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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에너지 직격탄" 장기화하는 이란 전쟁, 아시아보다도 아프리카·유럽에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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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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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속 아시아 '비상', 동아시아 3국은 대응 여력 갖춰
코로나19 충격 여전한 아프리카, 중동發 리스크에 혼란 가중
유럽 에너지 수급 차질, 재정 위기로 구제책 펼치기도 어려워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 지역의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막대한 리스크를 떠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중국·일본 등은 현 상황에 대응할 여력을 갖춘 상태며, 오히려 아프리카 및 유럽 국가들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동 분쟁에 아시아 경제 '충격'

6일(이하 현지시각) ASEAN+3 거시경제연구소(AMRO)는 최신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ASEAN+3 지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3%에서 4.0%로 낮춰 잡았다. 이는 중동의 군사적 긴장 및 미국의 관세 영향을 반영한 수치다. AMRO는 이란 전쟁이 격화하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5만원) 이상에서 유지될 경우, 해당 지역의 성장률이 3.7%까지 추가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2%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하면 ASEAN+3 지역은 2022년(3.2%) 이후 최저 성장치 및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다수의 아시아 국가가 전쟁의 여파로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과 오만 사이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 천연가스 20% 이상이 지나가는 핵심 에너지 운송로다. 한국과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 중동산 에너지를 대거 수입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원유의 절반가량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조달한다. 이밖에 태국·필리핀·싱가포르 등 순에너지 수입국도 위기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석유화학 제품 공급도 눈에 띄게 불안정해지는 추세다. 5일 CNN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한국에서는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고, 일본에서는 만성 신부전 환자 치료에 쓰이는 의료용 플라스틱 튜브 부족 우려가 확산했다. 말레이시아의 장갑 제조업체들은 고무 라텍스 생산에 필요한 석유 원료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중국 저장성 하이닝의 한 폴리에스터 제조업체는 원료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신규 주문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포장재 가격이 두 배가량 뛰며 기업들이 포장 두께를 줄이거나 종이·유리·알루미늄·재활용 플라스틱 등 대체 소재를 검토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아프리카, 공급망·교역 리스크 떠안아

다만 일각에서는 동아시아 3국 등이 중동발(發) 충격을 원활히 상쇄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앤드루 틸턴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은 전략적 석유 비축량이 상당하고 소매 연료 가격을 보조할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의 연간 성장 목표에는 이번 전쟁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틸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석유 수입국이지만 에너지 대부분을 국내 석탄에서 얻고 있으며, 일부 에너지는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해 들여온다"며 "국영 기업과 정부 재정을 활용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더 큰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최근 아프리카연합(AU), 유엔(UN) 아프리카경제위원회(ECA),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유엔개발계획(UNDP) 등은 공동으로 정책 성명을 발표하고 중동 지역의 즉각적인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이들 기관은 전쟁이 장기화할 시 아프리카의 해운 항로는 물론 에너지, 비료, 식량 공급망 전반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고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미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오일 쇼크’를 겪는 중이며, 비료 수입 차질로 농업 생산에도 큰 타격을 받은 상태다.

전쟁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올해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 이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동 지역이 아프리카 전체 수입의 15.8%, 수출의 10.9%를 책임지는 핵심 교역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장기화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아프리카 전역에서 막대한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해운 비용 상승, 환율 압박, 재정 긴축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며 취약 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치명적인 위험으로 거론됐다.

에너지에 발목 잡힌 유럽, 재정 여력 부족

유럽 역시 위기에 빠진 것은 매한가지다. 지난 3일 단 요르겐센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에 사용되는 표현이나 수사가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국은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U가 아직 공급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전쟁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대비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U는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제재 계획도 연기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EU 입법 일정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 영구 금지 법안을 기존 예정일이었던 이달 15일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2027년 말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EU가 이미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대폭 줄인 상태인 만큼, 법안 제출 연기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EU는 지난 2022년 6월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 제품 수입 금지를 결정했고, 같은 해 12월 해상 원유 수입을 중단한 뒤 2023년 2월 정제유 수입도 금지한 바 있다.

문제는 유럽이 이 같은 위기를 자력으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만 해도 유럽은 팬데믹 부양책으로 축적된 여유 자금 및 낮은 대출 금리를 무기 삼아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2022~2023년에만 1,050억 유로(약 180조원) 규모의 에너지 지원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시점 유럽 주요국들은 대규모 부채로 인해 재정 여유를 잃은 상태다. 글로벌 금융권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탈리아의 부채비율은 GDP 대비 134.9%에 달하며, 프랑스 역시 GDP 대비 113.2%라는 전례 없는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년 전과 유사한 수준의 정부 구제책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이에 최근 EU는 회원국들에 에너지 보조금 지급을 최소화하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 중이다. 6일 FT는 EU 집행위가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으려는 각국 정부의 '선심성 재정 지출'을 재정 위기의 도화선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EU 집행위는 회원국에 철저한 긴축과 표적 지원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범위가 넓고 기한이 없는 지원책은 수요를 과도하게 자극해 물가 잡기를 방해할 것”이라며 취약 계층 중심 지원에 집중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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