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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1회 통과에 30억원” 호르무즈 해적 된 이란, 기뢰 깔고 통행료 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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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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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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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 이야기가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서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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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고 폭주
1척당 30억원 통행료 징수 법안 마련
해협 폭 39km ‘초크포인트’ 정조준

이란이 사실상 틀어막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처럼 통행료를 걷겠다고 나섰다. 호르무즈 해협을 핵심 협상 카드이자 종전 이후에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요충지가 통행 자유의 원칙보다 지정학적 보복 계산에 종속되기 시작한 가운데, 중동 해역은 군사적 긴장과 물류 리스크가 중첩되는 고위험 구간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이란, 선별적 통항 공식화

25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는 최근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 176개국에 서한을 보내 "비적대적 선박에 한해 이란 당국과 사전에 협조할 경우에만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공식 통보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이 이 요충지의 통제권을 국제법적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한 것이다.

이란이 IMO에 전달한 서한의 핵심은 '차별적 통행권'이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이들의 침략에 가담한 국가의 선박은 통항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란 외무부는 "침략자와 그 조력자들이 해협을 이용해 이란에 적대적인 작전을 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비례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 관련 선박은 국제 해상법상 보장되는 '무해통항(Innocent Passage, 선박이 연안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지 않고 자유롭게 지나는 권리)'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분쟁 이후 지금까지 22척의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공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약 3,200척의 선박이 페르시아만 내부에 고립됐다. 국제연합(UN) 산하 IMO는 지난주 긴급회의를 열고 보급품이 바닥난 선박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을 논의 중이지만, 이란의 협조 없이는 실현이 불확실한 실정이다.

국제법 무시한 눈덩이 통행료

이란은 통행 허가를 빌미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도 챙기고 있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는 대가로 이란 측에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IRGC는 해협 곳곳에 최소 12개의 고성능 기뢰를 설치했는데, 이 기뢰 설치 지역을 벗어나 호르무즈를 안전하게 통과하려면 거액의 통행료를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걸프 해역에 묶여 있는 3,200척이 모두 해협을 빠져나갈 경우 이란은 64억 달러(약 10조원)를 벌어들이게 된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이란이 이번 사태를 해상 질서 재편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점이다. 만수르 알리마르다니(Mansour Alimardani) 이란 의원은 이란 반(半)관영 메흐르통신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제와 결제 통화의 탈달러화를 골자로 한 새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과거와 같은 자유로운 통행 상황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란은 앞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삼은 전례가 있다. 2019년 이와 유사한 통행료 징수 법안이 당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란 의회에 제출됐으나, 그때는 표결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란의 통행료 징수는 국제법에 어긋난다. UN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에 따르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는 모든 선박에 통과 통행권이 보장되며, 영해 내에서도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는 없고 외국 선박을 위해 제공된 특정 서비스의 대가로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이란은 이 협약에 서명만 했을 뿐 비준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협약에 법적으로 묶여 있지 않은 셈이라, 이란으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 실제로 이란이 통행료 징수에 나서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안보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포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적 행위가 초래할 고립 경로

다만 이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실상 해적 행위와 다름없다. 특정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비용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는 방식은 해적 행위의 핵심 구조와 일치한다. 과거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아덴만 일대에서 발생했던 소말리아 해적 활동과 비교할 때 국가가 주체라는 점에서 외형만 달라졌을 뿐, 작동 메커니즘은 동일하다.

이란은 소말리아 해적처럼 소형 고속정을 이용해 민간 유조선을 공격할 능력도 갖추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목구멍과 같은 가장 좁은 곳의 폭이 39km가량 되는데, 수천 km의 이란 해안선이 해협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좁은 곳에서 이란의 드론, 미사일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지척에서 폭격을 하니 제대로 요격을 할 수도 없다. 호세인 카나니 모가담 전 이란 IRGC 사령관은 "미군이 페르시아만으로 온다면 이란은 2,000km의 해안선에서 손쉽게 미군을 파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안선에서 훤히 보이는 좁은 구역에 수십 척의 배들이 뒤엉킨 상태에서 공격받으면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다.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킬 박스(죽음의 구역)'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이란의 통행료 징수 행위는 장기적으로 적대 세력을 안마당으로 불러들이는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 과거 소말리아 해적의 사례는 무력을 동원한 해상 위협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당시 국제사회는 한국 '청해부대'를 포함한 다국적 연합 해군력을 파견해 해적 소탕을 위한 물리적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소말리아 인근 지부티는 세계 각국의 군사 기지가 집결하는 전략적 거점으로 변모했다.

이란의 움직임 역시 국제적 군사 공조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제공한다. 해협의 통행 자유가 침해될수록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그리고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동아시아 국가들의 함정이 해당 해역에 집결할 근거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란이 표방하는 '지역 안보의 자주적 수호'라는 구호와 정반대로, 해상 장악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역설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이번 조치가 장기 전략으로서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군사안보 전문가는 “해상 통로 무기화는 단기적 협상력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지속될 경우 국제적 고립과 군사적 개입을 초래하며 결국 국가 전체에 막대한 비용으로 귀결되는 고위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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