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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외치던 프랑스, 예산 압박·전력 공백 속 한국산 ‘천무’ 도입 검토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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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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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국 화력 체계 공백 문제 노출
공급 불안+예산 부족=생산 역량 약화
나토 균열 속 유럽 방산 재편 움직임
다연장로켓 K-239(천무) 시험 발사 장면/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프랑스가 당장 내년 퇴역 예정인 자국산 다연장로켓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산 ‘K-239(천무·Chunmoo)’ 도입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외산 무기 도입을 꺼려 온 그간의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을 계기로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의 필요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즉시 조달 가능한 대안으로 천무가 부상한 것이다. 업계는 과거 한국 방산을 견제하던 프랑스의 태도 변화 배경으로 유럽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 협력 약화, 해양 방산 수주 실패 등을 꼽았다. 

‘정밀타격 능력 부재’ 위기의식 

25일(이하 현지시각) 국방 전문 매체 디펜스24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 군 당국은 한국산 다연장로켓 천무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오랜 시간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외산 무기 도입을 극도로 꺼렸던 프랑스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의 부재를 절감한 데 따른 움직임이란 설명이다.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산 ‘하이마스’나 이스라엘산 ‘펄스’보다 한국의 천무가 프랑스 국방 전략에 가장 부합하는 실용적 선택지라고 제안한 바 있다.

이 같은 판단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시간 격차에서 비롯된 전력 공백 문제가 자리한다. 프랑스가 현재 운용 중인 다연장로켓 ‘M270’은 오는 2027년 전량 퇴역이 예정돼 있지만, 자체 개발 중인 150km급 미사일은 2030년 이후에야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최소 3년 이상 장거리 화력이 공백인 상황에서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기성 장비 확보가 불가피한 조건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유럽 내 기존 체계들이 생산 능력과 납기 일정에서 제약을 드러낸 점도 선택의 방향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성능과 운용 조건에서도 비교가 이뤄졌다. 미국산 하이마스는 높은 단가와 긴 인도 대기 기간이 문제로 지적됐고, 미제 탄약 체계에 대한 의존 또한 운용 자율성 측면에서 부담으로 평가됐다. 반면 천무는 개방형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다양한 탄약 통합이 가능한 구조를 갖춰 향후 프랑스가 개발 중인 자국산 미사일을 그대로 탑재하는 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레오 페리아-페뉴 IFRI 연구원은 “천무는 현시점에서 가장 현대적인 다연장로켓이며, 프랑스가 향후 자국산 탄약을 통합해 역수출할 수 있는 ‘사용자 커뮤니티’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유럽 내 확산 흐름 역시 프랑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요소다. 폴란드는 천무의 현지형 모델인 ‘호마르-K’를 150문 이상 확보해 실전 배치한 상태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새로운 다연장로켓 13문, 2035년까지 총 26문 확보를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폴란드 보유 물량 일부를 임차해 공백을 메우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폴란드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연합 포병 부대 창설 등 다국적 운용 모델도 논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는 프랑스의 천무 도입 논의가 유럽 화력 체계 전반의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견제 대상 → 도입 검토’ 전환

이처럼 적극적인 프랑스의 행보는 과거 무기 공급국으로서 한국을 경쟁 상대로 보고 견제했던 태도와 선명히 대비된다. 2024년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리는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 왔다”며 유럽산 무기 구매 확대를 직접 촉구했다. 대통령이 특정 국가를 지목해 외산 무기 의존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발언은 이례적인 일로, 당시 유럽 방산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위협으로 인식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미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2022년 폴란드와 체결한 7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계기로 한국 방산은 유럽 내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혔다.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K-9’ 자주포를 도입했고, 체코와 루마니아 역시 한국산 대공·대전차 체계를 선택했다. 이들 국가는 한국산 무기가 미국산과 비교해 성능에서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고, 무엇보다 단기간 내 납품이 가능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프랑스의 견제는 개별 사업에서도 이어졌다. 일례로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공동 개발에 나선 ‘KF-21’ 전투기 사업에서 인도네시아는 6억5,000만 달러(약 9,800억원) 이상 분담금을 연체했고, 8억5,000만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잠수함 도입 계약도 중단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42대와 중고 ‘미라주’ 전투기 12대, ‘스코르펜’ 잠수함 2척을 선택했다. 해당 계약은 프랑스가 금융 지원을 제공한 형태로 진행됐는데, 이는 인도네시아의 무기 도입이 금융 조건과 외교적 영향력이 결합된 경쟁 구도였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재정 악화로 방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외산 무기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 국회입법조사처에 의하면 프란스는 2024년부터 이듬해까지 총리 5명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며 국채금리 4.5%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재정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8.4%에 달했다. 정치·재정 불안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프랑스가 주도하던 △유럽 재무장 △공동무기 개발(PESCO) △탄약생산(ASAP) △무기 공동구매(SAFE) 등 EU의 핵심 프로젝트도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외부 공급자 진입 기회 확대

EU는 물론 나토 내에서도 핵심 파트너였던 독일과의 관계 악화는 프랑스의 입지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 독일·프랑스·스페인이 공동 추진 중인 미래 전투기 시스템(FCAS) 개발 사업은 애초 1,150억 달러(약 173조원) 규모로 계획됐지만, 주도권과 설계 권한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가 “더 이상 (양국 간) 신뢰가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힐 정도로 갈등이 심화했고, 내부에서는 독자 전투기 개발 요구가 빗발쳤다. 이에 양국은 전투기 개발 대신 ‘전투 클라우드’ 중심 협력으로 축소를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나토 내 권력 재편도 가속했다. 미국은 영국·호주와 함께 새로운 군사 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고, 이 과정에서 프랑스는 호주와 체결했던 잠수함 계약을 일방적으로 잃는 충격을 겪었다. 510억 달러(약 77조원) 규모 사업이 취소되며 프랑스 해양 방산은 단기간에 대형 수주 기반을 상실했다. 미국 중심의 방산 질서가 재편되는 동안 프랑스는 전략적 공간을 잃었고, 자연스럽게 나토 내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이처럼 기존 유럽 중심 방산 체계가 흔들리면서 외부 공급자에 대한 의존 가능성은 현실적인 선택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순찰 프로젝트와 폴란드의 오르카 잠수함 도입 사업에 절박하게 뛰어들었지만, 열악한 경쟁 환경에 내몰렸다. 특히 한국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장기 잠항 능력과 수직발사관(VLS),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체계를 갖춰 기존 디젤 잠수함 한계를 넘어서는 성능을 자랑했다. 반면 프랑스 모델은 구형 설계 기반이라는 평가와 함께 성능 대비 높은 가격대가 단점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유럽 방산업체 특유의 납기 지연과 비용 증가 문제까지 재조명되면서 신뢰도 측면에서도 열세를 드러냈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가 직면한 문제는 유럽 방산 생태계 전반의 균열로 확장된다. FCAS 갈등으로 상징되는 독일과의 협력 약화, AUKUS로 드러난 동맹 재편, 해양 방산 수주 실패가 동시에 맞물리며 프랑스의 전략적 자율성은 크게 흔들렸다. 유럽 내부에서 생산·개발로 해결하던 기존 방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즉시 조달이 가능한 외부 공급자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확대된다. 프랑스가 유럽 내 생산 거점과 실적을 기반으로 효용을 입증한 한국을 더 이상 견제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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