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과밀, 지방은 비선호" 식어가는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 美는 우주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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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건설 한계 봉착" AI 데이터센터 낙관론 힘 잃어 지방으로 눈 돌리는 정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제한적 美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 현실화 가능성 의문

국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 팽배하던 낙관론이 힘을 잃고 있다. 테넌트(임차인)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에 제동이 걸리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에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건립을 유도 중이나, 투자 수요가 전력·통신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으로 선뜻 이동할지는 의문이다. 이 같은 정책을 통해 발생하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체 국면 접어든 데이터센터 투자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거대 자본력 및 네트워크를 갖춘 글로벌 운용사 및 사모펀드(PEF)가 시장에 진입하며 인프라 투자 구조가 다변화하고, 투자 규모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폭발하는 시장 수요 역시 이러한 낙관적 견해를 뒷받침했다. 국내 대형 회계 법인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운영 중인 국내 데이터센터 대부분은 임차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데이터센터 임대료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이며, 공실률은 자연 공실률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행보는 기대만큼 적극적이지 않다. 일례로 남양주 초대형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개발 사업의 경우 세계 최대 대체투자운용사 블랙스톤이 초기 참여를 검토했으나, 현재는 테넌트를 확보하지 못해 자금 조달(파이낸싱)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입지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테넌트들은 수도권 데이터센터 임차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도심 접근성, 네트워크 지연 시간, 전력·통신 인프라 밀도 등이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FI들 역시 입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데이터센터의 입지에 따라 엑시트(자금 회수)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는 탓이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서울 동북부와 맞닿아 있어 수도권으로 분류되지만, 서울과 가까운 하남, 고양, 판교 등과 비교하면 외곽 지역이라는 평을 받는다. 낙관적 전망을 앞세워 자금을 끌어모으던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이 실제 사업성과 회수 가능성을 따지는 선별 투자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남양주는 비교적 매력이 떨어지는 입지인 셈이다.
정부의 데이터센터 분산 정책
문제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건립에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는 수십만㎡ 규모의 토지가 필요하다. 산업·주거 인프라 밀집도가 높고, 이미 전국 데이터센터 중 60% 이상(약 100개)이 몰려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만한 대형 부지를 찾기가 어렵다. 송전망 증설은 주민 반대 등으로 지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설령 주민들과의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전력 인프라 확충이 미뤄지면 서버 증설에도 자연히 제동이 걸리게 된다. 실제 최근 수도권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신청(195건) 중 전력계통영향평가를 통과한 사례는 단 4건에 불과하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 수요 시설이 계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접속 가능 여부와 보완책을 판단하는 절차다.
이에 정부는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설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AI 인프라를 전국에 분산해 지방 소멸 위기를 완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4일 국회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AI DC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한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면제 대상에는 AI 데이터센터로 전환을 택한 기존 데이터센터는 물론, 신설·증축하는 데이터센터까지 포함된다.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 사업자의 직접 전기 거래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력구매계약(PPA) 특례도 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다만 데이터센터 건설이 비수도권 지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보다 공사 난도가 높은 만큼 건설 단계에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지만, 완공 후에는 상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사실상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지역 전력망 부담이 가중되며 일반 가정에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상시 소비하는 시설인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재생에너지 조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관련 논의가 더디고, 여타 국가 대비 송배전망 부담도 큰 편에 속한다.

美, 우주서 활로 모색 착수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것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변압기를 비롯한 핵심 장비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다수의 데이터센터가 전기 관련 기초 설비를 구축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사이트라인 클라이밋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내 가동을 목표로 한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용량은 12기가와트(GW)에 달하지만, 실제 착공 물량은 이 중 3분의 1 수준인 4GW 내외에 불과하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역 사회의 반대로 인해 암초에 부딪히는 사례도 흔하게 확인된다. AI 안전 컨설팅 기업 10a LAbs는 지난해 미국에서 조직적인 반대로 중단·지연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최소 48개이며, 그 규모만 1,560억 달러(약 235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국 기술 기업들은 부지·전력의 제약이 없는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항공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1월 스페이스X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관련 내용이 담긴 위성 발사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신청서에는 AI로 인해 폭증하는 데이터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태양광 기반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명시됐다. 지구 궤도에 데이터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100만 개의 위성 군집을 발사해 태양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머스크 CEO는 향후 3년 내로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비판한다. 올리비에 드 웩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항공우주학 교수는 “지상의 100메가와트(MW)급 데이터센터를 구현하려면 ISS(국제우주정거장)보다 1,000배 큰 시설이 필요하다”며 “이런 괴물 같은 구조물을 3년 안에 띄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ISS는 현시점 인간이 우주에 구축한 최대 규모의 시설로, 축구장 절반 크기의 태양광 패널이 탑재돼 있다. 생산 전력은 약 100킬로와트(kW) 수준이다.
냉각 시스템 구축 역시 문제다. 우주에는 열을 식힐 매질(공기)이 없어 AI 칩에서 발생하는 열이 축적되면 장비가 곧장 타버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를 순환시켜 열을 배출하는 방열판을 탑재할 경우, 위성의 크기와 무게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며 발사 난도가 치솟게 된다. 연결성 역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거론된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위성 통신에 의존해 지상과 데이터를 송수신해야 하는데, 대역폭과 비용 측면에서 그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더해 반도체 오류와 장비 수명 저하를 유발하는 우주 방사선 탓에 고성능 AI 칩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기술적 제약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