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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질주·미국은 병목" 美 전력망 ‘동맥경화’ 심화, 인프라 정체에 갇힌 미국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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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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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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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정체
변압기 원자재 공급 제한으로 단기 증산 어려워
산업 인프라 뒤처진 미국의 불안한 미래, 영국 전철 밟나

미국 내 전력망 핵심 설비인 변압기 공급난이 심화되면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비상이 걸렸다.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노후된 인프라와 복잡한 맞춤형 제조 공정, 원자재 수급 불안이 맞물리며 인도 받는 기간만 수년씩 걸리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의 발전·송전 인프라 확장 전략을 통해 ‘전기 고속도로’를 빠르게 구축하며 AI 산업의 물리적 기반을 선점하고 있다. 이는 19세기 말 영국이 산업 인프라 전환에 실패하며 패권을 미국에 넘겼던 쇠락 경로와 유사하다.

전력망 핵심 설비 공급난 심화

13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 전문 매체 PV매거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력 변압기 시장은 심각한 공급 제약에 직면했다. 주요 장비의 인도 기간(리드타임)은 최대 4년까지 늘어난 상태다. 현시점 미국 내 변압기 수급 불균형은 유례없는 수준으로, 특히 대형 초고압 변압기와 변전 설비는 주문 이후 실제 납품까지 수년이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AI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맞닿아 있다.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발전소용 변압기(Generator Step-up Transformer) 수요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274% 폭증했으며, 같은 기간 변전소용 변압기 수요 역시 116% 증가했다.

문제는 AI 데이터센터 확장 속도가 기존 전력망 투자 사이클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내 올해 예정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절반이 지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핵심 원인으로는 변압기·스위치기어·배터리 등 전력 인프라 장비 부족이 지목됐다. 초고압 변압기는 전력망 자체를 구성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생산 공정이 복잡한 데다 특수 강판(GOES), 구리, 절연 소재 등 핵심 원재료 공급까지 제한적이어서 단기간 증산이 쉽지 않다.

공급 부족은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최대 송전망 건설사 번스앤맥도널(Burns & McDonnell)의 마이클 노베브 분석가는 "필수 부품 가격이 지난 5년 동안 약 80%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력 개발사들은 프로젝트 부지를 확정하기도 전에 거액의 프리미엄을 얹어 생산 슬롯(Slot)부터 선점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 확보나 인허가 절차가 프로젝트의 주요 걸림돌이었다면, 이제는 장비 확보 자체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영국이 걸었던 쇠락의 경로

수요는 넘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변압기 코어의 핵심 소재인 방향성 전기강판(GOES)과 구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특히 고효율 전기강판은 고도의 공정 기술이 필요해 미국 내 자체 생산량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고는 있지만 실효성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현재 히타치 에너지는 남부 보스턴에 10억 달러(약 1조4,900억원)를 투입해 공장을 짓고 있으나, 가동 시점은 2028년이다. 지멘스 역시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4억2,100만 달러(약 6,300억원) 규모의 공장 건설에 착수했지만, 생산 시점은 2028년 초다. 여기에 숙련공 확보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변압기 공급난은 단순한 생산 부족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비효율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수만 가지 종류의 변압기가 존재하며, 프로젝트마다 요구 사양이 다르다. 맞춤형 제작 비중이 높아 대량 생산이 어렵고, 제조 공정도 복잡하다. 이러한 구조는 생산 속도를 늦추고 비용을 더욱 높인다. 동시에 특정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공급망 리스크를 확대한다. 결국 ‘규모의 경제’보다 ‘개별 주문 대응’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돼 온 미국 변압기 산업은 급격한 수요 증가 상황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드러냈다.

이 같은 흐름은 19세기 말 영국 산업 쇠퇴 국면과 유사하다. 1870년대까지 철강·조선·금융·해운을 장악했던 영국은 1890년대 미국의 노동생산성 추월과 1900년대 독일의 중화학공업 부상 앞에서 점차 주도권을 잃었다. 값싼 철광석, 대규모 내수시장, 전력·철도·제철 설비의 집중 투자로 미국과 독일의 생산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동안, 영국은 노후 설비와 높은 전환 비용, 기존 산업 이해관계에 묶여 산업 재편 속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당시 패권 이동의 본질은 군사력의 역전보다 철강·전력·기계·화학처럼 산업문명의 기초 체력을 구성하는 인프라 지표의 역전이었다. 현재 미국 역시 AI 소프트웨어와 자본 경쟁력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정작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전력망·변압기·송전설비 확충에서는 병목이 누적되는 실정이다.

전기 고속도로 만든 中, 미국은 50개주 '각자도생'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형 투자 체계를 통해 발전소를 공격적으로 증설하며 AI 산업의 물리적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15차에 걸친 5개년 계획을 통해 5년에 한 번씩 목표 발전량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발전소를 건설해 왔다. 2008 금융위기, 2020 코로나19 팬데믹 등 위기 때마다 경제 활성화 카드로 꺼낸 것도 전력 인프라였다.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화력 등 다양한 발전원을 필요에 따라 쓰는 흑묘백묘(黑猫白猫) 전략도 펼쳤다. 지난해 중국은 94.5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재개하면서 10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총 전력 생산량뿐만 아니라 발전된 전력을 전송하는 송전선 인프라에서도 미국을 앞서고 있다. 인민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건설된 800킬로볼트(kV) 이상 초고압직류전선(HVDC)은 총 46개로 4만㎞가 넘는다. 지구를 한 바퀴 두를 수 있는 규모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초장거리로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송전선으로, 일반적인 교류(AC) 전선에 비해 전압이 높기 때문에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중국 남서부 충칭 바이허탄댐에서 생산된 전기를 2,080㎞ 떨어진 장쑤성에 보내는 데 7밀리초(밀리초=0.007초)면 충분하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중국이 나라 전체를 뒤덮는 전력망을 구축한 배경에는 '서전동송(西電東送)' 전략이 있다. 태양광 자원이 풍부한 내몽골 사막지역, 수력자원이 풍부한 충칭 등의 전력을 동부 산업지역으로 끌어오는 게 핵심이다. 최근에는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서부로 옮기는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기업이 발전소와 전력망 건설을 주도해 수요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대응하는 데 그쳤다. 이 탓에 워싱턴-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네바다, 몬타나-노스다코타, 몬타나-사우스다코타, 뉴욕 동부라인을 제외하면 765kV 이상의 HVDC를 찾기 힘들다. 송전선이 지나가는 모든 주에서 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고 지역 반발도 크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데이터센터 가동 중단까지 초래했다. 디지털리얼티트러스트의 'SJC37'과 스택인프라스트럭처의 'SVY02A' 데이터센터는 완공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방치돼 있다. 운영에 필요한 100메가와트(MW) 전력을 공급받지 못해서다. 올해 미국 내 계획된 AI 데이터센터 용량 약 12GW 가운데 실제 착공 단계에 들어간 물량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프로젝트 상당수는 전력망 연결 문제와 핵심 전력장비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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