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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전쟁] "美-이란 전쟁 치명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글로벌 공급망 급제동, 전쟁 장기화는 스태그플레이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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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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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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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사실상 봉쇄
해상·항공 운임 급등, 글로벌 산업 공급망 줄줄이 '휘청'
전쟁 길어질 시 전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본격화 전망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글로벌 산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해상 운임과 유가가 나란히 치솟으면서 제약, 화학, 반도체 등 제조업 핵심 축을 포함한 다수 업종의 공급망이 줄줄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향후 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고유가 상황이 고착화하며 전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저 제기된다.

치솟는 글로벌 해상 운임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중동 지역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란 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공격 직후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모두 불태우겠다"며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란의 위협 속 각국 해운사들은 속속 우회 운항에 나서고 있다. 중국원양해운(COSCO)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 걸프 국가 항만을 오가는 항로 신규 예약을 중단했으며, CMA CGM과 머스크(Maersk) 등 글로벌 주요 선사들은 홍해 운항을 멈추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경유하는 우회 항로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평균 스폿 운임(계약 후 짧은 기간 내 선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지불하는 운임) 추정가는 지난 3일 기준 하루 35만 달러(약 5억1,290만원)까지 뛰었고,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VLCC의 1일 운임은 평시 수만 달러에서 이번 주 40만 달러(약 5억8,61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거론되는 '호가'에 그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이뤄진 주말 이후 실제 체결된 호르무즈 해협 운항 계약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운임 호가가 올라가는 것은 선주들이 전쟁 전개를 관망하며 선박을 당장 시장에 내놓지 않거나,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며 계약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항해 거리 증가로 인한 선박 수급 악화 흐름도 운임 상승세를 견인 중이다. 중동발 원유 확보에 실패한 화주들이 기존 대비 거리가 먼 산지로 눈을 돌리면 선박의 이동 거리가 크게 늘어나고, 항해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선박이 물리적으로 급감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원유를 내릴 곳을 찾지 못한 화주들이 유조선을 부유식 저장소로 활용하는 사례까지 늘면서 가용 선박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혼란에 휘말려 있다는 점도 문제다. 세계 6위 컨테이너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의 제러미 닉슨 최고경영자(CEO)는 2일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해운 콘퍼런스에서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대기 중인 선박 약 750척 중 100척이 컨테이너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선 선단의 약 10%가 이곳에 있다"며 "모든 화물이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허브 항만에 적체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테이너선들의 이동이 제한되며 운송 지연 및 항만 적체 문제가 심화하면 운임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항공 운임도 해상 운임과 함께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으로 인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화물 회랑인 중동 지역의 항공 화물 운송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이란의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두바이·아부다비·카타르 등의 주요 환적 허브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며, 항공사들은 항공편을 중단하거나 분쟁 지역을 우회하도록 항로를 변경하고 있다. 우회로 인해 운항이 길어지면 더 많은 연료가 투입되고, 항공기 중량 준수를 위해 적재 화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운임 상승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산업계 불확실성 대폭 가중

해상·항공 운송을 제외한 여타 업계에는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운임 및 유가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 위험이 커진 탓이다.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는 건설업이 꼽힌다. 지난 2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2달러(약 12만원)까지 치솟으며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70달러(약 10만2,570원)를 웃돌았다. 이날 국제유가 전반의 상승 폭은 자그마치 10%에 달한다. 이란의 공격으로 사우디의 대형 정유 시설이 가동을 멈추고, 카타르 라스라판 LNG 생산 시설이 폐쇄되면서 중동 지역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결과다. 에너지와 운송 비중이 높은 건설업계의 원가 부담이 대폭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첨단 산업 관련 업계도 혼란에 휩싸인 상태다. 아시아에서 생산된 전자·반도체 제품의 배송은 속속 지연되고 있으며, 고부가 부품도 항공 운송 흐름이 막히며 납기 불확실성이 커졌다. 자동차 업계는 핵심 부품과 원자재 조달 일정을 급하게 재조정하기 시작했고, 배터리·전자부품 등 글로벌 분업 체계가 촘촘한 품목들 역시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서버·통신 장비용 반도체, 메모리, PCB·기판(IC 서브스트레이트), 전력 반도체, 센서류 등 납기 지연이 곧 라인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품목들이 '치명타'를 입었다.

제약·화학 등 핵심 제조업도 줄줄이 영향권에 들었다. 제약 부문에서는 완제의약품뿐만 아니라 원료의약품(API), 중간체, 포장재(블리스터 필름, 알루미늄 포일, 바이알·고무마개) 등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부자재들이 취약 지점으로 꼽힌다. 냉장·냉동이 필요한 바이오의약품이나 일부 백신류의 경우 운송 일정이 흔들리면 콜드체인 재인증·재포장 비용이 늘고, 유통 단계에서 대체 물량 확보 경쟁이 붙을 위험도 있다. 화학 관련 업종은 나프타·LPG 등 기초 원료 가격이 치솟음에 따라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비롯한 대다수 제품의 원가 상승 부담을 떠안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지도

위기 직면한 세계 경제

전쟁 장기화할 시 사태는 한층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르시아만 인근 운송로가 마비되면 전 세계 경제에 막심한 충격이 닥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구촌 에너지의 심장’으로 불리는 페르시아만은 아라비아반도와 이란고원 사이에 자리한 좁고 긴 내해로, 인도양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수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전 세계 산유량의 3분의 1, 원유 수출량의 40% 이상이 페르시아만 인근에서 나온다. 사우디,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이 해안을 따라 분포해 있는 탓이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전 세계의 40%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안보의 요충지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은 최소 폭이 21마일에 불과하며, 초대형 유조선이 오갈 수 있는 길목은 약 2마일 폭밖에 되지 않는 좁은 항로다.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스 수출선 대부분은 인도양으로 향할 때 이 해협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80%가 아시아 지역으로 향한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짙어지게 된다. 국제유가가 꾸준히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전쟁이 단기간 내 종결되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4만6,540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장기화하면 각국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기가 가중될 위험이 크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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