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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청산가치] "익스프레스 매각으로는 역부족" 자금난에 일부 매장 영업 중단한 홈플러스, 메리츠 DIP '긴급수혈' 여부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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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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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로도 매장 운영 난항
인수전 흥행 부진·부채 승계 구조로 매각가 예상 밑돌아
전망 암울한 자체 회생계획, 최대 변수는 메리츠 DIP

기업회생을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일부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슈퍼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이하 익스프레스)를 하림(NS쇼핑) 측에 매각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자금 압박에 짓눌리며 판매 대금 지급 및 재고 확보에 난항을 겪는 양상이다. 홈플러스는 향후 추가 구조조정 및 제3자 매각을 통해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메리츠금융그룹을 비롯한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대출(Debtor-In-Possession, DIP) 제공 여부 역시 사실상 불투명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영업 정상화, 여전히 요원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0일부터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중단 기간은 오는 7월 3일까지이며, 영업을 잠정 중단하는 점포들의 폐점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는 회생 절차 개시 이후 꾸준히 지속되던 판매 대금 미납 및 재고 확보 문제가 심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요 거래처들이 납품 조건을 강화하면서 대금 입금 여부에 따라 공급 물량을 조절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일부 홈플러스 점포에서는 매대가 비거나 자체 브랜드(PB)인 ‘심플러스’ 제품만이 진열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은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 매각 계약 체결 이후에도 영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7일 NS쇼핑과 익스프레스 부문의 영업양도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매각가는 1,206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약 3,000억원)를 절반 이상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됐으며, 홈플러스가 해당 거래 대금을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시점은 약 2개월 뒤로 추정된다. 양측이 본계약 체결 후 세부 사항 조율을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측은 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로는 회생계획 이행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자체 회생계획안 기준 필요 자금이 6,000억원에 육박한다고 추산한다. 지난 3월 최대주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제공한 DIP 자금 1,000억원이 임직원 급여·납품 대금 지급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 소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공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이 당장 밀린 빚을 갚기에도 빠듯한 규모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홈플러스가 연체한 협력사 물품 대금은 2,000억원, 세금 체납액은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두박질친 익스프레스 매각가

익스프레스의 매각가가 기대를 밑돈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인수전 자체가 흥행에 실패했다. 익스프레스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엔 저가 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MGC글로벌)와 영남 기반의 식자재 마트 등 2곳만이 참여했다. 영업양도계약을 최종 체결한 NS쇼핑의 경우 예비입찰을 건너뛰고 본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모두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이들 기업은 예비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부담을 느껴 최종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위해서는 산지 판로 회복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익스프레스 사업은 대형마트보다 채소·과일·축산물 등 신선식품 비중이 크고 산지 직거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 산지 공급자는 대금 지급 안정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익스프레스의 실질적인 정상화를 위해서는 대금 지급 신뢰도를 최우선적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에 농산물을 공급하던 유통인들 사이에서는 단기간 내 납품이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단순히 제때 대금을 지급하는 것을 넘어 정산 주기, 수수료 체계 등의 개선 필요성도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NS쇼핑이 익스프레스의 채무 일부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됐다는 점 역시 매각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양측의 거래는 단순 자산만 거래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영업을 유지한 채 사업을 통째로 넘기는 형태였다. 이 과정에서 NS쇼핑이 떠안은 부채는 약 1,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기업 인수 과정에서 인수자가 기존 차입금이나 미지급금 등 재무 부담을 함께 승계받을 경우, 해당 금액만큼 실질 인수 부담이 커지며 매각가가 낮아지게 된다.

DIP 관련 전망도 비관적

홈플러스 측은 향후 대형마트·온라인 사업 부문을 대상으로 2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제3자에 홈플러스를 매각해 회생 절차를 종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고 나면 홈플러스의 시장 경쟁력은 추가로 약화할 수밖에 없다. 당장 37개 점포의 운영을 잠정 중단한 현시점 홈플러스의 실질적 점포는 67개로, 경쟁사인 이마트(157개)·롯데마트(112개)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규모의 경제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유통업의 특성상 매우 불리한 국면을 맞닥뜨린 셈이다. 향후 추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매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며 홈플러스의 제3자 매각 계획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DIP를 통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홈플러스 측은 회생계획안에서 DIP 조달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채권자협의회 측에 2,000억원 규모의 DIP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홈플러스 채권자협의회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캐피탈, 롯데카드, 국민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표 채권자는 메리츠 측이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이 지난 2024년 5월 홈플러스에 1조2,000억원의 선순위 담보대출을 제공한 최대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메리츠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이미 1조1,652억원에 육박한다. 조 단위 자금이 묶인 가운데 수익성 개선 여부가 불투명한 홈플러스에 대해 추가 지원을 단행할 경우, 후순위 채권단의 반대와 내부적인 배임 논란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특히 후순위 채권자들은 “메리츠가 선순위 지위를 강화하는 추가 대출은 절대 불가하다”며 DIP 제공에 강력하게 반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DIP 금융에는 법원 판단에 따라 기존 채권보다 우선 변제권이 부여될 수 있다.

문제는 DIP 지원 거절로 홈플러스가 파산할 시에도 메리츠에 막대한 책임이 돌아온다는 점이다. 메리츠가 자금 회수를 위해 담보권 행사에 나설 경우, 해당 점포에 입점한 소상공인 임차인들에 대한 명도 소송·강제 집행 등 충돌이 불가피하다. 여론 악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메리츠는 결국 금융사로, 평판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투자금 회수와 채권 보전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NS쇼핑이 잔금을 치를 때까지 버틸 최소한의 운영 자금을 지원할 여지는 있으나, DIP 등 추가 자금을 투입해 시간을 더 벌어주는 방식은 메리츠의 기존 성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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