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AS 붕괴·GCAP 생존·美 단독 개발” 명암 갈린 6세대 전투기 전략, 中 공중 전력 팽창에 서방 방산 지형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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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스페인, FCAS 전투기 개발 사업 결국 무산 암초 부딪혔던 영국·일본·이탈리아 GCAP, 겨우 자금 기반 확보 독자 6세대 전투기 개발 이어가는 美, 중견 방산국은 5세대 집중

유럽의 6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인 미래항공전투체계(FCAS)가 좌초됐다. 참여국인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이 기술·산업 주도권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장기간 이어진 협력 구도가 끝내 붕괴한 것이다. 이 밖에도 유사한 위기를 직면했던 영국·이탈리아·일본의 글로벌전투항공프로그램(GCAP)은 최근 대규모 공동 계약 체결을 통해 가까스로 추진 동력을 유지했으며, 미국은 별도의 연합국 없이 자체적으로 6세대 전투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방 동맹국들의 공격적인 전투기 개발 행보의 배경에 급속도로 강화되는 중국의 공중 전력이 있다고 본다.
FCAS 연합의 붕괴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인 종합 일간지 라 라손이 유럽 정책 연구소들의 보고서를 종합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FCAS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은 이미 공식적으로 종료된 상태다. 앞서 지난달 독일 정부는 "기업들이 차세대 전투기 공동 제작에 합의하지 못할 것이란 결론에 이르렀다"며 "프랑스, 스페인과 함께 추진한 FCAS 전투기 개발·도입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 엘리제궁도 "독일 당국이 관련 기업들을 계속 압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사업 무산 결정을 알렸다.
FCAS는 프랑스의 라팔, 독일·스페인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대체할 차세대 기종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추진돼 온 사업으로, 초기부터 잡음을 겪어 왔다. 해당 사업은 프랑스 측 참여 업체이자 라팔 제작 경험이 있는 다쏘가 전투기 개발을, 독일·스페인이 지분을 가진 에어버스가 전투기에 탑재될 드론을 개발하는 형태였다. 두 기업은 사업의 출발점부터 지적 재산권과 수익 분배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이는 곧 주도권 싸움으로 번졌다. 다쏘는 전투기 개발을 맡은 쪽이 사업 전체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절대적인 주계약자 권한을 요구하며 에어버스와의 동등한 파트너십을 거부한 것이다. 반면 에어버스는 다쏘의 하청업체로써 프로젝트를 진행할 생각이 없다고 맞섰다.
여기에 프랑스와 독일이 원하는 전투기 성능이 각각 다르다는 점도 문제였다. 프랑스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항공모함에서 운용 가능한 전투기를 원했지만, 항공모함이 없는 독일은 지상 기지에서 출격해 제공권 장악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대형 전투기 개발을 희망했다. 러시아가 수년 내로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확률이 높다는 국제 사회의 우려 역시 FCAS 사업에 있어 악재였다. FCAS 전투기는 2040년 실전 배치될 예정이었다. 사태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FCAS 연합국들은 해당 사업에 장기간 예산을 투자할 여유가 없는 셈이다.
GCAP, 위기 딛고 새 국면
이러한 방산 연합 구도의 붕괴 위기는 영국, 이탈리아, 일본의 GCAP에서도 확인됐다. GCAP는 영국의 ‘템페스트’ 사업과 일본의 'F-X' 사업에 근간을 둔다. 템페스트는 영국이 FCAS에 참여하는 대신 BAE시스템스, 롤스로이스 등을 중심으로 구축한 독자적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로, 출범 이후 이탈리아가 파트너로 합류했다. 일본의 F-X는 항공자위대의 미쓰비시 F-2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일본은 F-X의 비용 및 기술적 부담을 고려해 해외 협력국을 물색했고, 이때 파트너로 낙점된 것이 영국이었다. 영국·이탈리아·일본은 2022년 12월 템페스트와 F-X를 통합해 GCAP를 출범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2035년부터 차세대 전투기를 본격 배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들 국가의 계획은 지난 수년간 빈번히 암초에 부딪혀 왔다. 초기 장애물은 일본의 엄격한 방산 수출 규제였다. 완성형 전투기를 제3국에 판매하지 못하면 영국과 이탈리아가 요구하는 수출 중심 사업 모델을 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2024년 3월 GCAP로 공동 개발한 완성 전투기의 제3국 수출을 허용하도록 방위장비 이전 원칙을 개정하되, 수출 대상을 일본과 방위장비 협정을 맺은 국가 및 실제 군사 분쟁을 벌이지 않고 있는 국가로 한정했다. 이후로는 영국의 국방 예산 공백이 난제가 됐다. 영국 정부의 ‘국방투자계획(DIP)’ 발표가 미뤄지며 3국의 산업 공동회사 ‘에지윙(Edgewing)’의 본격적인 설계·개발 계약 체결이 지연된 것이다. 이는 일본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기존 전력인 F-2가 2035년부터 순차적으로 퇴역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대체 전투기의 배치 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영국과 이탈리아는 공급 기한보다는 전체 체계 완성도를 중시하는 기조였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이 같은 갈등이 점진적으로 해소되는 추세다. 3국은 지난 4월 에지윙에 6억8,600만 파운드(약 1조3,600억원) 규모의 첫 공동계약을 발주했다. 이는 핵심 설계와 엔지니어링 작업이 중단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연결 자금이었다. 이후 영국 정부는 GCAP에 향후 4년간 86억 파운드(약 17조1,5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고, 3국 정부는 지난 3일 에지윙과 46억 파운드(약 9조1,700억원) 규모의 후속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의 골자는 전투기의 요구 성능 확정, 상세 설계, 시험·검증 작업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기초 연구 단계에서 본격적인 공동 개발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금 기반이 확보된 셈이다. 다만 이미 일부 계약과 의사결정이 지연된 만큼, 2035년 전력화 목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설계·시험 일정을 상당히 압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캐나다도 GCAP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캐나다는 우선 일부 사업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옵서버 자격을 갖춘 뒤, 향후 전투기 구매국이나 공동 개발국으로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의 관계 악화 속 F-35 추가 도입에 제약이 걸린 캐나다와, 개발비·수출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GCAP 참여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다만 일본은 신규 회원국의 합류가 추가적인 개발 일정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유지 중이다.

서방 진영의 中 전투기 견제
연합 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추진하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단독으로 차세대 공중지배체계(NGAD) 핵심 기종인 6세대 전투기 F-47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F-47은 F-22를 대체하는 기종으로, 1,000해리(약 1,850㎞) 이상의 전투행동반경과 마하 2급 속도, 향상된 스텔스 성능을 바탕으로 중국의 장거리 방공망 내에서도 제공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계약자는 미 보잉이다. 미 공군은 이미 시험용 기체 제작에 착수했으며, 첫 비행 예정 시점은 2028년이다. 다만 구체적인 기체의 형상과 엔진·무장 체계는 기밀로 남아 있고, 수출 여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6세대 전투기 사업을 추진할 자금과 기반이 부족한 중견 방산국들은 우선 자체 5세대 전투기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과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산 S-400 방공체계 도입으로 미국의 F-35 공동 개발 사업에서 퇴출당한 이후, 내부무장창과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KAAN을 국가 핵심 방산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4.5세대급 KF-21을 양산하면서 공대지 무장과 전자전 능력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이를 5세대급 후속 모델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서방 진영 국가들과 그 동맹국들이 전투기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은 중국의 공중 전력이 급속도로 강화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실전 배치된 J-20에 이어 중형 5세대 스텔스 전투기 J-35 계열을 개발하고 있다. 공군용 다목적 전투기인 J-35A는 공중전과 지상 공격을 수행하며, 함재기형 J-35는 전자식 사출 장치를 갖춘 항공모함에 배치될 전망이다. 양산 기반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은 선양항공공업 생산 시설에서 복수의 J-35·J-35A 동체가 동시에 조립되는 모습과 공장 출고형 기체들의 공동 시험 비행이 확인됐다며, 중국이 공군형과 함재기형을 병행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다만 아직 정확한 연간 생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J-36, J-50으로 불리는 차세대 전투기 시제기들의 시험 비행도 진행 중이다. 청두항공공업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J-36은 대형 삼각익 기체와 3개의 엔진, 넓은 내부무장창을 갖춘 장거리 전투기다. 선양항공공업의 J-50은 이보다 작은 쌍발 전투기로, 공중우세 임무나 향후 항공모함 운용을 염두에 둔 기체일 가능성이 높다. 두 기체 모두 수직 꼬리날개가 없는 무미익 구조를 채택했는데, 이는 측면과 후방의 레이더 반사를 줄여 전 방향 스텔스 성능을 높이기 위한 설계로 풀이된다. 다만 세부 성능과 무장, 실제 양산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 국방부가 제시한 실전 배치 예측 시점은 2035년 전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