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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유럽도 ‘중국 저가 공습’에 빗장, EU·중 무역 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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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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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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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직구도 관세 부과, 2028년부터는 벌금도
압수수색·상계관세 잇는 연쇄 규제 가동 
EU "대중 무역 불균형 지속 불가능", 전면전 치닫나

유럽연합(EU)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를 둘러싼 보조금 논란은 철강·배터리·태양광을 거쳐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산됐고, EU의 대응도 조사 중심 단계에서 관세와 수입 규제로 옮겨갔다. 급증하는 대중 무역적자와 중국발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중국산 제품 전반의 가격 경쟁력이 EU 통상정책의 새로운 표적으로 부상한 모양새다.

7월 1일부터 中 소포 품목당 3유로 부과

23일(이하 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150유로(약 26만원) 미만 저가 소포에 고정관세를 부과한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으로 대표되는 중국 플랫폼의 가격 우위를 직접 겨냥한 조처다. 이에 따라 150유로 이하 소액 물품에도 건당 3유로(약 5,260원)의 관세가 붙고, 11월부터는 별도의 처리 수수료까지 추가된다. 사실상 면세로 유입되던 소형 직구 상품에 비용이 붙는 것이다.

여기엔 중국발 저가 공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EU 회원국들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덴마크 경제장관 스테파니 로세는 “유럽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조치며, 중국산 초저가 상품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중국에서 밀려드는 소형 패키지 홍수를 통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의 또 다른 핵심은 법적 책임 주체를 플랫폼으로 전환한 데 있다.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수입자로 간주돼 제품에 문제가 생겨도 플랫폼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 플랫폼이 직접 제품 안전과 규정 준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28년부터 연간 수입액의 최대 6%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게 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규제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미국 역시 중국발 직구 물량이 폭증하자,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자국 유통업체의 역차별을 막고 안전 기준 미달 제품의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중국산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유럽 내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프랑스 당국 조사에 따르면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된 장난감의 60% 이상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관 역시 하루 수천만 건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상당수 제품이 사실상 검증 없이 유입되는 실정이다. 프랑스 세관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유럽으로 유입된 150유로 미만 소포는 46억 개에 달했다. 2022년 14억 개에서 불과 2년 만에 3배 넘게 폭증한 수치로, 이 중 91%가 중국산이었다. 이에 EU는 27개 회원국마다 제각각인 세관 시스템을 하나로 묶기 위해 프랑스 릴에 '유럽 관세청'을 신설하기로 했다. 2028년부터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가동해 중국산 소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급과잉 대응 전선 넓히는 EU

중국 플랫폼을 겨냥한 이번 관세 조치는 기존 규제 기조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EU는 수년 전부터 중국 플랫폼을 대상으로 제재 수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려 왔다. 테무의 유럽 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 EU 규제당국은 테무가 외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보조금을 받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테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는 외국 보조금 규제(FSR)에 따른 것으로, EU는 역외 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을 경우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규제한다. 보조금은 세금 감면 또는 우대뿐만 아니라 무이자 대출 및 저금리 금융 등도 해당한다.

FSR은 출범 초기만 해도 대형 인수합병과 공공입찰을 중심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중국발 공급 과잉이 유럽 제조업과 유통망을 동시에 압박하자 집행 범위가 빠르게 넓어졌다. 특히 테무의 사업 모델은 EU가 FSR을 적용하기에 민감한 지점을 모두 건드렸다. 초저가 상품, 대규모 할인 쿠폰, 무료 배송, 막대한 광고비 집행, 빠른 이용자 확대가 동시에 맞물리며 유럽 소매업계의 가격 질서를 흔들었다. 테무가 EU에서 월평균 1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는 점도 규제당국의 경계심을 키웠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조사에서 보조금 문제를 핵심 근거로 삼아 왔다. 중국 정부와 지방정부, 국유 금융기관, 배터리 공급망 지원이 결합되며 전기차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판단이 관세 부과의 배경이 됐다. 결과적으로 같은 논리를 중국 플랫폼의 가격 체계에도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향했던 산업 방어 논리가 온라인 유통망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EU는 앞서 2024년 중국 국영 철도장비 기업 CRRC의 불가리아 전동차 입찰을 조사했고, 같은 해 중국 보안검색 장비업체 누크텍의 폴란드·네덜란드 사무소에도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촉발한 통상 갈등

이 같은 흐름은 EU의 대중국 통상 대응이 전방위 규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와 철도장비, 보안검색 장비, 이커머스 플랫폼이 줄줄이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EU의 규제 초점도 중국산 상품 전반의 가격 형성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정부 보조금과 과잉 생산, 저가 수출이 결합된 산업 모델이 유럽 시장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판단이 굳어진 것이다.

무역 불균형도 갈등의 규제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대중국 상품수지 적자는 3,599억 유로(약 630조원)를 기록했다. 2024년 3,122억 유로(약 546조원)에서 다시 확대된 규모다. 최근에는 월간 적자가 하루 평균 10억 유로(약 1조7,5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나며 유럽 제조업계의 위기감이 한층 커졌다. 현재 중국은 EU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유럽향 수출을 유지하며 흑자 구조를 굳히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패널, 철강, 화학제품, 기계류, 초저가 소비재가 동시에 유럽 시장으로 밀려들면서 산업별 방어선도 급격히 넓어졌다.

이 때문에 EU 내부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방어 수단을 더 빠르게 가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식 ‘섹션 301’에 준하는 신속 관세·쿼터 도입을 요구했고, 독일과 폴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중국산 저가 수입품에 대한 대응 강화에 힘을 실었다. 기존 반덤핑·상계관세 절차만으로는 중국발 공급 과잉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U가 검토하는 대응 수단도 한층 거칠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피해를 입는 회원국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연대기금(solidarity fund) 논의가 제기됐고, 특정 품목에 대한 쿼터와 긴급 관세, 공급망 다변화 장치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어 장치로,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중국발 공급 과잉을 통제해야 한다는 압박은 공통분모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EU가 중국을 단순한 교역 상대가 아닌 유럽 산업 경쟁력을 압박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말 성명을 내고 "만약 유럽 측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무역 수단을 내놓고 차별대우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 측은 단호히 반격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럽 측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하며 자유무역과 공정경쟁을 견지하고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면적 무역 전쟁은 중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선별적인 보복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희토류, 농식품 수입, 유럽 기업의 중국 내 인허가와 조사, 특정 품목 반덤핑 조사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한 통상 전문가는 "중국과 EU 간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무역 제재와 선별적 보복이 반복되는 관리된 충돌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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