출률의 차이
주: 기후 정책 엄격성 지수(CAPMF)가 1단위 상승할 경우 국가별 탄소 누출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수치로 확인되는 탄소 누출

데이터는 배출 이동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유효 탄소 요율(Effective Carbon Rates in 2023)』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가에서 탄소 가격이 적용된 배출 비중은 27%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배출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가격 신호의 범위 밖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분석한 OECD 보고서 역시 제조업을 중심으로 탄소 누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산업별 규제 강도의 차이가 생산과 교역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핀란드 경제연구소(ETLA)의 분석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ETLA는 EU 배출권 거래제(EU Emissions Trading System)가 역내 배출을 낮추는 효과를 거두었지만, 동시에 수입품의 탄소 집약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연구자들은 탄소 가격의 적용 범위와 수준, 특정 국가의 생산 감소와 수입 증가 간의 연계, 기업의 해외 이전 사례 등을 종합해 탄소 누출 규모를 추정한다. 접근 방식은 대체로 보수적이지만, 정책과 가격 격차가 확대될수록 배출 이동 위험이 커진다는 점은 관련 연구 전반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통상 질서에서의 정책 정렬

해결의 핵심은 규칙의 정렬에 있다. 모든 국가가 동일한 제도를 채택할 필요는 없으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생산 이전이 경제적으로 유리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국경 단계에서 제품에 내재된 배출을 반영하는 조정 장치와, 국내에서의 실질적인 탄소 가격을 병행해 운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CBAM 시범 적용은 규칙이 명확할수록 기업의 불확실성이 낮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판단 역시 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저탄소 투자와 연계된 한시적 지원은 산업 기반과 고용을 유지하는 보완 수단으로 기능할 여지도 커졌다.

OECD는 에너지 위기 기간 동안 각국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활용했다고 지적하며, 조건 없는 지원보다는 실제 감축과 연계된 설계가 정책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강조한다. 기후 정책은 이제 국내 규제에 머물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통상 질서 속에서 조정되지 않는 한, 감축 성과 역시 온전히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When Policies Push Factories Over the Border: How Misaligned Climate Policy Creates Carbon Leakag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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