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삼성전자 따라잡긴 이르다" 부진한 中 첨단 반도체 공정 수율, 하위 공정서 기초 체력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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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규모 투자에도 첨단 공정 기술력은 여전히 미흡 TSMC·삼성전자, 2나노 수율 끌어올리며 최선단 경쟁 "틈새시장 노려라" 하위 공정 파고드는 中 기업들

중국 반도체 업계가 첨단 공정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간 천문학적인 보조금이 관련 분야에 투입됐음에도 불구, 좀처럼 한국·대만 등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최선단 경쟁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하위 공정에서 기초 체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반도체, 질적 성장 느려
15일(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의 반도체 정책에 투입된 자금은 자그마치 1,420억 달러(약 209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이 관련 분야에 약속한 지원 규모(390억 달러)를 압도하는 수치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가시적인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 일례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중신궈지·中芯國際)는 2024년 1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3위 자리에 올랐고, 이후 5%~6% 내외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2위 삼성전자를 매섭게 추격 중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역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미세 공정 기술 분야에서 TSMC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다”며 "중국이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서 76%에 이르는 자급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화웨이, 알리바바, 캠브리콘, 무어스레드 등 현지 기업 육성을 위해 쏟아 온 노력이 자급 체제 강화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다만 중국 반도체 산업의 질적 성장에는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SMIC의 5나노(nm·10억분의 1m) 공정 수율은 약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제재로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입이 차단되며 첨단 공정 발전이 지연되는 양상이다. 현재 SMIC 등은 구형 장비인 심층자외선(DUV) 장비로 회로를 여러 번 겹쳐 그리는 ‘멀티 패터닝’ 방식을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DUV를 이용한 첨단 공정은 EUV 공정보다 생산 비용이 40~50% 더 비싸다”며 “수율 개선도 어려워 상업적 대량 생산으로 이익을 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의 최전방 경쟁
중국 반도체 업계의 수율 문제는 시장 최전방에서 경쟁하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의 상황을 살펴보면 한층 두드러진다. TSMC의 2나노(N2) 공정 수율은 초기 시험 생산 당시 약 60% 수준이었으며, 지난해 말 양산 개시 이후로는 안정화 국면에 진입해 약 70~80%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통상적인 양산 전환 기준을 충족하거나 상회하는 수치다. TSMC는 향후 개량형인 N2P 공정에서 수율 8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20%대에 그쳤던 2나노(SF2) 공정 수율을 최근 55% 안팎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 공정을 통해 기존 공정 대비 전력 효율을 8%, 면적을 5% 개선하며 기술적 완성도도 높였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7월 테슬라는 삼성전자와 165억 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차세대 AI6 칩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퀄컴 또한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공식화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2나노 관련 수주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흑자 전환 목표 시기도 기존 2027년에서 올해로 앞당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첨단 공정의 저조한 수율로 인해 수주 부진에 시달려 온 바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줄곧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첨단 공정이 안정화되고, 성숙 공정 수요 및 가동률이 증가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향후 삼성전자는 수익성을 개선해 나가며 2027년까지 파운드리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화훙·SMIC, 7나노 공략 나서
시장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TSMC·삼성전자와 단기간 내 선단 경쟁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수율이 부진한 5나노에 무작정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하위 공정에서 기초 체력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러한 빈틈을 파고드는 중국 반도체 기업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2위, 세계 6위 파운드리 업체인 화훙반도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지난달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화훙반도체의 자매사인 화리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최근 7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 준비에 착수했다.
로이터는 화리가 올 연말까지 월 수천 장 규모의 7나노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수율(양품 생산 비율) 등 구체적인 사안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화훙반도체는 28나노 이상 성숙 공정을 앞세워 실적 상승세를 구가해 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24억210만 달러(약 3조5,590억원)로 전년 동기(20억400만 달러) 대비 19.9% 증가했고, 매출 총이익률도 11.8%로 같은 기간 1.6%P 늘었다. 향후 화훙반도체가 7나노 공정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할 경우, TSMC와 삼성전자가 최선단 공정 경쟁을 벌이는 사이 파운드리 시장에 생긴 틈새시장을 보다 빠르게 공략할 수 있게 된다.
SMIC 역시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가동 중이다. SMIC의 7나노 공정은 중국 내에서 사실상 최첨단 공정으로 꼽히며, 이를 통해 생산된 칩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일부 AI 칩에 실제 적용된다. 최근에는 생산 라인 확충과 함께 7나노 계열 물량 확대도 진행되는 추세다. 다만 해당 공정은 특정 고객사 중심의 제한적 양산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주요 수요처는 화웨이의 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HiSilicon)이 설계한 AP와 AI 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