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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금리 충격에 흔들린 은행권,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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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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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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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금리 충격에 취약한 은행권의 위험관리 체계 
파생상품 헤지의 필요성과 숨은 리스크 
시장 상황에 맞춘 차등 감독체계 필요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주요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은행권의 금리 위험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유로지역 정책금리는 450베이시스포인트(bp), 미국 정책금리는 525bp 오르면서 채권 가격은 급락했고, 예금은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빠르게 이동했다.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가 맞지 않는 은행들은 큰 손실 위험에 직면했고, 평상시 자금 운용의 일부로 여겨졌던 금리 위험 관리는 은행의 건전성과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모든 은행에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상시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위기 수준의 감독을 평상시에도 유지하면 불필요한 규제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위험 수준에 맞춰 감독 강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핵심 위험지표를 꾸준히 점검하고, 금리 급등이나 자금조달 불안이 발생하면 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해야 감독 자원을 위험이 큰 은행에 집중하면서도 과도한 규제 부담은 줄일 수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드러낸 위험

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은 은행들이 전제로 삼았던 금리 환경을 단기간에 바꿔놨다. 유로 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10월 10.6%, 미국은 같은 해 6월 9.1%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응해 주요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많은 은행의 위험관리 모형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 금리가 오르면 고정금리 채권은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지 않아도 가치가 하락한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보다 낮은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수정 듀레이션이 5년인 채권 포트폴리오는 시장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치가 약 5% 떨어진다. 10억 달러(약 1조4,850억원) 규모의 포트폴리오라면 5,000만 달러(약 743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금리 상승기에 대응 여력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채권을 매도하면 평가손실이 실제 손실로 확정되고, 만기까지 보유하면 장부가치는 유지할 수 있지만 예금 유출과 추가 담보 요구(마진콜), 시장 신뢰 악화에 그대로 노출된다. 금리가 급등할수록 자산 구조를 조정할 필요성은 커지지만 신속하게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이 금리 위험을 조정하는 대안으로 활용됐다. 금리스와프를 이용하면 기존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도 금리 노출을 줄일 수 있어 하락장에서 대규모 채권을 처분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

이탈리아 은행권의 사례가 대표적 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긴축 국면을 분석한 결과 금리가 100bp 상승하면 채권 평가손실은 위험가중자산(RWA)의 약 1.4%에 달했다. 반면 금리스와프를 통해 평균 0.5%의 이익이 발생하면서 채권 손실의 약 3분의 1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듀레이션 헤지 규모도 6% 늘었다. 이는 금리 위험이 커질수록 은행들이 파생상품을 주요 대응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주: 금리스와프는 금리 100bp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손실의 일부를 상쇄하지만 전부를 보전하지는 못한다.

파생상품 헤지의 효과와 한계

미국 사례는 금리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뒷받침한다. 미국 전체 은행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은행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금리스와프가 전체 자산의 금리 위험을 상쇄한 비중약 6%에 그쳤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대표적인 사례로, SVB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자 오히려 금리 헤지를 축소하고 단기 수익성 개선에 집중했다. 자금조달 구조는 거액의 무보험 예금에 크게 치우쳐 있었다. 결국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자 하루 만에 400억 달러(약 59조1,400억원)가 넘는 예금이 빠져나갔고, 추가 인출 우려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파생상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헤지를 통해 금리 위험을 줄여도 증거금 납부 과정에서 단기 현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또한 금리곡선이 만기별로 다르게 움직이면 단순한 스와프만으로는 위험을 충분히 상쇄하기 어렵다. 특히 차입자의 조기상환 여부에 따라 듀레이션이 계속 변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은 헤지 효과가 예상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거래상대방 위험과 베이시스 위험, 만기 연장에 따른 롤오버 위험, 헤지회계 규정도 헤지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금융기관은 구조가 복잡한 상품보다 이해하고 관리하기 쉬운 단순한 금리스와프나 금리상한(Cap)과 같은 기본 상품을 선호한다.  

금리 위험 헤지의 목적은 금리 충격이 자본 감소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데 있다. 실제 미국 은행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채권 손실이 컸던 은행일수록 기업대출을 더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헤지가 부족하면 금리 충격이 개별 은행을 넘어 기업의 자금조달과 실물경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험 수준별 감독체계

금리가 안정적인 시기에는 은행의 소매예금 기반이 일정 부분 금리 위험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긴축 기간에도 신규 정기예금 금리는 372bp 오른 반면 요구불예금 금리는 50bp 오르는 데 그쳐 은행들은 한동안 예대마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예금자의 행동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모바일·인터넷뱅킹이 확산하면서 예금 이동 속도는 과거 대비 훨씬 빨라졌고, 저원가 예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존 가정도 더 이상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처럼 금융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모든 은행에 동일한 감독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단기 자산을 주로 보유한 소형 소매은행까지 장기채권과 도매자금 의존도가 높은 대형은행과 같은 수준의 보고 의무를 부과하면 감독당국도 활용도가 낮은 자료를 과도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따라서 감독 체계는 위험 수준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상시에는 듀레이션 갭과 스와프 비중, 담보 조건, 거래상대방 집중도 등 핵심 위험지표를 점검하고, 금리 급등이나 듀레이션 갭 확대, 예금 유출 등 위험 신호가 나타나면 보고와 점검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자금조달 불안까지 겹칠 경우에는 취약한 은행을 대상으로 일간 또는 주간 단위의 집중 감독에 나설 필요가 있다. 유럽 감독당국은 1년간 순이자이익(NII) 감소 폭이 기본자본(Tier 1)의 2.5%를 넘는지를 주요 위험 신호 가운데 하나로 활용한다. 이 같은 정량 기준은 감독 대상 선정의 일관성을 높이고 개별 검사역의 판단 편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위험은 위기보다 안정기에 쌓이는 경우가 많다. 저금리 환경이 오래 이어지면 은행은 만기가 긴 자산을 늘리고 예금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을 것으로 가정하기 쉽다. 따라서 감독 강도를 조정하더라도 핵심 위험지표 점검과 스트레스 테스트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은행에도 일률적인 헤지 비율을 요구하기보다 명확한 대응 원칙을 마련하도록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사회가 어떤 위험을 헤지할지, 언제 헤지 규모를 조정할지 기준을 미리 정하고 추가 담보 요구에 대비한 유동성 계획도 함께 갖춰야 한다. 그래야 시장이 급변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주: ECB의 금리 인상이 이어질수록 채권과 금리스와프를 합산한 금리 위험 노출은 줄어들며 헤지 규모는 확대됐다.

금리 위험 관리의 새로운 기준

정책당국은 다음 금리 충격에 대비해 은행의 위험 노출과 헤지 전략을 구분해 평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위험이 관리됐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추가 담보 요구를 감당할 유동성을 확보했는지, 예금 이탈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가정하고 있지는 않은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여러 은행이 동시에 파생상품 헤지에 나설 경우 위험이 특정 중앙청산기관(CCP)이나 중개기관에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은행의 미실현 채권 손실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리 인하가 당장의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부실한 위험관리와 취약한 자금조달 구조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중요한 것은 위험 수준에 맞춰 감독의 강도를 조정하는 일이다. 이번 금리 급등이 남긴 교훈은 모든 은행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변화에 맞춰 감독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anks Should Hedge Rate Risk Before Calm Turns Costly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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