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수급난 속 대안" 애플 공급망 파고드는 CXMT, 기술 한계·美 제재에도 범용 D램 시장서 덩치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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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메모리 공급난 속 CXMT 메모리 탑재 방안 검토 "CXMT 엔티티 리스트 추가해야" 美 의회 제재 압박 가시화 中 메모리, 기술력 한계에도 범용 D램 경쟁력 급성장

애플이 자사 제품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반도체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 열풍 속 메모리 수급난 및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중국산 메모리를 선택지에 올리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 정치권의 강력한 규제 기조, 중국 반도체 업계 특유의 장비·기술력 한계 등을 고려하면 CXMT가 단기간 내 기존 메모리 공급망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애플-CXMT 협력 가능성 대두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애플이 아이폰과 맥북을 포함한 여러 제품군에서 CXMT 메모리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기기에 CXMT 부품을 사용하는 방안을 두고 초기 협의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장기화하는 메모리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급망 관리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꼽히지만, 최근의 가파른 메모리 가격 상승세 및 공급 절벽은 피해 가지 못했다. 현재 애플에 맞춤형 메모리를 공급하는 기업은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다.
앞서 지난 6월 애플은 맥북 가격을 100∼300달러(약 15만~45만원), 아이패드 가격을 100∼200달러(약 15만~30만원) 올리면서 “AI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메모리와 저장 장치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해 부품 가격이 급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역시 앞서 메모리 등 부품 가격 폭등을 “100년 만의 홍수”라고 표현하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플이 CXMT를 통해 중국산 메모리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할 경우, 공급망 부담을 완화하며 원가 경쟁력을 일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美 정치권의 제재 행보
향후 관건은 애플이 미국 정치권의 규제 장벽을 돌파할 수 있을지다. 지난 6월 CXMT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미국 국방부의 ‘1260H 목록’에 등재됐다. 이에 따라 애플은 통상 맞춤형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공유되는 기술 세부 사항, 제품 사양 정보 등을 CXMT에 전달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를 고려하면 애플은 주문형 반도체가 아닌 CXMT가 이미 생산 중인 범용 반도체를 구매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수출 통제 관련 자문 전문 로펌 에이킨검프의 케빈 울프 변호사는 WSJ에 "애플이 CXMT의 기성 제품, 즉 범용 메모리 칩을 사용하거나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은 미국의 규제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 의회가 애플의 이 같은 행보에 제동을 걸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의 존 물레나(공화당) 위원장은 앞서 “애플이 중국 군사 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중국 공산당이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도록 돕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물레나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민주당 조지 화이트사이즈 의원과 함께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CXMT·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미국 시장 진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에 대한 의존이 미국의 국가·경제·공급망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중국 업체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저가 물량을 공급할 경우 서방 메모리 제조 업체의 경쟁력이 약화할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규제 강화 제안까지 등장
물레나 의원과 화이트사이즈 의원은 CXMT를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엔티티 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작성하는 일종의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다. BIS는 미국의 국가 안보나 외교 정책에 반하는 활동에 관여했거나, 그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기업·기관 등을 명단에 올린다. 명단에 등재된 기업은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의 적용을 받는 제품·소프트웨어·기술을 수출하거나 재수출할 때 원칙적으로 BIS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대부분의 허가 예외도 제한된다.
의원들은 기존 엔티티 리스트 제도에 명시적인 구매 제한을 추가해야 한다고도 짚었다. 현행 제도는 미국 기업이 엔티티 리스트에 오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지는 않는다. 의원들은 이 공백을 별도의 행정명령이나 정부 지침으로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인 개인과 미국에 설립된 기업이 엔티티 리스트나 국방부 중국 군사 기업 명단에 포함된 업체로부터 D램,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두 의원은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에도 유사한 조치를 요구해 CXMT와 YMTC가 미국 대신 동맹국 공급망을 우회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XMT, 기술 경쟁력 여전히 부족
그러나 시장에서는 CXMT가 당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하는 글로벌 메모리 경쟁의 판도를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메모리 3사와 동등한 선에서 경쟁하기에는 기술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 반도체 분석 업체 테크인사이츠가 CXMT의 16기가비트(Gb) DDR5를 분석한 결과, 해당 제품은 16나노급 공정을 통해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3사가 12~14나노 공정에서 DDR5를 생산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상당히 뒤처진 수준이다. 테크인사이츠는 CXMT가 2024년 말 상용화한 DDR5 기술이 선두 업체들이 2021년 양산에 들어간 세대와 비슷하다며 기술 격차를 약 3년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패권 격전지인 최선단 공정의 경우 진입장벽이 한층 높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가 장기화한 탓이다. CXMT는 네덜란드 ASML이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며, 기존 심자외선(DUV) 장비로 동일한 회로를 여러 차례 노광하는 멀티패터닝 방식을 통해 공정 미세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율과 원가 측면에서 상당히 불리한 전략이다. HBM 부문에서는 격차가 더 크다. CXMT가 4세대 HBM(HBM3) 상용화에 난항을 겪는 동안, 기존 메모리 3사는 이미 5세대 HBM(HBM3E) 공급을 확대하고 6세대 HBM(HBM4)으로 경쟁의 중심축을 옮겼다. 여기에 양산 규모와 수율, 고객 인증을 포함한 생태계까지 감안하면 CXMT의 시장 영향력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표1. CXMT와 글로벌 메모리 3사의 기술 격차
| 비교 항목 | CXMT |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
|---|---|---|
| DDR5 공정 | 약 16나노급 | 12~14나노급 |
| 미세공정 장비 | EUV 장비 수입 제한, DUV 멀티패터닝에 의존 | EUV 등을 활용해 수율과 원가 경쟁력 확보 |
| HBM 양산 | 기술력·생산 규모·수율·고객 인증 기반 부족 | 첨단 제품 대규모 양산, 주요 고객사 인증 체계 확보 |
| 단기 전망 | 첨단 메모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 첨단 메모리 시장 주도권 유지 |
범용 D램 중심으로 영향력 커져
다만 일각에서는 CXMT를 기술력이 떨어지는 후발 업체로만 보는 것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3사가 생산 능력을 서버용 D램,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공급이 줄어든 범용 D램 시장을 CXMT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CXMT D램이 HP, 에이수스, 에이서 등 글로벌 PC 업체의 품질 인증을 통과해 일부 비(非)미국 시장용 노트북에 탑재되는 사례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며, 시장 점유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세계 D램 매출 점유율은 올해 2분기 7%까지 올라왔다. 앞서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집계한 전년 동기 점유율은 4%였다.
생산 능력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CXMT의 D램 웨이퍼 투입 능력은 지난해 말 월 26만5,000장에서 올해 말 35만 장까지 증가하고, 2028년에는 50만~60만 장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공격적 증설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장기적 자금 지원이 있다. CXMT는 2016년 안후이성 허페이 경제기술개발구 산하 투자회사가 출자해 설립됐다. 로이터가 CXMT 상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안후이·허페이발(發) 국유 자본은 CXMT 지분의 약 절반을 점유 중이며, 중국의 국가 반도체 펀드인 ‘빅펀드’도 주요 투자자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CXMT는 수년간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도 정부 지원을 발판 삼아 연구·개발(R&D)과 공장 증설을 이어 왔다"며 "올해 상하이 증시 상장을 통해 대규모 민간 자금까지 확보하면서 투자 여력은 더 커졌다"고 짚었다.