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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익 급증에도 노동 몫은 축소? AI 시대 美 경제의 이중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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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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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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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개선 효과의 귀속 주체 변화
노동소득분배율↓, 고용지표도 적신호
투자 주도형 회복으로 자본 축적 가속

미국 경제의 성장 과실이 노동을 외면한 채 자본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한 자동화 전환과 기업 이익 급증이 맞물리며 자본 수익은 빠르게 늘었지만, 임금과 고용을 통한 체감 경기는 이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과 생산성 급등, 설비투자 확대 등 일견 어울리지 않는 흐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면서 과실 분배를 둘러싼 불균형 논란 또한 점점 거세지는 모양새다. 

‘노동 축소형 성장’의 단면

1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늘날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돈은 노동이 아닌 자본을 향한다”고 진단하며 “AI 확산이 이 같은 흐름을 더욱 부추기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기업의 이익이 급증하고, 그 이익에 부여되는 시장 가치 역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WSJ는 “이 과정에서 기업과 주주, 그리고 일부 핵심 인재로 구성된 ‘자본’은 승자가 되고,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제한적인 소득 증가에 갇혔다”고 짚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 가치와 고용 규모의 괴리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일례로 1985년 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평가되던 IBM의 직원 수는 40만 명에 달했다. 반면 현재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위치한 엔비디아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당시 IBM 대비 최대 20배 높은 기업가치를 지녔음에도, 고용 규모는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높은 시장가치가 반드시 대규모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2020년대 이후 가속했고, 기업 이익에 부여되는 주가 배수까지 확대되면서 자본의 가치 증폭은 더욱 거세졌다.

자산 가격과 소비의 연결 고리도 달라졌다. 2019년 이후 미국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약 3% 늘어나는 데 불과했고, 전체 노동 보상도 8% 증가에 그쳤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업 이익은 43% 급증했다. 특히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기업의 이익률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BCA리서치의 더그 페타 전략가는 “주가가 10% 오르면, 최고 세율을 적용하더라도 소비 여력은 소득이 18% 증가한 것과 맞먹는다”면서 “최근 미 증시의 강세와 체감 경기의 괴리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자본 중심 분배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AI 도입을 둘러싼 전망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는 특정 직업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 노동 전반을 대체하는 범용 기술”이라고 정의하며 “기업이 AI 도입을 늘릴수록 기업의 매출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 이후 기업 이익률 상승과 고용·임금 간 괴리가 확대된 흐름 위에 이 같은 AI 투자가 더해지면서 성장의 과실이 어디로 귀속되는지에 대한 논쟁 또한 한층 거세지는 양상이다. 

신규 일자리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

이러한 논의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개념은 노동소득분배율이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 즉 피용자 보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가계에 분배되는 급여를 피용자 보수라 하고, 생산활동을 주관한 주체의 몫을 영업잉여로 본다. 노동의 가격이 자본의 가격보다 높을수록, 산업 구조가 노동집약적일수록, 전체 취업자 중 피용자 비율이 높을수록 이 비율은 상승한다. 반대로 자본수익이 빠르게 확대되거나 고용이 둔화될 경우 하락 압력이 커진다.

미 상무부 집계에서 미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80년 58%에서 지난해 3분기 51.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업 이익 비중은 7%에서 11.7%로 상승했다. 제조업 부가가치 중 임금과 복지로 돌아간 비중 역시 1980년 66%에서 2000년대 45%로 낮아졌다. 이를 두고 파스쿠알 레스트레포 예일대 교수는 “1980년대 이후 노동 감소의 약 절반이 자동화와 기술 변화에서 비롯됐다”고 짚으며 “최근의 AI 확산 역시 인력 감축과 생산성 개선 효과를 동시에 이끌면서 이익의 귀속 주체를 자본 쪽으로 이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총생산과 기업이익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노동의 몫은 오히려 축소된 가운데, 고용 지표에도 경고등이 커졌다. 지난해 미국 내 신규 일자리는 58만4,000개에 그치며 전년(약 200만 개)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12월 실업률 역시 4.4%로 1년 전(4.1%)과 비교해 크게 뛰었다. 텍사스 A&M대 레이먼드 로버트슨 교수는 “노동의 몫이 줄었다는 건 임금이 내려가거나, 일하는 사람 수가 줄었다는 뜻”이라며 “두 조건이 동시에 맞물리면 기업 마진 개선에도 고용과 임금이 동반 확장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본격화한 흐름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소 엇갈린다. 먼저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의 생산성 급등을 '열린 질문(open question)'으로 규정했다. 대규모 인력 감축이 자동화로 직결되는 국면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는 이민 정책을 변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정책재단(NFAP) 수석연구원 마크 레게츠는 “적극적인 이민 단속이 미국 출생 노동자를 늘릴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노동시장 둔화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NFAP 조사에서 미국 외 국적 노동자는 작년 1월 이후 88만1,000명 감소했다. 

정책·산업·금융 결합→투자 확대

기업 이익과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동안, 그 자본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만 머무르지 않고 설비투자와 전략 산업 투자로 재배치되는 상황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은 4.0% 수준으로 제시됐다. 성장의 구성 항목을 보면 민간 소비가 완만해지는 흐름 속에서 설비투자와 지식재산권(IP) 투자 항목이 성장 기여도를 높인 점이 확인된다. 이는 자본 수익 확대가 다시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경로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축으로 한 자본적 지출(CAPEX) 확대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미국 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2023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AI 관련 CAPEX를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의 총설비투자 비율은 GDP 대비 30% 수준으로 장기 평균(27%)을 훌쩍 웃돌았다. 이는 정책과 산업, 금융이 결합된 ‘투자 주도형 회복’ 국면으로 정리된다. 해외로 이동했던 자본이 다시 미국 내 첨단 산업과 인프라로 유입되는 흐름이 거세지는 식이다. 

문제는 이런 재투자 구조가 분배 측면에서 또 다른 불균형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상위 20% 가구의 소비 증가율이 하위 20%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가계의 주식 자산이 연간 가처분소득의 약 300%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산 가격 상승은 상층부 소비를 지지하는 경로로 작동한다. 반대로 고금리 환경에서 부채 부담이 큰 계층은 소비 여력이 제약된다. 투자 주도형 회복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중장기적으로 고용 및 임금으로 연결되는 경로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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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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