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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보다 빨리 커진 中 생산능력, 저가 수출 경쟁으로 번진 정책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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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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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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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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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증가에도 마진 무너지는 ‘수출 호조의 역설’
정책금융으로 손실 버티며 해외시장 점유율 확장
한국·독일·일본 생산 기반 압박하는 장기 치킨게임

중국 제조업이 수출 호조에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역설에 빠졌다. 국가 주도 산업 육성으로 생산능력은 급팽창했지만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남는 물량이 해외시장으로 몰렸고, 저가 수주 경쟁은 기업들의 마진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출혈 경쟁은 중국 기업의 경영 기반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한국·독일·일본 제조업의 시장 점유율과 투자 여력까지 흔들고 있는 실정이다.

수요 부진형 마진 압박 공포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남부 펄리버 델타(주강삼각주) 지역의 전자제품 수출업체들은 최근 미국 등 해외 주문 물량의 증가가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자재 단가 상승, 상류 공급업체의 선결제 요구와 글로벌 시장의 출혈성 가격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제조업체의 마진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피하려는 상류 부품 공급사들이 기존 외상(신용) 거래를 중단하고 제품 인도 전 전액 현금 결제를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수출기업의 현금흐름마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전자 및 조명 제조업체 A디라이트그룹의 량슝 공동 창립자는 "최근 단가 급등 이전에 적은 마진으로 계약을 체결했던 상당수 수출 주문들의 경우, 현재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감수하며 물량을 이행하는 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온기 불균형은 통계 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달 중국의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경기 확장 국면으로 돌아섰으나, 정작 기업들의 채용 동향을 나타내는 고용 지수는 여전히 수축 국면에 머물렀다. 원가 압박에 짓눌린 공장들이 신규 투자와 채용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수급 지표의 미스매치는 더 심각하다. 신규 수출주문 지수는 50.1로 반등하며 해외 수요 회복을 알렸지만, 생산 지수(51.4)가 전체 주문 지수(51.2)를 웃도는 구조상 과잉생산이 지속되고 있다.

생산 부문의 온기가 실물 소비로 확산되지 못하는 흐름은 내수 지표에서 확인된다. 중국의 5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줄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규제에서 벗어난 2022년 이후 첫 역성장이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16.1% 급감한 가운데 가전제품은 15.6%, 가구는 8.7%, 건축·인테리어 자재는 13.6% 줄어 부동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이 고가 내구재 전반으로 번졌다. 생산능력은 유지되는 반면 내수의 흡수력은 빠르게 떨어지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남는 물량을 해외시장에 밀어내고, 수출가격을 추가로 낮춰야 하는 압력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국가 주도 제조업 육성 10년, 생산 팽창의 후유증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10년에 걸쳐 이어진 국가 주도 제조업 육성 전략에서 비롯됐다. 중국 국무원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차세대 정보기술과 산업용 로봇, 신에너지차, 첨단소재, 바이오·의료기기 등 10대 전략 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핵심 기술과 산업망의 자립성·안정성을 강화하는 ‘쌍순환’ 전략을 채택했고, 이듬해 확정한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는 제조업 비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집적회로·인공지능(AI)·신에너지·첨단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을 가속한다는 방침을 구체화했다. 같은 해 8개 부처가 마련한 스마트 제조 발전계획도 공장의 디지털 전환과 지능형 생산체계 확산을 촉진하며 제조업의 생산성과 설비 운용 역량을 끌어올렸다.

중소 제조업체와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도 단계적으로 보강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18년부터 특정 기술과 틈새시장에 특화한 ‘전정특신(專精特新) 작은 거인’ 기업을 육성했고, 중앙정부는 2021년부터 100억 위안(약 2조2,000억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이들 기업의 기술개발과 산업망 편입을 지원했다. 2023년에는 ‘신형 공업화’ 전략을 통해 첨단 제조업 클러스터와 전정특신 기업, 전통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공급망 자립의 주요 축으로 재정립했고, 2024년에는 작은 거인 기업에 업체당 3년간 총 600만 위안(약 13억원)을 지원하는 후속 정책을 시행, 초장기 특별국채를 활용한 산업설비 갱신과 기술 개조도 본격화했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 제조업의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 생산 규모를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부동산 침체와 가계 소비 둔화로 내수의 흡수력이 떨어지면서 공급과 수요 사이의 간극도 함께 확대했다. 중국 국무원도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공급은 강하고 수요는 약한 모순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하며 수급 불균형의 심화를 공식 인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보조금과 세제 혜택, 우대금융, 토지 지원 등을 합산한 중국 산업정책의 재정 비용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4%로 추산하면서, 특정 산업에 집중된 지원이 과잉 투자와 자원 배분의 왜곡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생산물량이 해외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수출기업 간 저가 수주 경쟁도 격화됐고, 수출 증가와 제조 마진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수익성 압박도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제조업 덮친 중국발 치킨게임

다만 현재의 수익성 악화만으로 중국 제조업의 후퇴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국유은행을 중심으로 한 정책금융과 지방정부의 산업 지원, 방대한 조달시장, 집적된 공급망은 선별된 중국 기업의 손실 감내 기간을 연장하는 완충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분기 실적과 자본 수익률의 압박을 받는 경쟁국 기업이 먼저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축소할 경우, 중국 업체들은 가격 인하에 따른 손실을 떠안으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경쟁 업체의 생산 기반이 약화된 이후에는 규모의 경제와 공급망 장악력을 토대로 가격 결정력을 높일 여지도 커진다.

이러한 비대칭적 소모전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충격이 닿은 곳은 독일이다. 독일기계공업협회(VDMA)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기계·설비 수출은 명목 기준 1.8%, 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 3.3% 감소했다. 생산도 2.6% 줄며 3년 연속 후퇴했으며 대중국 수출 역시 8.2%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은 독일 기업이 장악해 온 정밀기계·산업장비 시장에서 품질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충격은 더욱 직접적이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르쉐의 올해 2분기 중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41% 감소했고 상반기 판매도 20% 이상 줄었다. 이에 폭스바겐은 글로벌 생산능력을 연간 1,200만 대에서 900만 대로 줄이고 차종 수를 최대 절반까지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소비 침체와 전기차 전환 지연, 높은 인건비·에너지 비용, 중국 브랜드의 가격 공세가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독일 제조업의 고비용 체계는 더 이상 과거의 수익성을 지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제조업도 중국발 가격 경쟁과 핵심 원료 통제가 겹친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와 텅스텐 등 전략 광물의 공급망 지배력을 활용해 일본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중국 소재 기업들은 이를 발판으로 고성능 자석과 세라믹 등 일본이 우위를 지켜 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은 중국산 완제품·부품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는 동시에 핵심 원료 조달 비용 상승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태로, 중국이 생산 규모와 원료 공급망을 함께 장악할 경우 일본의 정밀소재·자동차부품 경쟁력마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석유화학과 철강에서 직접적인 압력에 노출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올해 한국의 석유화학 수출이 6.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 수출도 중국산 물량 확대와 미국·EU의 수입 규제가 겹치며 2.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와 조선은 AI 투자와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 여력을 확보했지만, 범용 석유화학·철강·배터리 소재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노출돼 업종별 명암이 커지고 있다.

물론 중국 제조업 역시 손실을 무기한 감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일정 규모 이상 공업기업 이익은 올해 1∼5월 18.8% 증가했지만, 증가분은 AI 투자 수혜를 입은 컴퓨터·통신·전자장비와 원자재 업종에 편중됐다. 같은 기간 컴퓨터·통신·전자장비 업종의 이익은 103.9% 급증한 데 비해 자동차 업종은 수출 호조 속에서도 19.8% 감소했고 가구 업종은 58.4% 급감했다. 가격 경쟁이 장기화될수록 민간기업의 현금흐름과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도 함께 훼손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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