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호르무즈 해협 기뢰 위협 부상, 트럼프 “이란 함정 계속 격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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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뢰 부설 움직임에 해상 충돌 수위 상승
美 “제해권 확보” 주장 흔들, 통제력 논쟁
전쟁 이후에도 남을 ‘원유 공급 리스크’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의 기뢰 부설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중동 해역의 군사 긴장 또한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측 기뢰 부설 보트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제 해협 통제 상황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는 실정이다. 특히 미 해군이 유조선 호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제해권 확보 여부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에 형성된 군사적 긴장이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파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란 보유 기뢰 최대 6천 개 추정
10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아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지만, 만약 설치했다면 즉시 제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결과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추가로 게시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시간 동안 가동이 중단된 (이란 측) 기뢰 부설함 10척을 완전히 파괴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뢰부설함을 격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미국 내에서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기뢰 부설 정황이 포착됐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최근 며칠 사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으며, 그 규모는 수십 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미군이 이란 해군 시설을 폭격했음에도 이란의 소형 선박과 기뢰 부설 함정의 80~90%가 여전히 운용 가능한 상태”라면서 “이란군은 향후 수백 개의 기뢰를 추가로 설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 채널 CBS 역시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2~3개의 기뢰를 탑재할 수 있는 소형 선박을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CBS는 이날 오전 뉴스에서 “이란이 보유한 기뢰 규모는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바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서 도입한 장비를 포함해 최대 6,000개 수준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유량이 실제 해역에 배치될 경우, 이미 마비 상태에 가까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장기간 정상화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란의 기뢰 부설이 아직 계획 단계에 불과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군의 공격은 이란의 기뢰 부설 계획과 관련된 첩보에 대응한 선제적 조치”라며 “이란이 실제로 기뢰 부설을 시작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댄 케인 합참의장 역시 국방부 브리핑에서 “만약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위 임무를 맡게 된다면, 미군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 중부사령부가 오늘도 이란의 기뢰 부설 함정과 기뢰 저장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한정 ‘전력 비대칭’
지난달 28일 이란에 대한 공격에 나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제해권을 확보했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실제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 선박에 대한 미 해군의 호위는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통신은 10일 “해운·석유회사와 정기적으로 브리핑을 진행하는 미 해군이 당분간 호위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때가 되면 미국 해군과 파트너가 유조선을 호위할 예정”이라는 발언을 내놨지만, 현장의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현장의 긴장도는 상업 운항 자체를 위축시키는 수준까지 높아진 상태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는 과정에서 페르시아만 일대에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고, 이미 여러 척의 선박이 공격을 받은 상태다. 이 때문에 이미 운항에 나선 유조선 수백 척이 닻을 내린 채 인근 바다에 표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페르시아만 일대에 갇힌 선박이 지난 2일 기준 750척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해협 통제는 미 해군의 작전만으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문제에 가깝다. 최단 폭이 33㎞에 불과한 호르무즈 해협은 수심을 고려했을 때 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는 항로가 양방향 각각 3.7㎞에 불과하다. 이란은 이 좁은 통로 주변에 기뢰 부설정과 자폭 드론 보트, 해안 미사일 기지 등을 배치해 일종의 ‘연속 공격 구간’을 형성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안보를 확보하려면 이란의 광활한 해안선을 모두 장악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소수의 선박으로는 고속정이나 드론의 군집 공격에 압도당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막대한 물동량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모든 상선을 보호한다는 미국의 구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협의 지형적 조건과 이란의 비대칭 전력이 결합될 경우, 장악 시도 자체가 미국에도 매우 높은 군사적 부담을 요구하는 작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연구원은 “상선 호위와 이란 작전을 병행할 해군 자산이 충분한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중동·북아프리카 연구를 위한 유럽연구소의 아델 바카완 소장 역시 “미국은 물론 국제연합(UN)을 비롯한 그 누구도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보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종전 이후 복구 난항 예상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의 최후 방어선으로 삼는 전략을 앞세우면서 이 해역에서 벌어지는 군사 행동이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 석유와 가스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가 차단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 또한 즉각적인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로 이란이 선박에 해상 기뢰를 적재하며 봉쇄 준비에 나섰다는 정황이 포착되자, 시장에서는 해협 통항이 중단될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20달러(약 17만5,000원)에 근접해 202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군사 분석가들은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기보다는 통항 위험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봤다. 미 해군의 압도적인 화력에 정면으로 대응하기를 피하는 동시에 기뢰와 잠수함, 대함 미사일을 결합한 다층 방어망을 구축해 적의 작전 속도를 늦추고, 정치적 부담을 높이는 접근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란의 가디르급 등 소형 잠수함은 수심이 얕은 해협 환경에서 미 해군의 소나 탐지를 피해 기습적인 어뢰 공격과 기뢰 부설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이란의 전략이 전쟁이 종료된 이후에도 장기간 영향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다. 기뢰는 해저에 은폐된 상태로 설치되기 때문에 위치를 탐지하는 기뢰탐색함(MCM)과 무인 수중체계(UUV), 원격조종 수중로봇(ROV) 등을 투입해 식별과 제거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또 통항 안전이 확인되기 전까지 상업 선박 운항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긴장이 미국과 이란의 단기적인 전투 상황을 넘어 국제 에너지 시장과 해상 물류 체계 전반에 중장기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