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낙관 어려워" 캐나다 CPSP 수주전 뛰어든 한국, 독일 'NATO 안보 결속' 논리 넘을 추가 카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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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있지만 호락호락하진 않아" 韓, CPSP 수주 두고 신중론 독일, 북대서양 방위 체계·NATO 상호 운용성 강조하는 전략 채택 굳건한 NATO 안보 결속력, 韓 전략적 진입 비용 증가 전망

한국과 독일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 수주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한국 정부 인사들이 '신중론'을 펼치고 나섰다. 한국의 산업 협력 패키지가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의 결속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 역시 독일이 내세우는 안보·상호운용성 측면의 장점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한국이 전략적으로 추가 진입 비용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韓의 CPSP 수주 전략
22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유럽 순방 관련 백브리핑에서 CPSP 수주전과 관련해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주에 성공한다면 우리 산업 협력 패키지에 훨씬 더 가중치를 둔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잠수함 경쟁력을 볼 때 (수주전에서) 진다면 캐나다가 NATO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 역시 유럽 순방 성과 브리핑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기대하고 있기는 한데 낙관하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고 발언했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600억 캐나다달러(약 65조2,800억원) 규모 CPSP의 적격 공급 업체로 한화오션을 포함한 한국 조선업계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선정한 바 있다. 최종 입찰서 제출은 지난 3월 마감됐으며, 올해 하반기 최종 낙찰자 선정을 앞두고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은 캐나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에 발맞춰 수주 경쟁에 힘을 쏟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사업자 선정 핵심 평가 요소로 성능(20%), 유지보수 및 군수 지원(50%), 계약 조건 및 가격(15%), 경제적·전략적 협력(15%)을 지목한 상태다. 이에 한화오션은 한국 해군이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인 3,000톤(t)급 도산안창호함(장보고-III·KSS-Ⅲ) 등 해군 전력을 캐나다 현지에 입항시켜 연합 훈련을 진행하는 등 성능 입증에 나섰다. 아울러 캐나다를 향해 2026년 계약이 체결될 경우 2035년 전까지 4척을 인도하고, 이후 8척은 매년 1척씩 인도해 2043년까지 12척 전체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
잠수함 단일 프로젝트를 넘어선 장기 산업 협력 제안도 전달했다. 한화오션·HD현대는 캐나다 현지 조선 인프라 재건·기술 이전·인력 양성을 포함한 상세 로드맵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기업들과의 협력 구도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철강 제조 업체 알고마스틸과 철강 공급 및 잠수함 건조·정비 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잠수함 건조 및 유지보수·수리·운영(MRO) 인프라에서 발생할 철강 수요를 캐나다 현지 산업계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캐나다 부동산 개발 기업 피씨엘컨스트럭션과는 잠수함 인프라 개발 협력 MOU를 맺었고, 글로벌 방산·엔지니어링 기업 밥콕의 캐나다 법인도 장기 운용 지원 파트너로 거론됐다.
독일, 동맹 방위 강화 측면에서 강점
한국이 이처럼 수주 경쟁에 공격적으로 임하는 것은 이번 수주전이 단순한 함정 조달을 넘어 방산 수출의 지리적·제도적 한계를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방산업계는 폴란드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통해 NATO 동부 전선에서 존재감을 키워 왔다. 캐나다 사업에서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거나 일부 물량이라도 확보할 경우, 이는 한국 조선·방산 기술이 NATO 해군 조달 체계에서도 유효하다는 첫 대형 검증 사례가 된다. 한국 업체가 유럽 내 저가 공급자가 아닌 장기 해군 전력 구축 파트너로 인정받는 셈이다. 이러한 입지는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그리스 등 후속 예상 잠수함 수출 경쟁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 장관과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한국이 실제로 승기를 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독일이 캐나다를 독일·노르웨이 중심의 NATO 북부 해양 방위 체계에 편입하는 방향의 전략을 펼치는 중이기 때문이다. TKMS가 캐나다에 제안한 Type 212CD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도입 중인 디젤-수소 연료전지 공기불립추진(AIP) 잠수함이다. 독일 측은 캐나다에 군사·경제 협력을 포괄한 패키지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노르웨이와 함께 각각 인도받을 예정이던 Type 212CD 잠수함 1척씩을 캐나다에 먼저 넘기는 방안까지 제안한 상태다.
이 같은 전략은 NATO 차원의 상호운용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NATO가 정의하는 상호운용성은 회원국 전력이 함께 '일관되고 효과적이며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여기에는 통신, 공통 교리와 절차, 기반 시설 및 기지의 공동 활용 등이 포함된다. 잠수함은 전차나 자주포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고 복잡한 체계를 요구하며, 같은 기종의 잠수함을 운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부품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작전 개념, 전술 데이터, 훈련 체계까지 동조화하는 효과를 낸다. 캐나다가 Type 212CD를 선택하면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는 이러한 상호운용성을 갖춘 북대서양·북극권 잠수함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된다.

결국 韓 돌파구는 '비용 투입'
유럽 방산 공동 조달 금융 프로그램 ‘세이프’(SAFE) 역시 이 같은 협력 구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세이프는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유럽의 방위 산업 역량을 강화하고, 회원국들의 무기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총 1,500억 유로(약 262조3,100억원) 규모의 방산 공동 조달 금융 프로그램이다. 캐나다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비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세이프 협정을 체결하고 프로그램에 공식 참여했다. 미국 중심의 방산 협력 구도에서 벗어나 유럽과의 안보·방산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NATO 차원의 결속력을 뚫기 위해서는 결국 수익성보다 수주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한다. 선택지로서의 매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할 만한 전례로는 폴란드와 노르웨이에 대한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수출이 꼽힌다. EU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방산 재무장을 추진하면서 유럽 방산 기술·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 왔다. 이는 비유럽 공급자에 대한 견제 논리로도 작동한다. 그럼에도 폴란드는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88문 규모의 K239 천무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2024년 72문 추가 도입 계약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천무 유도탄 CGR-080을 폴란드에서 생산·공급하는 40억 달러(약 6조 1,450억원) 규모의 실행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한국산 무기를 완제품으로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국 산업과 결합한 현지화 모델로 전환한 것이다. 폴란드와의 거래에서 한국은 단순히 저렴한 무기를 파는 것을 넘어, 유럽 내 생산·기술 협력·산업 참여를 묶어 진입 장벽을 낮췄다.
노르웨이에 대한 수출 사례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 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지상 기반 장거리 정밀화력 체계 공급자로 선정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이 사업을 육군 사상 최대 규모 투자 중 하나로 설명하면서, 한화가 성능, 납기, 비용 조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공급자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외교가 관계자는 "한국은 폴란드에서 빠른 납기와 대량 공급에 더해 현지 생산과 산업 협력으로 제도적 저항을 낮췄고, 노르웨이에서도 요구 조건을 적극적으로 충족하며 유럽·미국 대안과의 경쟁을 통과했다"며 "이 구조를 CPSP에 대입하면, 결국 한국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보다는 전략적 진입 비용을 감수하는 접근이 필요한 입장인 셈"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