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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산 석유 수출 허용한 美, 유가 안정·중국 견제 동시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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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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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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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원유 8년 만에 음지서 양지로
이란산 원유 복귀에 국제유가, 4개월來 최저치
달러 대규모 유입으로 이란 경제난 숨통
美도 페트로달러 영향력 커질 듯

미국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이 자국산 원유를 미국 달러화로 판매하는 방안을 허용했다.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국을 1년 만에 받아들이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제재 완화로 화답하며 신뢰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달러화 결제 통로를 다시 열어줌으로써 중국이 추진해 온 위안화 기반 석유 거래 확대를 견제하고,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달러 패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60일간 한시 판매, 달러로 결제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지난 주말 스위스 루체른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향후 60일 안에 영구적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단계별 로드맵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7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임시 평화 양해각서(MOU)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급 협상이다. 당시 양국은 전면적인 적대행위 중단과 후속 협상을 통한 항구적 합의 도출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직후 레바논 전선이 다시 격화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선언하면서 합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실제 주말 동안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한다고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군사행동 재개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급등했으며 원유 수송선들이 해협 진입을 주저하면서 에너지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하지만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됐고 결과는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J.D. 밴스 부통령은 회담 종료 후 기자들에게 “성공적인 최종 합의를 위한 매우 좋은 토대를 마련했다”며 “주말 동안 위협도 있었고 불만도 있었지만 결국 대화는 계속됐고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밴스 부통령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개방된 통항과 IAEA 사찰단의 재입국 수용을 약속했다. 양측은 향후 60일 동안 기술 실무협상을 계속 이어가면서 핵 문제와 제재 완화, 동결자산 처리, 휴전 감시 체계 등을 포함한 포괄적 평화협정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미국은 협상 진전에 대한 첫 보상 조치로 즉각 제재 완화에 나섰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2일 미 재무부가 이란산 원유와 석유 관련 제품의 생산·인도·판매를 허용하는 60일짜리 일반면허를 발급했다고 발표했다. 일반면허 발급은 이란이 국제 무대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원유와 석유, 그 파생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뜻으로, 미국과 이란의 본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만 적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오는 8월 21일 0시 1분까지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자유롭게 수출하고 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미국이 지난 4월 이란 항만과 원유 수출망을 사실상 봉쇄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제재 완화 조치다. 미 재무부는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이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지난 3월 해상에 묶여있는 이란산 원유에 한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당시에는 달러화 결제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러화 결제까지 가능하게 했다.

돈 절실한 이란 숨통, 한국 정유업계에도 단비

이번 제재 완화는 이란에 상당한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이란은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로 원유와 석유제품 수출에 제약을 받아왔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이란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 계획·JCPOA)를 체결했으나,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이를 “역대 최악의 거래”라며 파기하고 이란산 석유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이와 함께 이란산 원유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까지 시행했다. 이 때문에 이란은 국제 금융거래와 해상 운송, 보험 서비스까지 막히면서 석유 판매 수익을 정상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60일간 석유 판매를 허용하면서 이란은 단기적으로 원유 수출과 관련 대금을 받을 길을 확보하게 됐다. 리처드 네퓨 미 컬럼비아대 이란 전문가는 “이란은 (60일 동안) 80억 달러(약 12조3,070억원)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예상 수익 규모는 600억 달러(약 92조 2,740억원)로 불어난다. 이란도 제재 유예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지난주 합의 이후 이란이 금융상 혜택을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를 안정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가 시장에서는 하락 움직임이 가시화했다. 23일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08달러로 전장 대비 1.05%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3.21달러로 전장 대비 0.88% 내렸다.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전날인 2월 27일 이후, WTI는 3월 2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가능성과 이란산 원유 공급 확대 전망이 맞물리며 단기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란산 원유 확보가 가능해질 경우 한국 정유·화학업계의 생산성과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2019년까지 물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이란산 중질유 특성에 맞춰 대규모 생산 설비를 구축했다. 2015~2019년에 수입한 이란 원유 평균 단가는 배럴당 52.14달러로 이라크(53.56달러)는 물론 쿠웨이트(55.82달러), 카타르(57.77달러), 아랍에미리트(58.32달러), 사우디아라비아(57.42달러)산보다 저렴했다. 이 조건에 맞는 원유를 다시 들여오면 정제 마진과 가동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그동안 중국이 헐값 독점하던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풀리면 석유화학 분야의 중국 가격 공세도 이전보다 기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中의 이란 원유 저가 수입 차단 노림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원유 판매 대금을 달러로 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이란을 고립시키던 전략을 바꿔 관리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서방 제재로 중국 외에는 수출이 막혔던 이란 원유를 ‘페트로 달러’가 주도하는 시장에 복귀시킨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앞서 이란은 전쟁 중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중국 위안화로 원유 대금을 결제한 국가 유조선만 통행을 허가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에 페트로 달러가 흔들리고 ‘페트로 위안’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한 미국은 원유 판매 제재 완화를 통해 이란과 중국 사이 차단막을 만드는 결과도 노릴 수 있다. 현재 이란 원유는 80~90%가량이 중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판로가 극히 좁다. 미국이 이란 원유에 달러 결제를 허용한 것이 중국의 에너지 공급 부족을 겨냥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미국 입장에서는 주요 산유국인 이란 원유를 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최대 산유국,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패권’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절연한 유럽연합(EU)은 미국 LNG 최다 수입국이 됐다. 미국과 이란 전쟁도 결과적으로는 미국 원유와 LNG 수출을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1월 현직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하는 사상 초유 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 원유 확보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네수엘라의 세계 1위 매장량(약 3,000억 배럴)을 염두에 둔 원유 개발을 위한 포석이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기간 반복적으로 이란 원유 수출길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동시에 ‘이란 원유를 장악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당장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 내에서 원유를 개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지만, 달러 결제를 통해 서서히 이란 원유 통제를 강화하면서 기회를 열 수 있다. 이란 집권세력 역시 그동안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통해 헐값에 원유를 판매하며 얻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손에 넣으면서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그만큼 원유 수입 대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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