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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끊기자 외산 권총이 고철로” 무기만 팔던 시대는 끝, ‘운용 생태계’가 수주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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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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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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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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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탄약·부품 의존으로 드러난 스페인 외산 조달의 취약성
전시 가동률 및 자국 산업기반 확보 중시하는 구매국 수요 확대
방산 경쟁축도 완제품 판매에서 공동생산·장기 운용 중심으로 이동

스페인이 전용 탄약의 공급 중단과 반복된 기계적 결함으로 이스라엘산 라몬 권총 9,000여 정의 사용을 중단했다. 무기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운용 능력을 확보할 수 없으며, 탄약 조달과 부품 수급, 정비 역량까지 통제해야 장비의 가동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러한 위험에 대한 경계가 커지면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장기 정비 기반을 조달 조건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도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중심으로 무기와 생산·정비 체계를 함께 공급하며 ‘운용 생태계’ 수출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전용탄 종속이 초래한 무장 공백

13일(현지시간) 스페인 현지 매체 디오브젝티브에 따르면 스페인 내무부는 최근 이스라엘산 라몬 권총 9,000여 정의 사용을 중단했다. 앞서 스페인 민정경찰은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스라엘 방산 업체 엠탄(Emtan)에서 라몬 9mm 권총 9,216정을 구매했다. 그러나 디오브젝티브가 공개한 기술 심사 문서를 보면 이 총기는 이스라엘 IMI시스템즈가 제작한 전용 탄약이 아니면 사격 중 약실이 막히는 불량 현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약 조달 문제는 스페인 정부의 대이스라엘 정책과 충돌하며 장기화했다. 민정경찰은 2024년 IMI시스템즈가 생산하는 9mm 탄약 1,530만 발을 664만 유로(약 122억6,000만원)에 구매하기로 했으나, 스페인 정부는 가자지구 전쟁과 연립정부 내부 반발을 이유로 계약 취소를 추진했다. 내무부가 손해배상 위험과 현장 탄약 수요를 들어 지난해 4월 계약 이행을 재개하자, 좌파 연정 파트너 수마르가 강하게 반발했고 총리실은 다시 수입 허가를 거부했다. 같은 해 9월 방산물자와 이중용도 품목의 대이스라엘 수출입을 금지한 왕령법이 시행되면서 계약은 ‘사후적으로 발생한 법적 이행 불능’을 근거로 공식 해지됐다. 결국 전용 총알을 구하지 못한 권총 9,000여 정은 고철 신세로 전락했다.

무기 자체의 내구성 결함도 사태를 키웠다. 라몬 권총은 2021년부터 일선 부대에 배치됐지만 사격훈련 과정에서 잦은 탄 걸림과 탄피 배출 장애가 보고됐다. 스페인 정부도 2023년 의회 답변에서 당시 공급된 6,144정 가운데 87정에서 이상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민정경찰 내부 보고서도 탄피를 약실 밖으로 빼내는 추출 장치의 결함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도입 초기 보급한 권총 중 최소 4,000정은 탄피 배출 장치 고장으로 일선 현장에서 이미 제외됐다. 엠탄이 부품 교체용 도구를 지급했으나 결함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페인 정부는 계약상 위약금 조항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지도 못하고 대금을 모두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스페인 내무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공급업체인 가디언 홈랜드 시큐리티와 7,500정 규모의 신규 권총 구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새로 도입하는 권총은 대당 600유로(약 120만원) 수준으로 기존보다 120% 이상 비싸다. 전체 예산은 450만 유로(약 77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조건을 확보하지 않은 채 외산 무기를 도입한 조달 정책의 한계가 심각한 재정 낭비로 이어진 셈이다.

무기 구매와 공급망 내재화 '결부'

이번 사태는 탄약이나 부품 하나만 끊겨도 무기체계 전체의 가동률이 무너질 수 있다는 방산 공급망의 속성을 드러냈다. 이미 이러한 공급망 취약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장기 소모전으로 각국의 탄약 비축분이 빠르게 줄어든 가운데 생산시설 확충은 지연되면서, 무기체계의 성능과 가격에 더해 안정적인 생산·보급 능력까지 조달 경쟁력을 좌우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2025년 세계 주요 무기 이전 규모는 직전 5년보다 9.2% 증가했고, 유럽의 무기 수입은 210%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폴란드의 수입 물량은 852%나 늘었다. 안보 불안에 대응한 무기 확보 경쟁이 격화하면서 생산 능력과 탄약 비축, 정비 인프라를 자국 통제 아래 두려는 수요도 함께 확대된 결과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경우 이 같은 취약성을 동맹 차원의 과제로 규정했다. 지난해 개정된 방산생산행동계획(DPAP, Defence Production Action Plan)은 핵심 제조 역량과 원자재·부품의 병목을 식별하고, 탄약을 포함한 주요 물자의 공급망 위험을 공동 관리하도록 했다. 표준화와 상호운용성도 핵심 과제로 명시했다. 나토는 공동 설계와 공동 개발, 공동 생산, 공동 유지 체계를 확대해 위기 발생 시 특정 기업이나 국가에 집중된 공급 부담을 분산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 비중과 설계 권한을 아예 재정 지원 조건에 직접 반영했다. 최대 1,500억 유로(약 255조원)의 장기 대출을 제공하는 유럽안보행동기금(SAFE)은 완제품 구성 비용 가운데 EU·유럽경제지역·우크라이나 밖에서 조달한 부품 비중을 35% 이하로 제한한다. 방공·해양·드론·인공지능(AI) 등 일부 전략 분야에서는 계약자가 제품의 설계 정의와 개조, 성능 진화에 관한 결정권까지 보유해야 한다. 15억 유로(약 2조5,500억원) 규모의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도 동일한 역외 부품 상한선을 두고 EU 차원의 공급안보 체계를 도입했다.

미국은 구매국의 현지 생산·정비 역량 확보 요구를 수출 계약에 반영하고 있다. 일례로 핀란드의 F-35(록히드마틴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는 핀란드 방산업체 파트리아(Patria)가 얨새(Jämsä)의 할리(Halli) 사업장에서 F-35 전방동체 조립을 수행하고, 노키아(Nokia)의 린나부오리(Linnavuori) 사업장에서는 F-35용 터보팬 엔진인 F135의 최종 조립과 검사·시험을 담당한다. 파트리아는 올해 4월 전방동체 조립에 착수했으며, F135 엔진 생산은 지난 2월 시작됐다. 엔진 조립은 2030년까지 진행되고, 이후에는 F135 엔진의 정비·수리·분해정비·성능개량 단계로 전환된다. 현지 조립과 핵심 부품 생산, 장기 정비 기반을 수출 계약에 결부해야 구매국이 요구하는 공급 안정성과 전시 가동률을 보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 미국산 무기 도입 사업에서도 구체적인 계약 조건으로 정착한 모양새다.

한국도 '무기-운용 생태계' 함께 판매

글로벌 방산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한 한국도 현지화 요구에 맞춰 수출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SIPRI 집계에서 한국은 2021∼2025년 세계 주요 무기 수출의 3.0%를 차지하며 9위에 올랐고, 수출 물량은 직전 5년 대비 24% 증가했다. 특히 한국산 무기는 나토 회원국 수입의 8.6%를 담당하고 있다. 같은 기간 폴란드가 수입한 주요 무기의 47%가 한국산이다. K-방산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 속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은 ‘당장 전력화할 수 있는 안정적 무기’를 찾고 있다. 한국은 전차, 자주포, 다연장로켓, 경공격기, 함정, 방공 미사일 등 육·해·공 주요 플랫폼을 동시에 갖춘 데다 대량생산 경험과 납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대응이 가장 구체화한 사업은 폴란드 K2 전차의 2차 이행계약이다. 지난해 8월 체결된 계약은 K2 전차 180대와 구난전차·개척전차·교량전차 등 지원 차량 81대, 교육·정비·수리 체계를 함께 포함했다. 공급 물량 180대 가운데 64대는 폴란드군 요구에 맞춘 K2PL 사양으로 제작되며, 이 중 61대는 폴란드 글리비체 공장에서 현지 부품을 활용해 생산된다. 당시 폴란드 국방부는 2028∼2030년 전차의 본격적인 국내 생산 체계를 완성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후 현대로템은 올해 4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 산하 부마르와 K2PL 및 구난전차의 현지 생산·정비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전·후방 카메라와 관성항법장치 등 폴란드산 장비를 적용하고, 부마르 기술 인력을 현대로템의 현지 정비 사업에 투입해 생산 착수 전부터 유지·보수 역량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폴란드가 전차 조립과 부품 생산, 정비 기술을 함께 확보하면서 K2 계약은 현지 산업기반 구축 사업으로 확장됐다. 한국 기업 역시 유럽 내 생산·정비 거점을 확보해 후속 물량과 인접국 수요에 대응할 기반을 마련했다.

K9 자주포 수출에서도 같은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집트와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사격지휘장갑차를 묶은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폴란드와 체결한 K9 계약에는 자주포 152대와 탄약, 통합군수지원, 정비 부품의 현지 생산을 위한 기술 이전이 포함됐다. 무기를 파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장과 정비망, 부품 공급망을 함께 구축하는 방식으로 수출 모델이 진화한 것이다.

정부 정책도 무기 수출 지원에서 산업 패키지 지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4일 제12회 방위산업발전협의회를 열고 AI·드론·항공엔진 등 국방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범정부 차원의 수출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 협의회에서 정부는 방산수출 민간산업협력 TF를 신설해 산업협력 아이템 발굴, 패키지안 마련, 홍보 및 이행 점검을 총괄하기로 했다. 수입국이 요구하는 현지 생산, 기술 이전, 부품 공급, 인력 교육 등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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