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규제 압박 심해" 성장 동력 약화한 토종 PEF, 투자 전략 전환에 지분 매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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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PEF, 외국계 대비 불리한 수익 모델에 '신음'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이후 규제 강화 흐름도 이어져 장기 밸류업으로 전략 선회, 해외 자본 지배력 확대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 먹구름이 꼈다. 외국계 PEF 대비 불리한 수익 구조, 정계의 강력한 규제 등으로 인해 성장 동력이 대폭 약화한 것이다. 토종 PEF 운용사들은 이 같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해외 자본이 선호하는 블라인드펀드 기반의 장기 밸류업 모델을 채택하기 시작했으며,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의 자리를 외국계 운용사에 넘기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韓 PEF의 수익 창출 한계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 PEF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 왔다. 실제 금융감독원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PEF 약정액은 2014년 51조원에서 2024년 154조원으로 100조원 이상 확대됐으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PEF가 관여한 거래의 비중은 50%를 웃돌았다. 컨설팅 전문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지난해 발간한 '한국 PEF 산업 현황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PEF의 내부수익률(IRR)이 코스피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상회했고, PEF 포트폴리오 기업의 매출액과 설비투자(CAPEX), 연구개발(R&D), 고용, 직원 임금 증가율이 국내 평균을 웃돌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는 토종 PEF의 성장을 옥죄는 '족쇄'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외국계 대비 낮은 관리보수(Management fee)가 대표적인 예다. 토종 운용사가 주요 기관들로부터 받는 관리보수는 약정 금액의 약 1% 내외로 추산된다. 한국의 대표적 기관 투자가인 국민연금의 2024년 PEF 위탁사 선정 계획은 1,000억~3,500억원을 출자받는 운용사들이 관리보수를 1% 이하로 제안하도록 규정했다. 비교적 투자 리스크가 큰 벤처펀드의 상한도 기껏해야 1.2% 수준이었다. 반면 외국계 운용사들은 국내 기관들로부터 2%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수료 지급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토종 운용사들의 수수료 기준은 펀드 결성 후 2년 간은 약정 금액이지만, 3년 이후부턴 투자 잔액으로 변경된다. 펀드 결성 이후 2년 이내에 투자 집행 성과가 없으면 사실상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형태다. 자금 소진을 위한 무리한 투자가 강요되는 셈이다. 하지만 외국계 운용사는 약 4~5년 동안 약정 금액을 기준으로 한 수수료를 분할 지급받는다. 분할 지급이 마무리된 후부터 투자 잔액이 기준이 되는 식이다. 이는 토종 PEF 대비 양질의 투자처를 발굴하기 용이한 구조다.
규제 법안 심사도 본격화
PEF 관련 국내 규제 역시 대폭 강화되는 추세다. 논의에 불을 지핀 것은 MBK파트너스다. 2015년 대규모 차입을 통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단기적인 재무 상황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이후 알짜 점포 매각 및 배당 등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만 주력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해 3월 MBK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에는 정관계의 인식마저 급속도로 악화했다.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인수(Leveraged Buyout, LBO) 방식 투자로 인해 홈플러스에 파산 위기가 도래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PEF 규제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수 심사되고 있다. 심의 대상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한정애·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등이 각각 발의했다. 상정된 개정안 대부분에는 PEF 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PEF가 금융위에 △투자하는 회사의 자산, 부채, 유동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PEF 주요 임직원이 받은 보수와 성과보수 △재산 운용을 제3자에게 위탁한 내용 등을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PEF의 차입 비율 한도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PEF 운용사의 차입 비율 한도는 펀드 자기자본의 최대 400%다. 문제는 대규모 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하면 그만큼 재무 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리스크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 이후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에 신장식·한창민·정혜경 의원안에는 PEF 차입 한도를 200%로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한정애 의원안은 PEF의 차입 비율이 자기자본의 200%를 초과할 때 그 사유와 집합투자재산 운용에 미치는 영향, 관리 방안을 금융위에 보고하도록 정했다.

외국계 자본·운용사 영향력 커져
규제 리스크가 확대되며 토종 PEF들은 투자 전략을 속속 변경하고 있다. LBO 중심 투자 구조가 힘을 잃고 블라인드펀드 기반의 장기 밸류업 모델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해외 자본 유입을 가속화하는 유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LP들은 높은 레버리지에 의존한 단기 차익형 투자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하에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투자 전략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산업은행 등 국내 주요 LP들의 출자 규모가 위축된 가운데, 시장 판도 자체가 급격히 개편돼 가는 양상이다.
토종 PEF가 해외 운용사의 손에 넘어가는 사례도 등장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인 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토종 PEF의 대표 주자이자 국내 유일의 상장 PEF로, 운용 자산이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최근 기존 최대주주이자 창업주인 도용환 회장의 경영권이 눈에 띄게 취약해졌다는 점이다. 미리캐피털, 얼라인파트너스, 페트라자산운용 등 펀드 지분율이 20%에 못 미치는 최대주주의 지분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3월부터 5% 이상의 지분을 손에 쥐고 경영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에 도 회장은 자사주를 활용해 백기사를 확보하며 얼라인파트너스에 대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이에 그는 결국 만 70세를 맞아 용퇴를 결정하며 지난 1월 미리캐피털에 스틱인베스트먼트 보통주 476만9,600주(11.44%)를 매각했다. 미리캐피털은 2021년 설립된 미국계 신생 운용사로, 지분 매입 이전까지 스틱인베스트먼트 지분 13.52%를 보유한 2대 주주였다. 시장에서는 미리캐피털이 경영진과 대립하기보다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가치 투자를 지향해 온 만큼, 이번 지분 매입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